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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뭐니뭐니해도 코로나19 치료제의 중심은 항바이러스 제제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12-01 14:59:20
  • 수정 2022-10-20 16: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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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리어드 주사제는 유효성 논란 … 경구약에서 화이자가 MSD 압도, 유효성 미흡에도 MSD 연내 허가 예상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를 겨냥한 항바이러스제제는 현재 승인된 주사제 1종과 신약승인을 앞둔 2종의 먹는 약이 경쟁을 펼칠 구도다. 과거 혈액 유래 항체는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된 환자에서 피를 뽑아서 만드는데 그 과정이 복잡하고 유효성도 들쑥날쑥해 거의 대부분의 제약사가 작년 말과 올해 초 백기를 들었다. 백신은 예방약이어서 치료제와는 별개의 트랙이다.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로는 이미 허가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주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 remdesivir), 아직 허가받지 않은 미국 머크(MSD)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소재 생명공학기업 리지백바이오테라퓨틱스(Ridgeback Biotherapeutics)가 공동 개발한 먹는 약 ‘라게브리오’(Lagevrio 성분명 몰누피라비르 molnupiravir, 개발코드명 MK-4482, EIDD-2801), 라게브리오를 현격한 약효 차이로 납작하게 누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Paxlovid, 성분명 PF-07321332 + ritonavir) 등이 있다.  


반면 스위스 로슈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아테아파마슈티컬스(Atea Pharmaceuticals)가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인 ‘AT-527’은 지난 10월 19일 임상 2상 실패 소식을 전해 주가가 폭락했다. 이들 회사는 신약승인 신청을 철회했으며 내년 2월 제휴 계약 완전 종결을 선언했다.


여전의 유효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베클루리’ 


베클루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코로나19 치료제의 신속 개발을 독려하는 가운데 수혜를 본 첫 코로나19 공식 치료제다. 작년 5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에는 정식승인을 얻었다. 


렘데시비르 첫 승인의 기반이 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 논문(2020년 10월 8일 최종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 1062명을 대상으로 541명에는 렘데시비르를, 521명에게는 위약을 무작위로 배정해 투약한 결과 전자는 회복기간 중앙값이 10일(9~11일)인 반면 위약 투여군은 15일(13~18일)로 5일가량 단축됐다. 


치료 후 15일 시점의 사망률 추정치는 렘데시비르 6.7%, 위약 11.9%였다. 29일 시점에서는 각각 11.4%, 15.2%였다. 중대한 이상반응은 렘데시비르 투여군 532명 중 131명(24.6%), 위약 투여군 516명 중 163명(31.6%)에서 보고됐다. 이같은 유효성, 안전성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FDA는 이 결과를 근거로 지난 1일 렘데시비르를 산소포화도 94% 이하인 중증 환자에 한해 긴급사용허가(EUA)를 승인했다. 하지만 경증에서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렘데시비르의 사망률이 높아 처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최종 허가 전에 몇 번의 부정적인 데이터가 나왔지만 트럼프의 재촉에 결국 승인됐고 미국 의사들은 별 수 없이 이 약을 채택해야 했다. 길리어드 임직원들은 한동안 입원 환자들의 절반을 베클루리로 치료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2020년 10월 1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입원 환자 1만1266명을 상대로 진행한 ‘Solidarity’ 임상시험에서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했다는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그 해 3월부터 10월 초까지 30개국 500개 병원에서 입원 환자 1만1266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로피나비르, 인터페론 등 4가지 약물의 효과를 측정했더니 인공호흡의 필요성, 병원 입원기간, 전체적인 사망률 등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게 WHO의 결론이었다. 


올해 7월 발표된 노르웨이에서 181명의 소수 환자를 하는 NOR-Solidarity 임상시험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길리어드는 ‘엄정한’ 검토가 아니며, 이미 3개의 연구가 베클루리의 장점을 개략적으로 보여줬다고 깔아뭉갰다. 


베클루리는 지난해 19억달러를 벌어들여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인 13억4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올해 매출은 올 초에 30억달러까지 내다봤으나 지난 10월말에는 21억5000만달러로 길리어드가 하향 조절했다. 그만큼 이 약의 효과에 대한 불신은 큰 편이다. 


MSD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당초 기대보다 덜 효과적, 사망위험 감소 효과 50%서 30%로 하락


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지난 10월만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및 입원 위험을 절반가량 줄인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11월 26일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분석에서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덜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은 11월 4일 영국에서 ‘라게브리오’란 브랜드로 처음 승인받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각각 긴급사용승인 심사 및 순차심사가 진행 중이다. 영국 승인은 백신을 맞지 않은 경증~중등도 코로나19 외래 환자 7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MOV3-OUT’ 임상시험에서 나온 긍정적인 중간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이 중 평가 가능한 762명을 분석한 결과 몰누피라비르 투여군(385명)은 30일 이내에 입원하거나 사망한 비율이 7.3%(28명)인 반면 위약 투여 대조군(377명)은 14.1%(53명)였다. 입원 및 사망 위험을 절반 가까이 낮춘 셈이다. 또 약물 투여 기간 이후 사망한 사례는 몰누피라비르군 0명, 위약군 8명이었다. 


피험자들은 무작위 분류가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5일 이내에 증상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심장병이나 당뇨병과 같이 취약한 예후와 관련이 있는 위험요인들을 최소한 한 가지 이상 갖고 있었다. 


그러나 11월 26일 공개된 MOVe-OUT 임상시험 업데이트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새로운 데이터는 현재 연구에 등록된 모든 참가자(1433명)를 포함한다. 몰누피라비르 치료군의 입원 또는 사망 비율은 6.8%(48/709), 위약군은 9.7%(68/699)로 절대 위험 감소율 격차는 3.0%였다. 몰누피라비르는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위약과 비교했을 때 30% 정도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위약군에서는 9명, 몰누피라비르 치료군에서는 1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몰누피라비르의 이상반응 프로필은 중간분석에서 보고된 것과 일치했다.


MSD 측은 지난 10월에 제출된 신약승인 심사자료가 통계적 기준을 충족했고, 외부 독립적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의 권고와 FDA 동의에 따라 중간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제출됐기 때문에 승인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50%에서 30%로의 감소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몰누피라비르가 승인을 얻었다 하더라도 이런 결과는 향후 각국이 구매 계약을 체결할 때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요컨대 비록 MSD의 치료제가 유효성에서 화이자에 크게 밀리기는 하지만 무난하게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MSD와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는 서로 다른 작용 기전을 통해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월 30일 현재 FDA 자문위는 MSD 치료제 승인 여부를 논의했고 이를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3표, 반대 10표로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미국 제약업계는 몰누피라비르가 중증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로만 제한적으로 처방되고 임신 중에는 권장되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 


아울러 하루 전인 29일 MSD는 몰누피라비르가 델타 변이에 항바이러스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으나 이제 막 새로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백신에 이어 항바이러스제까지 ‘화이자’의 연이은 대박 ‘팍스로비드’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성공에 이어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에서도 대박을 낼 조짐이다. 지난 11월 5일 공개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인 팍스로비드(Paxlovid, PF-07321332 + 리토나비르 ritonavir) 2/3상 임상시험 자료에 따르면 이 약은 코로나19 관련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위약 대비 89%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MSD가 개발한 ‘몰누피라비르’가 50% 감소를 입증한 것에 비하면 큰 격차다. 


화이자는 중증 질환 위험이 높은 () 입원 성인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팍스로비드와 위약을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방식으로 비교 평가한 EPIC-HR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중간분석 결과증상 발현 후 3일 이내에 치료받은 환자 중 치료 후 28일차까지 입원한 환자 비율은 팍스로비드 치료군이 0.8%(389명 중 3명)이며 위약군은 7.0%(385명 중 27명)으로 통계적 유의성이 아주 높은 것(p값 0.0001 미만)으로 평가됐다. 사망자는 팍스로비드 투여군에서는 나오지 않았으며 위약군에서는 7명(1.8%)의 사망이 보고됐다. 


또 증상 발생 후 5일 이내에 치료받은 환자(좀 더 중증인 환자) 가운데 28일차까지 입원한 환자 비율은 팍스로비드 치료군이 1.0%(607명 중 6명), 위약군은 6.7%(612명 중 41명)였다. 사망자는 각각 0명과 10명(1.6%)였다. 이들 임상데이터를 종합하면 팍스로비드의 위약 대비 입원 또는 사망 감소 효과는 89%로 분석됐다.


화이자가 직접 개발한 팍스로비드가 FDA 승인을 받는다면 SARS-CoV-2-3CL 프로테아제 억제제로 설계된 동종 최초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될 전망이다. 팍스로비드는 자체 발굴한 PF-07321332와 에이즈(HIV) 치료용 항바이러스제 리토나비르(ritonavir)를 배합한 복합제다. 리토나비르는 코로나19 유행이 막 시작된 2020년 3월 임의적인 1차 치료제로 국내외에서 선정됐던 애브비의 ‘칼레트라정’(KALETRA 성분명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lopinavir·ritonavir, 각 100/50mg)의 한 성분이다. 팍스로비드는 1일 2회, 한번에 3정을 복용해야 한다.


PF-07321332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에 필요한 SARS-CoV-2-3CL 프로테아제를 억제한다. 저용량의 리토나비르는 PF-07321332의 대사 또는 분해를 늦추어 더 높은 농도에서 활성 상태를 유지,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한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19 우려 변이에 대한 강력한 시험관 내 항바이러스 활성을 입증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인 11월 29일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Albert Bourla)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는 “팍스로비드와 관련해 좋은 소식은 대부분의 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점”이라며 “팍스로비드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매우 높은 수준의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임상 연구에서 PF-07321332는 돌연변이 DNA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억제하는지 약리기전을 입증하지 못했다. 


팍스로비드를 평가하기 위한 또 다른 임상 2/3상도 진행 중이다. EPIC-SR(표준위험: Standard-Risk 환자 대상)과 EPIC-PEP(노출 후 예방효과 평가: Post-Exposure Prophylaxis 평가) 연구는 각각 올해 8월과 9월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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