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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생존자 2차암 공포 … 위암 경험자, 대장암 위험 1.4배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12-22 11:49:46
  • 수정 2021-12-22 11: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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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 경험자, 두경부암 확률 4배… 비만·흡연, 2차암 위험 41% 높여

20년 전만 해도 암은 불치의 병으로 여겨졌지만 의료 술기의 발전으로 완치 판정을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암을 치료하고 있거나 치료한 뒤에 생존하고 있는 사람은 국내에만 약 수백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암이 완치됐다고 해서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재발암, 전이암과 전혀 다른 개념인 2차암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암생존자'란 지금 이 순간 암을 진단받은 환자에서부터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닥친 환자에 이르기까지 '암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암환자를 말한다.미국의 경우 암생존자가 25명 중 1명꼴인 1200만명에 달하고, 우리나라도 50명 중 1명꼴인 약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현재의 고령화 추세에 비춰 암 생존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의학계가 이런 '암생존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암 치료 이후 재발의 두려움은 둘째 치더라도 암 치료로 인한 삶의 질 저하와 새로운 2차암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건강관리 문제로 인해 암의 공포가 여전하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암치료가 끝난 암 생존자들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피해야 할 음식은 무엇인지,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하고, 어떤 영양보조제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2차암은 암 치료 이후에 원래 있었던 암과 무관하게 새롭게 발생한 암을 의미한다.  원발암과 조직적 특성이 딴판으로 다른 게 바로 2차암의 차별성이다. 암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몸속에 남아있다가 새로운 종양을 만들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재발암이나,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전이암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부위에 새롭게 생긴 암을 말한다.


암을 한 번 겪은 사람은 암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 2차암 발생 위험이 높다. 2차암은 원발암 발생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나타난 다른 종류의 암을 의미한다. 여러 암을 부르는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갖고 있거나, 처음 생긴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방사선·항암제에 의해 정상세포의 유전자가 변형돼 2차암이 발생하게 된다.


암 환자에게 새로운 암(2차암)이 생길 확률은 이전에 암을 겪지 않은 사람보다 1.1~1.7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위암을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위험이 1.4배가량 높다. 조오연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위암 경험자의 가장 흔한 2차암 발생 부위는 대장이 16.7%로 가장 많았고 폐(12.9%)·갑상선(9.0%)·전립선(8.5%)·간(8.2%)·식도(5.8%) 등이 뒤를 이었다. 원발암 완치 후 2차암이 발생하기까지는 평균 20.2개월이 소요됐다.


또 폐암을 겪은 환자는 두경부암 위험이 4배 높다. 대장암을 앓았던 사람은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1.5배, 유방암·부인과암 등 여성암 위험이 1.5~3배, 갑상선암 위험이 3배가량 높다.

갑상선암 경험자는 2차암으로 위암·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1.1~1.3배, 유방암 위험이 1.2~2배, 신장암 위험은 2~4배 높다. 부인과 암 중 자궁내막암, 자궁경부암은 비교적 재발이나 2차암 위험이 낮고 예후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난소암은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높고 재발·2차암 위험도 비교적 높다.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암을 경험한 사람에서 새로운 암이 생길 가능성이 큰 이유는 잘못된 건강습관을 유지하고 있거나, 암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을 보유했거나, 암치료 과정에서 노출된 약제나 방사선이 암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암 진단 당시 고령이거나, 암을 진단받기 오래 전부터 흡연·비만·당뇨병 같은 위험인자를 갖고 있으면 2차암 발생 위험이 높다. 배재만 교수는 “60세 이후 암을 진단받은 사람은 50세 전 진단 환자보다 2차암 발생위험이 1.8배,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흡연 관련 2차암이 생길 위험이 2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 경험자가 완치 후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2차암이 발병해 다시 병원 신세를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도 2차암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국립암센터와 서울대병원의 연구결과 암 진단 전 고도비만이었던 환자는 정상체중인 환자보다 2차암 발생위험이 약 41% 높았다.


2차암과 재발·전이암 예방을 위해 대장암·직장암 경험자는 1~2년 간격으로 위·대장내시경을 받는 게 좋다. 유방암은 유방촬영·유방초음파, 갑상선암은 갑상선초음파, 자궁내막암 등 부인과암은 부인과초음파를 1~2년마다 받도록 한다. 신장암·방광암은 미세혈뇨검사, 두경부암은 이비인후과 의사의 진찰을 1~2년마다 받으면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배재만 교수는 “국내 암치료 후 생존자 중 상당수는 2차암의 개념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부분 치료를 받았던 병원에서 재발 여부에 대한 추적검사를 받으면 필요한 모든 검사를 다 받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이런 인식을 바꾸려면 주치의가 2차암 검진을 적극 권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 치료 후 일상으로 복귀한 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스트레스’와 ‘피로도’였고, 이는 ‘가족(남편, 자녀 등)’과 연관이 깊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미선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팀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암 치료 종료 후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에 내원한 322명의 설문조사와 개별 인터뷰 내용을 ‘머신러닝 기법’을 통해, 이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와 염려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대상자의 약 80%는 여성 유방암 환자로, 대부분 50세 미만 젊은 환자였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4~2018년 모든 암의 5년 생존율은 70.3%다. 즉 암 환자 10명 중 7명이 의학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암으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 실직, 치료 후 후유증, 합병증, 이차암 발생, 재발에 대한 두려움, 우울·불안, 암 환자에 대한 편견 등 암 생존자가 겪는 어려움과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전미선 교수는 “암 진단 후 정신적·육체적으로 길고 힘든 치료과정에서 가장 힘이 되고, 도움이 될 것 같은 가족이 오히려 다양한 갈등, 부담감, 걱정의 요인이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암 발생률이 감소 추세지만 기대수명 기준으로 암에 걸릴 확률이 3명중 1명으로, 살다보면 우리 가족 누군가는 암 환자일 수 있다"며 "암 환자에게 가족의 따뜻한 응원과 도움이 필요하며, 암 생존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족 참여 교육 및 프로그램 활성화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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