남들보다 술을 적게 마시는데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 반면 술을 많이 마셔도 간수치가 정상인 사람이 있는데 왜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된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은 알코올성 간염의 원인이 흔히 알려져 있는 알코올 분해효소(공격인자)가 아닌, 간에서 항산화작용(방어인자)이 약한 즉 선천적인 ’유전적 요인‘이 중요함을 새롭게 밝혔다.
그동안 ’나는 간에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어 빨리 취해‘란 말이 잘못됐다는 것. 우리 몸은 술을 마시면 간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전을 작용하는 데, 이런 방어기전이 유전적으로 약하면 남들보다 술을 적게 마셔도 간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것.
이번 연구결과는 알코올성 간질환의 새로운 원인 규명으로 인정받아, 올해 2월 간(liver) 연구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Hepatology(IF 17.425)’에 실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한국유전체역학연구(KoGES) 대상자 21,919명(40–79세)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대상자를 알코올성 간염이 있는 군과 없는 군 두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별로 △ 비음주군 △ 적정 음주군 △ 중증 음주군 총 3개 군으로 다시 나눠 비교 분석한 결과, 유전체의 단일염기변형(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의 발현, 즉 각 환자군마다 유전자 변이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술을 적게 마시거나 많이 마시는 것과 상관없이 알코올성 간염 환자군에서 간 해독과 항산화작용(산화되는 화학반응을 억제)을 담당하는 효소인 ‘GGT(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유전자 변이’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또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적정 음주군 내에서도 알코올성 간질환이 있는 경우엔 HNF1A, ZNF827 유전자의 변이 및 발현이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즉 같은 술을 마셔도 누구는 간질환에 걸리고, 누군가는 걸리지 않는 유전적으로 강한 타고난 금수저가 따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한 방어인자도 지나친 음주를 할 경우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만 믿고 과도하게 음주시, 결국 간염, 간경화 등의 간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김범택 교수는 “그동안 알코올성 간염이 공격인자(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면, 이번 연구에서 자기 몸을 보호하는 방어인자인 HNF1A, ZNF827 유전자의 변이 및 억제에 의해 발생함을 새롭게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음주 다음날 콩나물이나 황태해장국이 좋은 것은 알코올 분해보다 글루타치온 등 항산화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결과로 보면, 숙취를 위해 항산화효과가 더 좋은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논문 제목은 ‘Genome-wide association of individual vulnerability with alcohol-associated liver disease: A 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알코올성 간질환의 개인별 질병 감수성에 관한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 연구 : 한국 유전체 역학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