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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산혈증의 약물치료 … 인 결합제로 배변 유도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10-25 16:13:28
  • 수정 2021-10-27 19: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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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신장병 환자의 72%가 투석, 이들의 77%가 고인산혈증 … 非칼슘계가 양대 산맥

만성신부전은 당뇨병, 사구체신염, 고혈압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신장 기능이 정상 수준의 10~15% 이하로 감소되는 질환이며 궁극적으로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 신장이식 등이 필요하다.  


국내의 경우 만성신부전 환자의 72%가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2016년 한국신장학회 통계). 그러나 사구체 여과율이 저하된 신부전 환자는 투석만으로 인이 효과적으로 제거되지 않아 고인산혈증이 나타난다. 


미국 제약사 아델릭스(Ardelyx)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용 가능한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40%는 특정 기간에 주어진 목표 범위를 벗어난 인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 투석 환자의 77%가 6개월 동안 목표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새로운 대안이 나오는 게 절실한 상황이다. 


인산은 칼슘 또는 철과 화합물 형태로 결합돼 있다. 고인산혈증으로 인한 만성신부전 환자의 사망률은 혈청 인산칼슘calciumphosphorus(Ca×P) 농도가 높을수록 증가한다. 고인산혈증(Hyperphosphatemia)은 2차성 부갑상선항진증, 신장성 골형성장애, 심혈관 석회화를 악화시켜 사망률을 높인다. 특히 인 5.0 mg/dL 이상, 칼슘 10.0 mg/dL 이상인 경우 사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성신장질환에서 고인산혈증의 발병 원인


일반적인 하루 인 섭취량은 1500mg 정도로, 이 중 900mg가량이 신장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CKD 환자는 신장 사구체 여과기능이 떨어져 인 배설이 감소하기 때문에 혈청 인 농도가 상승해 고인산혈증이 발생하게 된다. 고인산혈증은 저칼슘혈증, 골절, 2차성 부갑상선기능항진증 등 미네랄 대사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인과 칼슘이 함께 혈관에 침착되는 혈관석회화가 발생해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합병증은 CKD 환자의 예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인을 적정하게 조절하려면 1일 인 섭취량을 600~800mg으로 제한하는 식사요법이 기본이다. 그러나 대체로 식이요법만으로는 인 조절이 충분하지 않으며, 투석으로도 인을 모두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경구용 인 결합제 투여가 병행되는 상황이다. 



미국신장학회는 2009년 지침서에는 혈청 인의 정상 수치를 3.5~5.5 mg/dL, 혈청 칼슘은 8.4~9.4 mg/dL, 혈청 인산칼슘의 농도(Ca×P)를 55mg²/dL²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국내 건강보험급여 기준은 혈청 인 수치가 5.5㎎/㎗ 이상인 경우에 가능하고 이후 4㎎/㎗ 이상이면 계속해서 급여를 받을 수 있다. Ca×P 기준은 삭제됐다. 


고인산혈증은 인 결합제(phosphate binder)를 투여해 혈중 인을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 크게 칼슘계 인 결합제, 비칼슘계 인 결합제, 철분계 인 결합제 등으로 나뉜다. 


칼슘계 인 결합제로는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 CaCO₃), 초산칼슘(아세테이트산칼슘, Calcium acetate) 등이 있다. 이 중 탄산칼슘은 고인산혈증 적응증이 없으며, 초산칼슘 성분의 한올바이오파마의 ‘포슬로정’(Phoslo)만이 말기 신부전환자의 고인산혈증 치료제로 급여를 받고 있다. 인과 결합해 대변으로 배출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잉여분의 약물이 고칼슘혈증 및 이로 인한 혈관석회화 등을 유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고칼슘혈증 환자에게는 금기다. 


철분계 인 결합제로는 프레제니우스의 ‘벨포로츄어블정’(Velphoro 성분명 수산화철자당 Sucroferric oxyhydroxide)이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받는 만성신장질환 환자의 혈청 인 조절 용도로 적응증을 갖고 있다. 인과 결합해 대변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잉여분의 약물이 철분을 증가시키므로 혈색소증(철분제 과다 투여 또는 과도한 수혈로 인한 철분 과부하가 걸려 헤모글로빈이 효율적으로 생성되지 못함) 및 철분축적장애 환자에게는 금물이다. 미국에선 2013년 11월, 한국에서는 2018년 3월 승인됐다. 


구연산제2철(Ferric citrate)은 52주간 복막투석을 받는 혈중 인산농도가6.0mg/dL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표지 개방 안전성 평가 3상 임상에서 대조약(탄산세벨라머·sevelamer carbonate 및 초산칼슘) 대비 비슷한 인 농도 감소를 보였다(각각 -2.04±1.99 대 –2.18±2.25 mg/dL). 혈청 칼슘 수치는 각각 0.22±0.90 대 0.31±0.95 mg/dL)로 유사하게 증가했다. 초산칼슘 환자를 투여받은 환자 중 4명에서 고칼슘혈증을 보였다. 총콜레스테롤 및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는 구연산제2철 및 초산칼슘을 투여받은 피험자보다 세벨라머 투여군에서 더 낮았다. 구연산제2철에 무작위로 배정된 참가자는 활성 대조군과 비교하여 심각한 부작용이 덜했다. 결론적으로 구연산제2철은 안전하고 단백질 대사를 통한 에너지 낭비나 염증, 또는 알루미늄 독성의 증거는 없었다. 미국에서는 아케비아테라퓨틱스(Akebia therapeutics)가 ‘아우릭시아정’(Auryxia)으로 시판 중이지만 국내서는 고인산혈증 치료제로 허가되지 않았다. 


수산화알루미늄(Aluminum hydroxide, Al(OH)₃)도 인 결합제로서 미국에서는 신부전에 의한 2차성 고인산혈증 치료제로 쓰인다. 국내서는 일동제약의 ‘암포젤정’, ‘암포젤현탁액’ 등이 있으나 위십이지장궤양, 위염, 위산과다 적응증만 갖고 있다. 그마저도 알루미늄이 뇌나 뼈에 축적돼 치매 등 알루미늄뇌증, 알루미늄골다공증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지면서 현재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비칼슘 및 비철분계 인산결합제의 맞수 ‘렌벨라’ vs ‘포스레놀’ 


현재 고인산혈증 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것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렌벨라정’(Renvela 성분명 탄산세벨라머 sevelamer carbonate)과 JW중외제약의 ‘포스레놀정’ ‘포스레놀산’(Fosrenol 성분명 탄산란타넘 Lanthanum carbonate)이 있다. 이들 비 칼슘계 인 결합제는 칼슘계 인 결합제와 비교해 고칼슘혈증 위험이 낮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다.


사노피젠자임의 ‘레나겔필름코팅정’(Renagel 성분명 염산세벨라머 sevelamer hydrochloride)는 과거에 많이 쓰였으나 대사 과정에서 염산염이 형성돼 대사성 산증을 유발하는 게 문제다. 2019년 10월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취소·취하된 상태다. 지금은 렌벨라정과 그 제네릭인 SK케미칼의 ‘인벨라정’ 이 쓰인다.  레나겔은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받는 성인 만성신장병 환자의 고인산혈증 조절 목적으로 미국에서 허용됐지만 투석을 받지 않는 환자에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렌벨라와 포스레놀은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 환자의 고인산혈증 치료에 투여된다. 렌벨라는 투석을 받는 CKD 환자의 혈청 인 조절에 사용하도록 명시돼 있는 반면 포스레놀은 투석을 받는 CKD 환자뿐만 아니라 투석을 하지 않지만 식이요법만으로 혈청 인 수치가 조절되지 않는(1.78 mmol/L(약 5.6 mg/dL) 이상) CKD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약물 기전 상의 차이 


인 결합제는 음식물 중 인산염과 결합해 장에서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고 대변으로 배출되도록 한다. 이들 약물은 체내에서 거의 흡수되지 않는다. 


세벨라머는 아민 중합체(polymeric amine)로서 인의 흡수를 억제함으로써 혈청 인 농도를 감소시킨다. 란타넘(란타늄 또는 란탄으로도 발음)은 원소기호 La, 원자번호 57의 희토류 은백색 금속성 물질로서 인산염과 강력한 불용성 복합체를 형성해 인의 흡수를 억제한다. 


두 약물의 이상반응 차이 


세벨라머는 주로 오심, 구토, 설사, 소화불량, 비인두염, 사지통증, 발진, 관절통, 기관지염, 호흡곤란, 고혈압 등의 이상반응(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장관 내에서 팽윤해 장관이 천공될 우려가 있으므로 장폐색 환자에서는 사용 금기다. 장관 협착이나 변비가 있는 환자에겐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삼킴(연하)곤란 및 약물의 식도 내 정체 사례가 보고된 바 있어 연하곤란 환자는 산제 또는 가루낸 것을 복용하는 게 좋다.  


란타넘은 복통, 변비, 설사, 두통, 고혈압, 오심,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위장관계 부작용은 식사와 함께 투여하면 줄어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투여가 지속될수록 약해진다. 심각한 이상반응으로 위장관폐색, 장폐색증, 위장관천공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이상반응은 정제를 씹지 않고 복용했을 때 관련이 있다고 보고돼 환자들은 츄어블정을 완전히 씹어서 복용하거나 산제를 복용토록 한다. 통째로 삼키지 않는 게 필요하다.  


란타넘은 뼈와 위장관 점막 등 다른 조직에 침착될 가능성이 있다. 또 어지럼증을 유발하므로 자동차 운전이나 위험이 수반되는 기계 조작 시 주의해야 한다. 


두 약 모두 인산이나 물의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식이요법을 준수하며 복용하는 게 필요하다. 약물이 식이에 들어있는 인과 결합해야 하므로 식사 중 또는 식사 직후에 즉시 복용해야 한다. 또 다른 약물이나 영양소의 흡수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른 약물과 2시간 정도 간격을 두는 게 좋다. 연하곤란이나 다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꼭꼭 씹어 먹거나 가루 상태로 복용하는 게 권장된다. 


유망 신약 아델릭스의 고인산혈증 저하제 ‘테나파노르’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몽(FREMONT) 소재 바이오기업인 아델릭스(Ardelyx)가 개발 중인 고인산혈증 치료제는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연기 통보를 받았다. 새로운 메커니즘의 약물인 까닭에 5월에는 추가자료를 내라고, 8월에는 (Hyperphosphatemia) 개선 만성신장병  치료제인 테나파노르(tenapanor)에 대한 추가 임상을 시행하라고 FDA는 통보했다. 


3상 PHREEDOM 임상연구 결과 테나파노르 투여군은 세벨라머 투여군에 비해 사망 및 입원 비율이 낮았다. 구체적으로 테나파노르로 치료하면 혈청 인 농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평균 혈청 인이 7.7mg/dL에서 5.1mg/dL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나파노르는 계열 최초 약물로 특이한 기전을 가졌다.  장에서 국소적으로 작용해 나트륨 수소 교환기 3(sodium hydrogen exchanger 3, NHE3)을 억제한다. NHE3는 나트륨을 세포 안으로, 수소를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테나파노르는 상피세포 밀착 접합부의  형태적 변화를 초래한다. NHE3를 억제함에 따라 나트륨 흡수와 인산염의 세포외 투과성(배출)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동시에 주요 경로를 통한 인산염 흡수를 감소시킨다. 따라서 장내 나트륨과 인산염의 흡수도를 낮추며 그 결과 세포외 체적이 줄어들고 교감신경계 작용이 낮아져 혈관 저항성 및 혈압이 떨어진다. 대변을 통한 염 분비(배출)이 늘어나 대변의 함습도가 증가해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아델릭스는 2019년 9월 12일에 테나파노르 성분의 ‘입스렐라’(IBSRELA)를 변비를 동반한 과민성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with constipation, IBS-C)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하루에 두 번 50mg을 아침(또는 첫 식사), 저녁 식사 직전에 복용한다. 


아델릭스는 일본의 쿄와기린(Kyowa Kirin), 중국의 포선파마(Fosun Pharma), 캐나다의 나이트테라퓨틱스(Knight Therapeutics)에 각각 테나파노르의 개발 및 상업화를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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