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이 운전하는 차량이 30%에 육박하면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으로 60대 이상 고령자가 차주로 등록된 개인 차량은 601만1899대다. 전체 개인 등록 차량 2126만 2272대의 28.3%에 달한다. 2013년 말 60대 이상 고령 운전자 차량 수가 300여 만대였으니 8년 만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70대 이상 초고령 운전자의 차량도 154만885대에 달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11만4795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10.5%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 8.1%와 비교해 2.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가해자가 고령 운전자인 경우도 지난해 23.4%로 2016년 17.7%보다 5.7%포인트 늘었다.
고령 운전자는 인지나 반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고 위급 상황 대처 능력도 뒤처진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정지해 있는 물체를 파악하는 능력인 '정지 시력'은 보통 40세부터 저하하기 시작해 60대에는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진다.
상대편과의 충돌없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65세 미만 운전자(1.8%)보다 75세 이상(5.1%)에서 3배 가까이 높았다. 또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65세 미만보다 입원율이 4배 이상 높고 입원기간도 약 50% 길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11월 운전면허를 취득하거나 갱신하고자 하는 고령 운전자가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치매선별검사인 인지능력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고령 운전자가 내는 교통사고가 증가하자 정부는 만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득하거나 갱신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교육 과정에는 인지능력진단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진단은 전국 보건소에 설치된 치매안심센터에서도 받을 수 있다.
그동안에는 치매안심센터와 도로교통공단 간에 시스템이 연계되지 않아 고령자가 치매선별검사 결과지 발급을 위해 센터를 다시 방문해야 했으나, 결과가 면허시험장으로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
당국은 고령운전자 면허 반납 제도도 운영 중이지만 실적은 초라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로교통법상 고령운전자로 분류되는 65세 이상 운전자 중 면허를 반납한 인원의 비율은 2.06%(7만6002명)로 집계됐다.
고령운전자의 사고 원인으로는 노화에 따른 시력저하, 인지지각기능 및 운동능력 감소 등이 꼽힌다. 운전은 시각·청각 등 여러 감각 자극을 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인데 노인은 노화 탓에 순간대응 능력이 떨어져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이나 정신력 등 신체조건은 개인적 편차가 있지만 60대에 접어들면 시·청각 기능이 저하돼 사고 위험이 2배가량 높아질 수 있다. 사고 위험을 가장 높이는 원인은 시력 저하다. 한국교통연구원 연구결과 60세 이상부터 동체시력이 30대의 80%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체시력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고 빠르게 인지하는 시각적 능력을 의미한다. 운전 시 동체시력은 자동차의 이동속도가 빠를수록 저하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지시력이 1.2인 사람이 50㎞/h 속도로 운전하면 동체시력은 0.5 이하로 떨어진다. 노화로 동체시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자동차의 속도감이 더해지면 도로표지를 읽는 게 힘들고, 속도감이 떨어져 과속하게 되며, 다른 차나 보행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구별하기 어려워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보통 60세 이상의 40%가량이 시력 문제로 야간운전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령운전자는 시야각이 60도로 젊은층(120도)의 절반으로 줄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못볼 확률도 높다. 주행 차선을 바꾸기 전 사이드미러를 확인할 때 또는 먼 곳을 보다가 가까이 있는 내비게이션을 볼 때 순간적으로 어지럼증이 느껴지면 잠시 운전을 멈추고 눈을 쉬게 해줘야 한다.
인지 및 반응속도 감소도 고령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재활연구소에 따르면 고령운전자는 젊은 운전자보다 반응 시간 및 속도 예측이 느렸고 핸들조작 및 동시조작 능력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상현실을 이용한 운전 시뮬레이터 도로주행 검사에서 합격한 비율은 노인 운전자가 61.8%로 젊은층(91.7%)보다 낮았다.
또 도심에서 돌발상황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해 측정한 결과 비고령 운전자의 반응 시간은 0.7초인데 비해 고령은 1.4초가 넘었다. 고령 운전자는 고속도로 내 돌발상황에 대한 반응과 출발반응 시간도 일반 운전자보다 17% 이상 오래 걸렸다.
사고 위험을 막으려면 고령 운전자는 좌석을 높게 조정해 시야를 최대한 넓게 확보해야 한다. 라디오나 음악의 볼륨을 낮추고, 에어컨이나 히터를 약하게 가동하는 게 좋다. 나이가 들수록 청각이 떨어져 다른 차의 경적소리나 내비게이션 알림을 잘 듣지 못해 순간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복용 중인 약이 감각을 저하시켜 영향을 안전운전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65세 이상 고령층의 절반가량이 질환 치료나 자양강장을 이유로 약을 복용하는데 신경안정제와 우울증약은 신체반응 속도를 저하시켜 사고위험을 높일 수 있다. 진통제·두통약·간질약·혈압약·멀미약·감기약도 감각에 영향을 미치는 약제다.
장거리 운전을 앞두고 있다면 의사와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운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담해보는 게 좋다. 또 미리 운전 경로를 파악해두고 새로운 길보다는 평소 자주 다녀 익숙한 도로를 주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령자 운전자의 상당수가 생업과 직결돼 있어 무조건 나이로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선진국65세 이상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