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탱크가 굴러가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심한 코골이는 주변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환자 본인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57%, 여성의 40% 정도가 잠을 자는 동안 코를 골고 이 중 25% 정도의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코골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골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단순한 코의 문제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건강상식에 의존해 치료는커녕 방치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흔한데 실상 코골이는 단순히 코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더 많고 방치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최명수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심한 코골이가 있는 경우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골이를 방치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이로 인해 산소 공급에 문제가 생겨 고혈압·부정맥·심근경색 등 심장질환과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아지고 심하면 돌연사에까지 이를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명수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코골이는 질환이다?
우리 몸의 기도는 파이프처럼 딱딱한 형태가 아닌 입천장, 혀의 뒤쪽 부분처럼 부드러운 살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기도의 경계가 되는 부위가 넓으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기도가 좁아진 상태에서는 공기가 통과 중에 떨림이 생겨 소리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코골이”라고 한다.
코골이는 그 자체로도 치료 대상이 되지만 기도가 좁아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막혀 호흡 정지가 발생해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해야 할 질환이라 할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건강에 위협이 된다?
수면 중 숨길이 좁아지거나 막히게 되면 충분한 산소를 얻을 수가 없게 된다. 산소가 부족하면 심장에서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더 빨리 뛴다든지 압력을 더 높이는 반응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지속될 경우 고혈압이나 여러 심혈관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뇌에서는 수면을 중단시키고 깨워서 정상적인 호흡을 하도록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이 결국 수면을 분절시키게 되고 깊은 잠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자고나도 졸리고 피로가 회복하기 어려워 직장이나 학교에서 업무능력이나 학습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나아가 만성피로, 우울증 등 삶의 질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
코가 크면 코골이가 심하다?
코골이는 코의 크기나 콧구멍의 크기와는 상관이 없으며 기도가 좁아서 발생한다. 수면 중 복합적 원인으로 인해 공기가 통과하는 상기도가 충분히 열리지 않아 좁은 기도를 통과하는 공기에 의해 목젖, 연구개 또는 혀뿌리 부위가 떨리며 소음을 내게 된다.
코골이를 코나 비강의 문제로만 인식해 이비인후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코골이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일 뿐 기저 원인에는 수면장애 ‘수면무호흡증’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면무호흡증은 좁은 기도 때문에 수면 중 호흡이 멎는 현상으로 평소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는 물론 고혈압·심장질환·뇌졸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수면 클리닉에서 복합적으로 접근해 치료해야 한다.
베개를 높이 베면 코를 덜 곤다?
흔히 코골이가 심한 사람들에게 높은 베개를 벨 것을 권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코골이 증세를 더 심해지게 할 뿐 아니라 정상인의 코골이 가능성까지 높일 수 있는 잘못된 방법이어서 삼가는 게 좋다.
높은 베개는 턱이 목을 누르게 해 기도가 오히려 더 좁아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또한 딱딱한 베개도 목이 꺾이는 자세를 촉진해 코골이 환자에게 좋지 않다.
나이가 들면 코골이가 심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코골이가 심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가 들어 노화현상이 진행되면 신체 기관을 구성하는 조직의 탄성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지는데 기도의 탄력 역시 떨어져 기도가 쉽게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혀의 탄력 역시 젊은 시절과 달리 탄력이 떨어져 뒤로 쳐지면서 기도를 막게 돼 코골이증상이 심화될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상관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코골이는 수면 중에 호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소음이고 수면무호흡증의 신호일 수 있다. 간헐적인 가벼운 코골이는 무호흡과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지만 심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코골이는 반드시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예컨대 △잠을 오래 자도 늘 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만성피로·졸림에 시달린다 △아침에만 심한 두통이 있다 △밤에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야간 빈뇨가 있다 △남성의 발기부전 같은 비뇨기계통 문제들로 나타난다 등의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 수면검사등을 통해 수면무호흡증 유무를 진단받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골이는 치료가 잘 안되고 수술해도 재발하니 치료할 필요가 없다?
이는 코골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절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심한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뇌졸중, 뇌출혈 같은 심각한 문제나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인한 급사 위험성까지 증가할 수 있다. 심한 코골이 및 무호흡증은 정확한 검사·진단·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질환이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경우 표준 치료법은 양압기치료다. 양압기는 바람이 나오는 기구로 바람이 나와서 막혀있던 숨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꾸준히만 착용하면 90%이상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 턱을 앞으로 당겨주어서 숨길을 넓게 해주는 구강내장치도 있는데 가벼운 수면무호흡증이나 코골이에 도움이 된다. 다만 심한 수면무호흡증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턱관절이나 치아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이 어렵다.
수술적 치료도 할 수 있다. 수술을 위해서는 숨길의 막힘이 되는 곳이 명확하게 확인돼야 하고 수술 후 부작용도 적어야 하는데 이러한 전제가 되는 수술대상자는 많지 않아 수술은 제한적으로만 시행되고 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의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생활습관의 개선도 중요하다. 우선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비만한 경우에는 체중감량이 도움이 된다. 체중 10kg을 감량하면 수면무호흡증이 50%정도가 호전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과음을 할 경우 숨길 근육의 힘이 떨어져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심해질 수 있어 금주하거나 마시는 양을 줄이는 것도 수면에 큰 도움이 된다. 잠을 자는 자세도 반듯이 누운 자세보다는 옆으로 눕거나 상체를 30~40도 세운 자세로 수면을 취하면 숨길이 좀 더 넓어지는 효과가 있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