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소변 검사를 통해 난치 질환인 ‘궤양성 간질성방광염’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새 바이오마커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바이오마커(biomarker, 생체표지자)는 체내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 물질 등으로 몸속 변화를 알아내는 지표다.
간질성방광염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방광이 점점 딱딱해지고 파괴되는 난치성 질환으로, 말기에는 인공방광을 달고 생활해야 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일본에서는 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에게 장애 진단을 내리고 의료비 지원을 할 정도다.
궤양성 간질성방광염은 그동안 손쉬운 조기 진단 방법이 없었다. 현재는 진단을 위해 방광내시경검사가 필수인데, 극심한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검사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모두에게 시행하기 어렵다. 특히 내시경으로 진단했을 때는 이미 방광 파괴가 급격히 진행된 말기인 경우가 많아 새로운 선별 검사 진단법이 절실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도 궤양성 간질성방광염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들이 많았지만, 정상 소변에는 균이 없다고 알려져 새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연구팀(김영호·이상욱·이광우·김웅빈 교수)은 방광 내에 정상적으로 미생물 생태계(Microbiome)가 존재하며,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이 간질성방광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여성 142명(정상인 34명, 비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 40명, 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 68명)에게 경요도 카테터(도뇨관)를 통해 소변을 수집한 후, ‘효소 결합 면역 흡착 검사(ELISA)’를 실시해 분석했다.
논문의 1저자인 이상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정상 소변에는 균이 없다’는 기존 학설을 깨고, 방광의 항균 펩타이드 물질인 ‘베타 디펜신-2(BD-2)’가 궤양성 간질성방광염을 진단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김영호 교수는 “통증성 방광증후군이 심해지면 간질성방광염으로 진행되는데, 기존에는 진행 여부를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 발견으로 통증성 방광증후군 환자에게 내시경검사 시행 여부를 결정하고, 난치 질환인 ‘궤양성 간질성방광염’을 조기 진단하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비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보다 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 소변에서 항균펩타이드 물질인 ‘베타 디펜신-2(BD-2)’가 18배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SCI 학술지 ‘Diagnostics 11월호(IF 3.2)’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