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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머=유방암, 사실 아니다 … 모유수유 암 예방은 ‘팩트’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12-20 10:49:57
  • 수정 2021-12-20 10: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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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경 후 체중이 10kg 증가해도 위험도 80% 높아져 늦은결혼도 원인

“유방암만큼 ‘짝퉁’ 정보가 넘쳐나는 질병도 찾기 힘들죠. ‘가슴 크기가 크면 발병 위험이 높다’, ‘브래지어를 차면 유방암에 잘 걸릴 수 있다’ 등은 모두 근거 없는 거짓정보입니다. 반대로 모유수유가 유방암 예방에 좋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증명된 팩트입니다.”


유방암은 위암·대장암·갑상선암 등 다른 암과 달리 해마다 발생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지난 해 전세계에서 유방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68만5000명에 달한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무려 230만여명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잘 걸리는 암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처음으로 국내 유방암 환자 수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유방암은 한국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게다가 국가 암 등록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부터 유방암 발생률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방암이 완치 가능한 암이라고 말한다.


2000년대 들어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암 1위는 줄곧 갑상선암이었지만 2016년 이후부터는 유방암이 앞질렀다. 2016년 새로 암 진단을 받은 여성 10만9112명 중 유방암 환자는 2만1747명(19.9%)으로 여성암 중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은 20~30대 환자가 전체의 10%를 차지할 만큼 젊은층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는 서양보다 3배가량 높은 수치다.흔히 유방은 ‘아름다움의 상징’, ‘여성의 상징‘, ’모성의 상징’ 등으로 표현된다. 유방암은 말 그대로 유방에 생긴 암이다. 암세포가 주로 생기는 부위는 젖을 만들어 저장하는 소엽과 젖이 이동하는 유선관이다. 암세포가 상피세포를 지나 유방조직까지 침투하면 ‘침윤성 유방암’, 상피세포에만 존재하고 유방조직까지는 침범하지 않은 경우엔 ‘비침윤성 유방암(상피내암)’으로 구분된다. 


즉 암세포가 유관에서 발생하고 유방조직까지 퍼졌다면 침윤성 유관암, 발생 부위가 소엽이면서 암이 상피세포 안에 국한됐다면 소엽 상피내암으로 분류된다. 침윤성 유관암이 전체 유방암의 80%를 차지하며, 침윤성 소엽암은 10% 정도다. 유방암 발생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노출량과 기간, 연령, 출산 및 수유 경험, 방사선 노출, 음식물(특히 고지방식), 음주, 환경호르몬 등이 꼽힌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으면 1.8배,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으면 1.5배, 출산 경험이 없으면 1.4배 위험률이 높다. 폐경 후 체중이 10kg 증가해도 위험도는 80% 높아진다. 주 3회 이상 술을 마시면 50%가량,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하면 100% 이상 증가한다. 서구식 식생활을 즐겨 하거나 과거에 유방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어도 위험도는 높아진다. 


유방암이 갑상선암이나 자궁경부암 등 다른 여성암 발생률을 앞지른 것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생활환경이 바뀌어서다. 직장생활로 인해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운동시간이 현저하게 부족하며, 고열량·고지방 식이가 증가하면서 유방암 유병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폐경 여성의 호르몬대체요법도 유방암 발생 빈도를 높이는 이유다. 


늦은 결혼과 저출산도 유방암과 직결된다. 백남선 포항 세독병원 병원장 (전 이대여성암병원 교수)은 “배란으로 인해 세포의 생성과 소멸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면 유전자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유전자가 변이된 세포는 정상세포보다 암세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미혼 여성이나 결혼했지만 출산은 하지 않는 딩크족 여성이 유방암에 쉽게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임신이나 출산으로 배란 횟수가 줄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낮아질 수 있다.유방암 유병률의 증가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근거 없는 가짜뉴스도 넘쳐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가슴이 큰 글래머일수록 유방암에 잘 걸린다’는 속설이다. 백 교수는 “결론부터 말하면 가슴 크기와 유방암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전혀 없다”며 “유방암은 보통 유선 조직에서 생긴다. 


가슴이 큰 것은 유선이 아닌 유방내 지방조직이 많아서”라고 말했다.일각에선 가슴이 클수록 유방암 위험이 높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유전자분석 회사 ‘23andMe’는 유전자 분석서비스를 받은 여성 1만6000명을 대상으로 브래지어 크기를 AAA부터 DDD까지 총 10단계로 나눠 설문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수백만 개의 유전적 변이와 비교한 결과 가슴 크기와 유방암 발병률이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니콜라스 에릭슨 박사에 따르면 가슴 크기와 관련되는 7개의 유전자 중 3개가 유방암 발병과 연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래지어를 오래 차면 유방암 위험이 높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브래지어 와이어(철사)는 가슴 모양을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가슴을 고정시키다보니 혈액과 림프액 순환을 막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실질적인 암 발병과는 연관되지 않는다.모유수유가 유방암 예방에 좋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백 교수는 “모유를 수유하면 아이의 면역력이 높아져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지는 것은 물론 산모에서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져 유방암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미국암연구소(American Institute for Cancer Research, AICR) 연구에 따르면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은 5개월마다 유방암 위험이 2% 감소했으며, 모유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은 경험이 있는 여성보다 발병 위험이 1.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AICR은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모유수유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유방암 치료의 성패는 진단 시기에 달려 있다. 유방암은 조기 진단시 5년생존율이 95%에 달하지만 말기 이후엔 30%대로 급감한다. 진단이 빠를수록 유방보존술로 원래 유방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국가암검진 권고안은 40세부터 1~2년마다 검진을 추천하지만 최근 젊은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가족력 등 고위험군일 경우 35세부터 검진을 받아보는 게 좋다. 


진단은 먼저 유방촬영술과 초음파로 1차검진, 악성질환이 의심되면 추가로 조직검사를 실시하고 유방암으로 판정되면 자기공명영상(MRI)와 양전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PET-CT)으로 확진한다. 최근엔 유방 양성종양에 한해 초음파영상을 보면서 동시에 바늘을 유방에 삽입, 조직을 떼어내는 진공보조유방양성종양절제술, 이른바 ‘맘모톰(mammotome)’이 자주 시행되고 있다.


유방암의 표준치료법은 암세포와 함께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유방전절제술이다. 가장 확실한 치료효과를 나타내고 재발과 전이 위험을 원천 차단할 수 있지만 여성성의 상징인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만큼 환자의 심리적 충격이 적잖다. 이로 인해 유방조직을 일부만 절제하고 원래 형태를 복원하는 유방보존술이 1980년대부터 미국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학문적 근거가 쌓이면서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졌고 최근엔 진행성 유방암에도 선행항암화학요법으로 유방암 병기를 낮춘 뒤 유방보존술을 시행하는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선 1986년 백남선 교수가 가장 처음 도입해 시술에 성공했다.유방보존술은 종양 크기가 2.5~3㎝ 이하인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방조직을 전체의 4분의 1만 절제하는 수술기법이다. 


종양과 함께 주위 1~2㎝ 정도의 유방조직을 절제하게 된다. 백 교수는 “종양 절제 후 유방 크기가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는 환자에 한해 유방보존술을 시행한다”며 “가슴 중심을 기준으로 안쪽에 생인 종양은 조금만 잘라내도 모양이 흉해져 보존술이 불리한 반면 바깥쪽에 생긴 종양은 겨드랑이 부위의 살을 움직여서 가슴 모양을 만들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방보존술 직후엔 유방재건술을 시행해 수술 전과 최대한 비슷한 유방 모양을 만들어준다. 수술 후 방사선요법과 항암제 투여를 병행하는 것도 필수다. 백 교수는 “유방보존술은 유방암 환자에게 미용 및 심리 면에서 최대의 효과를 준다”며 “꼭 미용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의 5년생존율은 93.7%로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81.7%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암세포는 큰데 유방이 너무 작으면 유방보존술이 어려울 수 있다. 고령이나 기저질환으로 방사선치료가 어렵거나 병소가 여러 곳에 생긴 다발성 유방암인 경우에도 보존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조기발견에는 자가진단이 필수다. 유방암은 샤워 중 가슴 밑부분을 만져보는 것만으로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백 교수는 “만졌을 때 큰 덩어리가 만져지는 느낌이 든다면 바로 병원에 가봐야 한다”며 “보통 생리 후 3~5일이 지나면 가슴이 제일 부드럽기 때문에 이 시기에 자가진단을 해보고, 겨드랑이와 쇄골 윗 부분도 항상 만져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유방암을 예방하려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1주일에 3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걷기·자전거타기·수영·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콩을 자주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콩에 든 식물성 여성호르몬인 이소플라본은 유방암 발생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생성을 막는 역할을 한다. 아시아인이 서양인보다 유방암 발생률이 낮은 것은 두부·된장 등 콩으로 된 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유방암 예방 5가지 습관>


​​1.햇볕 쬐기=햇볕을 쬘 때 체내에서 생성되는 비타민D는 비정상 세포가 증식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유방암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


2.모유수유=모유를 수유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유방 세포에 영구적으로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 변화로 인해 에스트로겐으로부터 유방 세포가 보호된다.


3.콩 섭취=콩이 많이 포함된 식단은 유방암 발병률을 14% 감소시킨다


4.유기농 식품 섭취= 비유기농 식품을 먹을땐 깨끗이 씻고 껍질은 벗겨 섭취


​5.양배추 섭취=양배추, 콜리플라워 같은 십자화과 채소는 체내 에스트로겐이 과잉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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