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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세포폐암 ‘경계인’에서 ‘핵심’이 된 ‘키트루다’ … 급여화로 年 수천명 혜택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03-16 18:12:33
  • 수정 2022-03-18 15: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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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부터 1억하던 치료비 350만원으로 감소 …5년간 급여 미루다 ‘트레이드-오프’ 방식으로 보험약가 타결

미국 머크(MSD)의 베스트셀러 PD-1 억제제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드디어 국내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에 성공했다. 2017년 3월 국내에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허가를 받은 지 5년 만이다. 


키트루다는 2016년 4월 29일 PD-L1 발현 양성(Tumor Proportion Score(TPS)≥50%)으로서, 백금 기반 화학요법제 치료 도중 또는 이후에 진행이 확인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병기 3B기 이상)의 2차 치료제로 국내서 처음 승인받았다.  ‘KEYNOTE-001’과 ‘KEYNOTE-010’ 연구를 바탕으로 한 승인이었다.


2017년에 3월에는 이 적응증이 ‘KEYNOTE-024’ 연구를 기반으로 1차 치료제로 승격됐다. 동시에 2차 치료제로서는 PD-L1 발현율 50% 이상에서 1% 이상으로 넓어졌다. 


하지만 그동안 건강보험 급여는 2차 치료제로만 국한돼 1차 치료제로 쓸 수 없었다. 근 5년 만에 지난 2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PD-L1 유전자 발현 양성(TPS 50% 이상)이면서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치료제 단독요법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제 병용요법(키트루다+페메트렉시드+백금 화학요법) △전이성 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치료제 병용요법(키트루다+카보플라틴+파클리탁셀) 등 3가지 비소세포폐암에 급여를 적용키로 했다. 


폐암은 국내서 2019년 기준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암이며, 5년 생존율은 30%대로 전체 암의 70%, 위암 77%, 대장암 74%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폐암 가운데 80~85%는 비소세포폐암으로 이는 다시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으로 나뉜다. 비소세포폐암 중 선암의 빈도가 약 36%, 편평상피세포암의 빈도는 약 25%로 흡연 남성에서 편평상피세포암이 주로 발생하며 그 비중이 선암 대비 높아지는 추세다. 


또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실패 또는 이식이 불가한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요법 후 진행된 재발성 또는 불응성 전형적 호지킨림프종에 대해서도 급여를 주기로 했다. 


3월 신규 급여 항목은 4가지다. 이들 신규 급여 확장으로 인해 비소세포폐암 및 호지킨림프종 환자 약 4000여명이 건보 혜택을 받게 되며, 치료비용도 1억원에서 35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이로써 키트루다의 적응증은 비소세포폐암 2차 이상 단독 치료제, 흑색종의 1차 이상 단독 치료제(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흑색종 환자 중 한번 이상 다른 약물로 치료한 경우) 등 기존 2가지 급여를 포함해 총 6가지의 급여를 획득하게 됐다. 


익히 전세계 시장에서 2021년에 전년 대비 20% 성장한 172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며 면역항암제의 최고봉에 오른 키트루다이지만 막상 국내서는 매출이 빈약해 한국MSD는 울상이었다. 하지만 5년 간의 인고 끝에 한국에 환자가 많은 폐암에서 급여를 얻어냄으로써 향후 수 천 억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고개를 넘게 됐다.


MSD는 키트루다의 1차 치료제 급여 확대 적용을 이끌어내기 위해 MSD의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정’ 패밀리의 약가 인하를 감수하는 이른 바 ‘트레이드-오프’ (Trade-Off) 카드를 썼다. 이는 전례가 별로 없는 약가 협상 방법으로, 다른 개도국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모방할까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한국MSD 대외협력부 이희승 전무는 “트레이드-오프를 하기 전까지 내부적으로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다”며 “향후 적응증 확대에 적용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약가제도의 유동성을 가져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누비아정 패밀리 3종의 매출은 피크에 오른 2019년의 경우 1500억원에 근접한 수준이고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여서 바둑의 ‘사석’으로 쓰기에 적합했다.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국내서 3000명으로 잡으면 1인당 1억원씩 총 3000억원의 매출이 신규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키트루다 급여 확대로 인해 추가로 투입되는 보험재정은 약 1762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약제 청구금액을 일정 비율 환급하는 제도 시행으로 실제 재정소요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762억원을 넘길 것이라고 보는 업계 전문가들도 많다. 


우리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물꼬를 터줬지만 키트루다의 적응증은 계속 늘어날 예정이어서 어떻게 누적될 급여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도 크다. 키트루다는 미국 기준으로 현재 15개 암종에서 20개 적응증을 획득하고 있고 지금도 적응증 추가를 위해 70여건의 임상이 진행 중이며, 누적된 건수는 1200건이 넘는다. 


환자에게 초점을 맞춘다면 수명이 대폭 연장되면서 키트루다가 환자에게 맞을 경우 상당히 장수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동안 사실상 쓸 수 없는 ‘그림의 떡’ 같은 2차 치료제에서 마치 표준요법처럼 ‘1차 치료제’로서 우선 고려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 비급여 1억원이란 높은 약가 부담 때문에 선뜻 환자에게 권할 수 없었던 일선 의료진들도 이젠 부담을 덜고 환자에게 자신 있게 초기 비소세포폐암부터 처방할 수 있게 됐다. 


한국MSD는 이처럼 뜻깊은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및 호지킨림프종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기념해 16일 “키트루다, 함께 내일을 이루다”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민희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폐암센터 교수는 “현재 키트루다는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가이드라인에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표준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다”며 “이번 키트루다 국내 급여 확대는 글로벌 가이드라인과의 임상 간극을 줄여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랫동안 키트루다는 1차 단독요법이나 병용요법에서 적용하고 싶은 약제였고 적응증에 해당되는 환자에게는 의문의 여지가 없는 최선의 요법이었다”며 “그동안 높은 비용 때문에 투여 횟수가 기간에 대해 고민했다면 앞으로는 급여 진입으로 환자의 부담이 줄어 이를 권하는 의사들의 부담감도 덜게 됐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2016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된 ‘KEYNOTE-024’ 연구를 예로 들며 항암제 연구사에 길이 남을 획기적인 성과였다고 극찬했다. 이 연구에서 키트루다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26.3개월로 화학요법제의 13.4개월을 두 배에 가깝게 연장했다. 비소세포폐암에서 단독요법제로 생존기간을 1년 이상 돌파한 항암제도 키트루다가 처음이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키트루다와 화학요법제 중 무엇을 먼저 투여하느냐는 환자의 죽고 사는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화학요법제를 먼저 쓰고 키트루다를 2차로 투여하면 그 사이 환자가 사망할 위험이 높아지는데,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0%가 1차 치료를 끝으로 사망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밖에도 △장기이식을 받은 암 환자나 중중 자가면역질환 환자 정도만을 제외하고는 키트루다가 금기시되는 환자가 별로 없다 △앞으로는 선 키트루다, 후 표적치료제 투여 관행이 자리잡을 것이다 △다른 면역항암제도 효과가 좋지만 임상연구 건수나 기간으로 볼 때 키트루다를 의사들이 가장 선호할 것이다 △키트루다가 1차 단독요법제로 쓸 경우 투여 초기에 반응률이 화학요법제에 비해 일시적으로 낮은 현상을 보이지만 병용투여로 커버할 수 있다는 요지의 임상 견해를 피력했다. 


아울러 그동안 비급여로 키트루다를 투여해 2년 안팎 치료받은 3인의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곧 죽을 것 같았던 환자들은 영상진단 상 종격동에 번진 암조직이 감소하고, 폐에 고인 물이 줄어들었으며, 전신에 퍼진 종괴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고 2년 정도 넘기는 사람은 장수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가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화학요법제보다 일찍 사망하고, 컨디션이 좋다가 갑자기 악화돼 죽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고 의심하는 일부 환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김수정 한국MSD 의학부 전무는 키트루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통해 한국의 임상의학이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MSD 주도로 진행 중인 글로벌 항암제 관련 연구 중 약 120건이 한국에서 진행됐고, 이에 참여한 국내 의료기관이 480개에 달하고 국내 총 임상 참여 환자는 약 4000명으로 치료의 기회를 얻었다”며 “전세계적으로 항암제 임상시험에 가장 많이 참여하는 상위 10개 연구기관 중 4개가 한국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케빈 피터스 한국MSD  대표는 “이제 더 많은 국내 환자분들께 키트루다를 통한 생존 연장의 기회와 삶의 질 향상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한국MSD는 항암 분야를 선도하는 회사로서 더 많은 환자들이 키트루다를 비롯한 혁신적인 치료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료진, 연구자, 정부 등과 협력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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