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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비만은 단순한 신체적 특성? … 반드시 치료 필요한 질환
  • 설동훈 기자
  • 등록 2022-01-04 16:28:35
  • 수정 2022-01-04 16: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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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식이요법 감량 효과 한계 … 비만수술 등 근본적 치료해야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건강을 해칠 정도로 지방조직에 비정상적인 또는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정의한다. 특히 비만을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유행병’으로 지칭하고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과학적으로는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비만이라고 하지 않는다. 비만이란 우리 몸속에 너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체지방이 쌓여있는 것을 말한다.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 ‘부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던 비만이 이제는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비만 자체로도 심각하게 건강에 해롭지만 비만으로 인해 초래되는  여러 질병들을 보면 정말 심각한 병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실제로 비만은 다양한 대사질환의 원인으로 위식도 역류질환, 수면무호흡증, 성기능 장애, 불임, 관절염, 일부 암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그래서 뚱뚱해 보이는 개인의 신체적 특성 정도로 치부하는가 하면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인해 오히려 비만을 가중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정윤주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건강 상식 등으로 비만을 단순한 신체적 특성 정도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비만은 여러 가지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해야 해야 한다”며 “특히 고도비만의 경우 식이조절·운동 프로그램·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체중 감량을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만큼 비만수술 등 보다 근본적인 치료방법을 통해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성인병을 초래하는 질환이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비만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비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중이 많이 나가면 비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만이 아니어도 근육이 많은 사람은 체중이 많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기준이 필요한데 이때 비교적 간단하게 체지방률을 예측할 수 있는 수치로 사용되는 것이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 몸무게(㎏) / 키(㎡))다.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 아시아-태평양 비만진단기준에 따라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체질량지수 23 이상인 경우 과체중, 25 이상부터 비만으로 정의한다. 또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비만학회의 권고안에서는 허리둘레(복부비만)를 기준으로 남자는 90㎝ 이상, 여자는 85㎝ 이상을 비만으로 진단하도록 하고 있다.


체질량지수 30 이상, 병적비만의 경우 비만 관련 질병의 위험도가 심각하게 높아지는데 최근에는 비만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고 치료하자는 의미에서 영문명인 ‘Morbid Obesity’를 그대로 해석해 ‘병적비만’으로 부르는 추세다.


비만은 과식과 게으른 성격이 원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만은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많이 먹으면 발생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절못된 선입관이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만은 에너지 섭취가 소비를 능가할 때 잉여 에너지가 지방조직으로 저장돼 발생한다. 그렇다고 비만을 단순히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는 탓으로 생각해 모든 책임을 개인의 의지나 잘못된 습관 문제로만 돌리는 것도 맞는 얘기는 아니다. 최근 쌍둥이 연구나 입양 연구를 통해 체질량지수를 결정하는 데 유전적 요인이 40~70% 정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외에 장내 미생물과 장-신경계 축(gut-brain axis)을 통한 장관계와 신경계 간 상호 작용, 스트레스나 기분에 따른 식욕과 대사의 조절, 연령에 따른 기초대사량 감소 등이 비만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손으로 잡히는 살이 없다면 비만이 아니다?


손으로 잡았을 때 잡히는 살은 ‘피하지방’으로 보통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많이 쌓이게 된다. 그러나 피부와 멀리 떨어진 내장, 즉 심장이나 복부 내장 사이에도 지방이 쌓일 수 있으며 이를 ‘내장지방’이라 한다. 


내장지방은 손에 잡히지 않아 외관상으로는 그 양을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장지방은 각종 성인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피하지방보다 더 세밀히 관리해야 한다.


비만은 치료해야 할 질환이다?


비만(병적비만)은 관리와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 비만은 제2형 당뇨병·고지혈증·인슐린 저항성·대사증후군·담낭질환·관상동맥 질환·고혈압·암 등과 같은 대사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실제로 비만이 이들 합병증에 미치는 기여도는 고혈압 75%·암 33%·당뇨병 44%·허혈성 심질환 2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수면무호흡·관절질환·통풍·위장관 질환·알레르기·남녀 생식능력의 저하에 따른 불임 등에도 영향을 준다.


비만, 특히 병적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총 손실은 2016년 기준 11조4679억 원에 달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의 부재 등으로 아직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는 체중조절이 어렵다?


성인의 체중은 50개 이상의 변화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수면량, 식욕과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량, 과일·채소 섭취량, 장내세균총, 스트레스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서로 유기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조절된다. 따라서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는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비만 환자의 경우는 늘어난 몸무게와 부족한 근육, 관절에 가해지는 압박 때문에 많은 양의 운동을 소화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또 반복적인 다이어트 실패로 인한 심리적인 실패감과 학습된 무기력감으로 우울감에 빠지거나 사회활동의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비만은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 비만의 해소가 어려운 병적 비만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을 통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크게 위의 용적을 줄여 음식물의 섭취를 제한하는 제한적 수술, 영양분의 흡수를 억제하는 수술, 그리고 이 두 방법을 합친 혼합형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용성을 인정받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복강경 위소매절제술과 복강경 루와이 위우회술 등이다. 


위소매절제술은 위를 축소해 음식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고 위우회술은 위를 축소해 음식물 섭취를 줄임과 동시에 소장의 일부를 우회시켜 영양분의 흡수를 줄이는 개념이다.


수술방법은 환자의 체중·체질량지수·영양 상태·당뇨 동반 여부·췌장 기능 보존 여부와 기타 합병증 동반 여부에 따라 의사와 환자가 긴밀하게 상의해 결정한다.


비만 수술은 위험하다?


과거 비만 수술 중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으로 인해 비만 수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물론 사인이 비만 수술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이로 인해 비만 수술이 굉장히 위험한 수술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물론 모든 수술이 그러하듯 비만 수술 또한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 빈도가 담낭절제술 정도로 보고되고 있어 비만 수술이 유난히 위험한 수술이라고 알려진 것은 오해다. 실제로 비만 수술에 주로 활용되는 복강경 수술은 절개 부위가 크지 않아 통증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르며 폐렴 등의 합병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비만 수술은 모든 비만 환자에게 권장된다?


비만대사 수술은 생활습관 개선 등 비수술적인 치료로도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이 되지 않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2019년 1월부터 병적비만(BMI 35 이상)이거나 심혈관질환,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수면무호흡증, 관절질환, 위식도역류, 고지혈증, 천식 등 대사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BMI 30 이상일 경우, 체질량지수 27.5 이상인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위소매절제술이나 루와이 위우회술을 시행할 경우 요양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등 서양에서는 비만 수술 대상을 체질량지수 40 이상 또는 35 이상이면서 당뇨 등의 합병증을 동반한 환자로 적응증을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인의 경우 비만에 의한 합병증이 더 빨리 발생하기 때문에 이보다 5 정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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