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내시경을 하지 않고 혈액 검사만으로 위암 발생의 위험군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연구진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조준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병센터 교수는 혈액 속 펩시노겐 비율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혈액 항체 검사를 통한 위암 발생 위험군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위암을 앓고 있는지, 암이 될 수 있는 선종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 교수가 개발한 예측모델을 통해 혈액검사로 위암 인자가 있는지 사전에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 교수는 SCI 논문 ‘정상 혈청 펩시노겐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항체 결과를 보이는 환자에서 위암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한 차별 점수 모델’을 아시아-태평양 소화기학 저널(Journal of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2021년 12월호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혈액 펩시노겐 I이 70ng/mL 이하, I/II 비율이 3이하인 만성 위축성 위염 소견과 헬리코박터 면역글로불린 G항체를 이용해 위암 발생 위험도를 A~D군으로 분류했다. 그 중 위염 소견이 없는 위암 발생 저위험군 392명을 대상으로 내시경 검사에서 전암성 병변 유무에 따라 성별, 연령, 혈액 펩시노겐 수치, 헬리코박터 항체 역가, 가스트린 값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다변량 분석에서 헬리코박터 항체의 고음성 역가(1점), 환자 연령 50~64세(2점), 65세 이상(3점)인 경우에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발병율이 높아 차별 점수 모델에 적용했다. 총 점수가 0~4점인 경우에 실제 위험율이 각각 3.7%, 18.2%, 41%, 66.7%, 80%로 순차적으로 비례해 그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정상-비정상 분류 성능지표(AUROC)와 총 진단 정확도는 89.4%, 93.8%였다.
특히, 이 모델은 민감도가 우수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만성 위염 소견이 있는 환자 100명 중 99.6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준형 교수는 “국가 암진단 사업의 일환으로 만 40세 이상 성인의 경우 위 내시경 검사를 2년마다 시행하면서 암 사망률 감소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집단 선별 검사는 내시경이 침습적인 검사임에도 수진자 개별에 대한 위암 발생 위험도에 근거하고 있지 않아 비용-효과 측면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해외 연구에서도 혈액 펩시노겐과 헬리코박터 항체 검사를 같이 시행해 개인별 위험도에 따른 적절한 내시경 검사 주기를 제시하고 있어 우리나라 소화기 내시경 의사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 교수는 2017년 의학 저널(Medicine)에 ‘혈청 펩시노겐 수치를 이용한 위 신생물의 위험도 평가: 한국인에서 환자-대조군 연구를 통한 새로운 제안’, 2019년 스칸디나비아 소화기학 저널(Scandinavi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후 혈청 펩시노겐 비율의 회복과 관련된 요인 분석: 한국에서의 장기 추적 연구’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펩시노겐>
펩시노겐은 위장의 소화 효소인 펩신의 전구 물질로 위점막의 주세포에서 분비되며 그 중 일부가 혈액으로도 확산돼 혈액 검사로도 측정이 가능하다. 한국인의 만성 위축성 위염 및 위산 분비 정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혈액 내 펩시노겐 비율이 3이하인 경우에는 만성위염 소견으로 위암 발생의 고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질환인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의 유병률은 각각 40%, 12%이상이며 이를 진단받은 경우 위암 발생 위험이 약10배 증가해 위암의 전구 병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암성 위염이 만성화된 경우 위점막 위샘에서 위산과 펩시노겐 분비의 감소를 유발한다.
<헬리코박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편모를 가지고 위 점막 표면에 부착해 서식하는 나선형 모양 세균으로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구강을 통해 감염되며 한국인에서 절반 가까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성인기에 발생하는 소화성 궤양의 주요 원인에 속하며 장기간 염증 물질인 싸이토카인 생성에도 관여해 상당수의 감염자에게서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과 같은 전암성 위염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 감염자는 혈액 항체 검사로도 진단이 가능하며 그 중 면역글로불린 G는 대규모 역학 조사 연구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다만 과거 감염자나 제균력이 있는 경우에도 장기간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현재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급속요소분해효소 검사와 요소호기검사가 추가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