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픈 두통은 국민 10명 중 8명이 1년에 한 번 이상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9년에만 215만 명이 두통으로 병원을 찾을 만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두통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잘못된 알려진 상식으로 인해 두통은 뇌가 아파서 그런 것으로 착각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거나 진통제 복용으로 통증을 해소하는 예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은 자칫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두통을 초래하는 다른 질병의 치료시기를 놓치게 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박홍균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두통의 조절과 치료, 관리를 위해서는 잘못 알려진 상식에 경도되지 말고 정확한 정보의 인식을 통해 급성기두통이 생기면 최대한 빠르게 효과적으로 완화시키고 발생 횟수를 줄이기 위해 예방치료도 하며 유발요인들을 피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서 두통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증상이 지속될 경우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현실적인 목표를 잡고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홍균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잘못 알려진 상식으로 치료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두통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두통은 뇌가 아픈 것이다?
두통으로 고생하거나 병원을 찾는 상당수의 환자들은 MRI, CT 검사를 받아보고 싶어 한다. 뇌에 문제가 있지 않고선 이렇게 아플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검사를 해도 뇌에는 큰 문제가 없을 때가 많다.
뇌는 모든 신체의 통증을 느끼는 부위지만 정작 뇌 자체는 통증을 느낄 수 없다. 사람의 머리에는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막·혈관·근육·신경 등이 있는데 머리가 부서질 듯 아파도 사실 이 부위에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두통은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뇌와 혈관에 문제가 있는 심각한 경우 외에도 일상적으로 스트레스, 잘못된 자세, 피로, 수면부족, 배고픔 등이 두통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근육의 긴장과 스트레스로 이해 두통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
두통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두통은 흔히 발생하는 편두통과 일차 두통, 이차 두통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편두통은 뇌의 기능적 이상으로 인해 두통을 비롯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뇌질환이다. 10명 중 1명이 편두통을 앓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흔한 질환이다.
편두통은 단지 머리에 통증이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장 전형적인 편두통의 경우에는 두통이 있을 때 속이 울렁거리거나 메스꺼운 소화기 증상이 있거나 두통이 있을 때 빛과 소리에 예민해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원발두통은 두통 자체가 질병인 것이고 이차두통은 특정 질병의 일환으로 두통이 발생하는 것으로 두통을 유발한 특정 질병이 사라지거나 조절되면 두통은 사라진다.
두통은 가만 두면 저절로 낫는다?
두통이 발생했을 때 자연경과에 따라 호전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두통의 강도가 세어지거나 두통에 시달리는 일수가 증가하는 등 만성화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만성화되면 두통을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고 치료를 해도 효과적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 비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본인에게 알맞은 예방치료와 급성기치료를 찾아서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두통을 악화시키지 않는 좋은 방법이다.
두통약은 횟수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복용해도 괜찮다?
두통약의 종류마다 한 달에 권장 복용 일수가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0일 이상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처음에는 약의 효과가 좋다고 하더라도 점차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고 두통이 발생하는 일수가 점차 늘어나기도 하며 두통 강도 또한 더 심해질 수 있다. 특히 약물의 과다복용 시 가장 힘든 두통 중 하나인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두통약도 복용횟수의 기준이 있다?
두통약은 약물에 따라 각기 복용횟수의 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트립탄(이미그란·조믹·나라믹· 미가드·알모그란 등)은 월 10일 이내, 복합진통제(게보린·펜잘·판피린·판콜·사리돈·암씨롱 등) 또는 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 성분의 경우도 월 10일 이내 복용해야 한다. 이외에 단순진통제(타이레놀·탁센·이지엔 등)의 경우 월 15일 이내로 복용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준 이하로 약제를 복용한다면 무조건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트립탄 성분의 약제를 9일만 먹었다 또는 단순진통제를 15일 먹었다고 해서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약제 복용이 필요한 두통일수가 증가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최대한 빨리 급성기약제를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제의 효과가 이전에 비해 떨어지는 추세라면 이 또한 두통의 악화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통약 복용 시 복용기록이 필요하다?
복용한 두통약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는 것은 두통치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급성기치료제의 복용 일수를 기록함으로써 약물과용두통이 생길 위험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급성기치료제의 효과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약복용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두통 자체에 대한 정보까지 기록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통이 발생하기 전에 생기는 하품·피로·집중력저하·뒷목불편감·위장장애·기분변화 등 전구 증상과 두통의 모습, 급성기치료제의 종류, 효과 유무, 급성기치료제 복용 후 24시간 내 재발 등 복용한 약제에 대한 자세한 평가를 통해 두통의 보다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당장 병원에 가야하는 두통증상이 있다?
두통은 여러 가지의 형태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경우를 언급할 수는 없으나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한 경우가 있다.
갑자기 발생해서 급격하게 악화되는 벼락두통이나 발열이 동반되는 두통, 발살바행위(기침·힘주기 등) 또는 성행위로 유발 또는 악화되는 두통, 암 환자 또는 면역억제 상태에서 새롭게 발생한 두통, 고령에서 새로 발생하여 2주 이상 지속되는 두통, 수면 중 또는 기상 후 발생하는 두통의 경우에는 가능한 즉시 진료를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
두통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두통이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약물치료와 주사치료가 중요하지만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은 바로 생활습관개선 및 유발요인을 피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최대한 적게 받도록 하고 스트레스가 발생한 경우라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좋다.
또한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깨며 하루 7∼8시간 정도 충분한 수면을 해주는 것이 좋다. 다만 오래 자는 경우 두통이 생기는 사람들도 있는 만큼 관련성을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복·과식·폭식은 피하고 일정한 시간에 과다하지 않은 양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고 운동을 저강도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강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좋다. 운동 전후에는 충분한 워밍업과 쿨다운(정리운동)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