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찌뿌둥할 때 마사지를 받기는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가정용 마사지기'를 찾고 있다.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효도 선물로도 인기다. 특히 저주파 마사지기, 마사지건 등 제품이 유명하다. 그런데 이들 제품이 실제로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걸까. 전문가들은 가정용 마사지기로 일시적 통증 완화 효과는 볼 수 있으나, 통증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 치료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저주파를 이용한 마사지 제품은 '저주파 마사지기(EMS, Electro Muscular Stimulation)'와 '저주파 치료기(TENS, 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 두 개로 나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은 저주파 마사지기로, 부착 부위에 전기 자극을 주는 원리다. 전기 자극으로 인해 근육이 수축·이완을 반복하면서 통증을 완화한다.
마사지건 또한 외부에서 진동을 통해 근육을 눌러주고, 스트레칭해주는 효과가 있다. 근육의 긴장을 줄여주고, 작용 부위 혈류도 증가시켜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가정용 저주파 자극기는 통증 부위에 약한 전기자극을 가해 약해진 근력을 개선하거나, 근육통을 완화하는 기기를 통칭한다. 보통 주파수가 300~1000Hz이면 저주파, 그 이하는 극저주파, 이상은 고주파라고 한다. 저주파 자극기는 가정에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작고 가벼우며, 배터리를 한 번만 충전하면 반나절 넘게 작동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을 퍼지면서 판매량도 늘고 있다. 작용 기전과 사용 목적에 따라 크게 저주파 마사지기인 ‘EMS(Electro Muscular Stimulation, 전기근육자극)’와 저주파 치료기인 ‘TENS(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 경피적전기신경자극)’로 구분된다. EMS는 근육피로 개선, 근력 향상 등 ‘근육 마사지 및 재활’에 방점을 둔 기기다.
피부 바로 아래 근육층에 전기에너지를 흘려보내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촉진,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근육통을 완화한다. 보통 ‘가정용 저주파 자극기’라고 하면 EMS를 의미한다. 옛 소련에서 개발돼 ‘러시안 전류(Russian current)’로도 불린다. 1977년 러시아 물리학자인 야코프 코츠(Yakov Kots)가 2500Hz 중주파수전류(medium-frequency current)를 활용해 개발했다.
사인파 파장(sinusoidal waveform)을 이루며 폭발적 또는 연속적 리듬으로 전기를 발산해서 기존의 좋지 않은 전기흐름을 개선한다. 가정용은 200~1000Hz 저주파 범위에서 선택하도록 세팅돼 있다. 피부에 패드를 부착한 뒤 기기를 작동시키면 전기에너지가 근육을 자극해 체액순환이 촉진되고 근육에 쌓인 피로가 해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과로나 부상 등으로 운동기능이 떨어진 부위에 사용하면 근력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부가적인 효과도 나타낸다.
이동원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출시되는 EMS 기기는 주파수 조절을 통해 두드리는 강도 등을 조절할 수 있어 마치 마사지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정형외과 영역에서 전방십자인대재건술이나 무릎관절염수술 환자의 일상 복귀를 앞당기기 위해 수술 후 재활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TENS는 ‘통증 억제’가 주 목적이다. EMS와 달리 근육이 아닌 감각신경을 전기로 자극, 뇌로 전달되는 통증신호를 전기신호로 대체해 진통 효과를 낸다.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TENS이다. 이 교수는 “TENS는 관절통, 근육통, 외상 후 통증, 허리통증, 대상포진 신경통 등 급성·만성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되지만 EMS와 달리 근육이완 효과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부정맥 등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는 저주파 자극기의 전기에너지가 심장박동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특히 중증 심부전이나 관상동맥질환으로 인공심장박동기를 이식한 사람은 전기자극에 의해 박동기 기능이 멈추거나, 저해될 수 있어 사용을 삼가야 한다.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 환자가 저주파 자극기를 사용하면 뇌에 전기자극이 가해지면서 발작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평소 피부가 예민하거나 피부질환이 있는 사람은 패드를 부착한 부위로 피부발진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밖에 전기자극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신경계질환 및 당뇨병 환자,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임산부는 뱃 속 아기로 인해 몸이 무거워져 관절통 등을 겪기 쉬워 저주파 자극기의 유혹에 빠질 수 있지만 전류가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용을 피해야 한다.
저주파 자극기를 강한 자극으로 매일 사용하면 통증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어 하루에 1~2회씩, 한 번에 10~15분 내로 사용해야 한다. 한 부위만 너무 오래 사용하는 습관은 염증, 부종 등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는 만큼 ‘다이어트 효과’, ‘피부미용 개선’, ‘안면근육 및 눈떨림 치료’ 등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허위과장 광고도 많다. 특히 다이어트 효과에 혹해 저주파 자극기를 잘못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적잖다.
일부 업체들은 저주파 자극기를 신체 특정 부위에 대면 뭉친 지방이 파괴되고 해당 피부의 탄력이 증가한다고 홍보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동원 교수는 “저주파 자극기는 근육통 감소를 위해 만들어진 의료기기로 다이어트 효과를 낸다는 임상근거는 없다”며 “이론상 저주파 전기자극이 지방세포 분해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주류 학계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저주파 자극기 사용 전 의료기기인지, 공산품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근육 마사지가 목적인 EMS는 대부분 공산품, 통증 억제 용도의 TENS는 의료기기다. 의료기기는 ‘질병이나 상해, 장애를 진단ㆍ치료하거나 임신을 조절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공산품은 ‘공업적인 과정을 통해 만든 생산물’을 의미한다.
의료기기로 분류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최대 출력 전압, 출력 정확도, 최대 주파수, 통증 억제 효과 등을 입증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의료기기는 공산품보다 가격이 3~5배 비싸기 때문에 단순한 마사지 용도라면 EMS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이동원 교수는 “저주파 자극기는 근육통·신경통을 완화하는 보조적인 요법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며 “기기를 사용한 뒤 부종이나 열감이 생기고 오히려 통증이 심해진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