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9일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들이 앞다퉈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서도 갖가지 정책을 펼쳤지만 아기 출생율은 점점 떨어지고있어 커다란 국가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난임 치료를 위해서는 원인이 뭔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최근 난임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이 2017년 20만 8704명에서 2019년 23만 802명으로 증가했다.
난임은 피임을 하지 않은 부부가 정상적인 관계에도 1년 내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이르는데, 한 번도 임신하지 못하는 ‘일차성 난임’과 임신을 한 적은 있으나 이후 임신이 안 되는 ‘이차성 난임’으로 분류된다.
난임 원인은 다양하다. 남성이 원인이 되는 경우는 호르몬 이상, 선천적/후천적 무고환증·무정자증, 고환염, 클라인펠터 증후군(XXY 성염색체를 가진 질환), 간경화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에게 생길 수 있는 난임 유발 질환으로는 난소 기능 저하, 다낭성 난소 증후군, 배란 장애, 난관 손상, 면역학적 이상, 감염, 심한 전신적 질환, 자궁내막증(자궁 안쪽을 싸고 있는 막이 나팔관이나 난소, 복막까지 퍼져 자라는 질환) 등이 있다.
결혼 6년차 박모 씨(38)는 최근 남편이 ‘남성 난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혼생활을 즐기다가 본격적으로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연임신이 안 돼 산부인과를 찾았다. 한 달 전에는 비뇨의학과에 남편 등을 떠밀었다. 남편이 받아온 결과는 ‘정계정맥류’였다. 다행히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 남편과 함께 건강관리에 돌입했다.
박 씨처럼 남성 난임으로 고민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난임은 피임 없이 1년 이상 성생활을 한 뒤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부부 7쌍 가운데 1쌍은 난임을 겪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남성 난임 환자는 2015년 5만 3980명에서 2019년 7만 9251명으로 5년간 약 4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여성 환자는 16만 2083명에서 14만 5492명으로 10.2%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만혼에 흡연과 음주, 스트레스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꼽힌다.
난임을 여성의 탓으로 돌리는 풍조는 여전하다. 하지만 부부 사이 난임 책임의 절반은 남성에게 있다는 게 정설이다. 의학계에서는 난임의 원인이 남성과 여성에게 각각 40%씩 있다고 본다. 남녀 모두의 문제인 경우는 20%다. 난임의 절반 정도는 남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인식 때문에 난임의 진짜 이유를 찾는 시간이 지체되고, 여성들이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시술을 받게 된다는 데 있다. 조정기 한양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서울시의회 주최 ‘남성 난임 개선 토론회’에서 “남녀가 거의 비슷한 원인을 제공하는데도 난임 검사와 치료가 여성에게만 강요되고 있다. 남성 난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출산 대책 단골손님인 ‘난임부부 지원’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총 8218억2207만원을 투입해 난임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책은 한 명의 아이조차 낳으려고 하지 않는 청년층이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라 난임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시술비 지원 횟수나 대상이 제한돼 상당수 난임부부들에게 상실감을 주고, 성공률도 30%로 높지 않아 효과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전문가 90명이 참여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 평가 자료에서 25개 주요 저출산 대책 중 난임부부 지원 정책을 효과성 측면에서 23위로 꼽았다.
문재인정부가 저출산 기본계획으로 내세운 ‘청년고용 활성화’는 인턴 등 비정규직 확대를 골자로 하는 것이어서 반대 여론에 부딪혀 사실상 폐기됐다. ‘신혼부부 행복주택 공급확대’ 정책은 정작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혼부부의 비율이 5%에 불과하다.
또 정부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쏟아낸 육아휴직자의 건강보험료 경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 확대, 남성육아휴직 인센티브 확대, 출산휴가 급여 지원 확대 등 대책은 대부분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해 고용보험 혜택을 못 받는 영세기업 근로자는 논외였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정책적 수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선택과 집중, 분리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연명 교수는 “그동안 저출산대책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뒤섞여 혼란스럽고 부처의 실행 과제들을 망라해놓은 식”이라며 “다양성 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부처별 끼워넣기식 대책으로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어렵고 쓸데없이 예산만 늘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정부 정책뿐 아니라 사회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식전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문화 개선 등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도입, 아동수당 도입 등 구체적·실질적인 정책을 설계하고 부처간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아동의 기초 양육비용을 보장할 ‘아동수당’ 도입, 육아휴직 급여 현실화, 민간 어린이집 국·공립 전환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애를 낳으면 나라에서 키워준다는 의식이 형성되도록,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한 육아 비용의 정책적·기업비용적 투자가 당연시도록 문화와 정책이 바뀌어야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고 출산하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음을 정책 입안 및 집행권자는 명심해야 한다.
박형근 건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남성 난임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며 "정계정맥류가 원인이라면 현미경 수술로 교정하고, 혈액 검사 결과 남성 호르몬 저하가 있으면 성호르몬 주사를 투여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부고환이나 정관 손상으로 인한 경우에는 현미경을 이용해 직접 정자를 채취한 후 난자 세포질 내 정자를 주입(ICSI)해 인공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수정의 경우 임신 확률이 10~15%이며, 치료는 약 6개월 간 지속한다. ICSI를 이용한 경우에는 성공률이 약 15~30%로 높아진다.
남성 난임을 예방하려면 술이나 담배를 즐기는 생활습관, 운동부족을 개선해야 한다. 허벅지 위에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두는 등 고환 가까이에 전자기기를 두는 습관을 버리고, 셀레늄, 오메가3가 많은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패스트푸드는 정자 기능을 떨어뜨려 자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