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지방간의 유병률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방간의 발생은 음주가 원인일 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음주를 하지 않거나 소량만 마시는데도 발생하는 비알콜성 지방간은 최근 5년 사이 2.5배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알콜성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9년 3만1283명인데 반해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는 9만9616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방간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다 보니 잘못된 상식이 마치 진실인양 알려지고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못하고 방치하다 간 섬유화·간경변·간암 등 치명적인 질환을 초래하는 경우도 흔하다.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지방간에 대해 김정한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잘못 알려진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지방간 발생의 원인은 술 때문이다?
지방간은 몸이 필요한 에너지로 활용하고 남은 영양분을 간에 지방질, 특히 중성 지방으로 전환해 저장하는 기전에 의해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알코올 과다섭취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과체중이나 복부비만, 당뇨, 고지혈증 등이 주원인인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구분되는 만큼 원인이 음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1주일 알코올 섭취량이 여성은 70g 이하(소주 1병 정도), 남성은 140g 이하(소주 2병 정도)로 영상검사에서 지방간에 합당하고 간독성 약물이나 유전적 및 자가면역 간질환 등의 배제를 진단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몸이 필요로 하고 사용하는 양보다 많은 영양분이 중성지방의 형태로 간에 축적될 경우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방간의 80%는 생활 습관으로 인해 발생한 ‘비알콜성 지방간’이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지방간이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비알콜성 지방간은 고지방 식이로 인해 발병한다고 믿고 있지만 과도한 탄수화물·당분 섭취도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비알콜성 지방간의 유병률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사람들이 탄수화물 섭취량이 낮은 사람에 비해 남성은 약 1.7배, 여성은 약 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술 마시지 않는 여성의 지방간은 복부비만 때문이다?
과체중 또는 비만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비알콜성 지방간은 동양인의 정상체중 체질량지수 23kg/m2 이하, 서양인은 25kg/m2 이하를 기준으로 세계인구의 10~30%를 차치하며 국내 연구에서도 유병률이 12.6%로 발표된바 있다.
또한 국내의 다른 연구에서는 2007~2008년 사이 건강검진을 받은 2017명을 4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내장 지방량이 증가할수록 비알콜성 지방간 위험이 최대 2.2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그다지 비만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는 여성의 경우에도 지방간인 경우가 많으며 이는 복부지방 즉 내장지방이 지방간의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폐경 이후 여성의 지방간 발생 확률이 높다?
남녀 간의 지방간 발생률을 비교해보면 50대 이전에는 남성에서 더 높은 유병률을 보이지만 이후 여성 유병률이 증가해 60대에 이르면 비슷한 수준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알콜성 지방간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폐경 이후 감소되어 나타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단순 지방간보다 비알콜성 지방간이 더 위험하다?
비알콜성 지방간의 대부분은 간 내 침착만 일어나는 단순 지방간이지만 일부의 경우 간세포가 괴사돼 염증 증상이 동반되는 비알콜성 지방간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문제는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단순 지방간과는 달리 10~15%에서는 간경화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어 임상적으로 심각한 경과를 초래할 수 있고 연관질환으로 알려진 비만, 당뇨 및 고지혈증이 향후 심근경색이나 중풍과 같은 순환기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비알콜성 지방간이 흔히 발병한다고 해서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지방간은 방치해도 건강상 큰 문제 없다?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지방간의 경우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방치할 경우 서서히 진행되는 간 기능의 저하와 손상을 막을 수는 없다. 지방간을 방치할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간 조직의 손상과 재생을 반복하면서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간 섬유화다.
특히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비알콜성 지방간염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간 섬유화 과정의 지속으로 간경변증이나 심하면 간암까지 초래하는 등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될 수도 있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일단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정상조직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는 만큼 지방간을 앓고 있다면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간은 원인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모든 질환의 치료는 원인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방간 역시 마찬가지다. 알콜성 지방간의 경우는 금주가, 비알콜성 지방간의 경우는 지방간 자체를 치료하기보다 과체중·비만·대사증후군 등 원인질환의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들 질병을 치료하면 지방간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이외에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키는 황산화제나 간세포 보호제 등을 복용하고 특히 체중감량 자체가 인슐린 감수성을 좋아지게 하는 만큼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한 체중감량과 운동이 메우 중요하며 생활습관의 변화, 고지혈증 치료, 적정 혈당 조절을 시행하면 지방간 치료가 가능하다.
지방간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방간 질환의 치료제로 인정받은 약물은 없다. 아직까지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한 체중 및 복부 비만 관리가 가장 중요한 치료다. 일반적인 간장보조제는 말 그대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다.
이외에 당뇨치료에 사용되는 인슐린 저항성 개선 약물과 항산화제인 비타민 E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한 대사증후군이나 고도 비만이 동반된 경우 위의 일부를 절제하는 비만 수술을 하기도 한다.
지방간 발생은 예방이 가능하다?
지방간은 알콜이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비교적 원인이 뚜렷한 질병이기 때문에 위험요소만 조심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술을 줄이고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과식이나 과도한 영양섭취를 줄이고 적어도 한주에 3일 이상은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비알콜성 지방간 환자의 경우 체중의 절대량 감소보다는 내장지방의 감소가 중요하다. 따라서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쌀밥·떡·빵 등 음식은 체내에서 쉽게 지방으로 바뀌므로 섭취를 줄이고 고등어·삼치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식품은 중성지방 농도의 감소·혈당저하·간수치 호전 등 지방 침착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알코올성 지방간의 경우 금주가 가장 중요하며 과체중 혹은 비만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7-10%의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체중을 너무 빨리 줄여도 오히려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한 달에 2-3kg의 체중을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 식사량은 하루 400-500kcal 정도 줄이되 운동 요법을 병행해야 건강을 해치지 않고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운동은 조깅·자전거 타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함께 해야 하고 중등도 운동을 주 3-5회 총 150분 이상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체중감량이 지방간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지방간의 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체중감량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은 금식 등을 통한 급격한 체중감소는 내장지방에서 간으로의 급격한 지방산 이동을 초래해 오히려 급성 지방간염을 일으킬 수 있고 간 부전까지도 초래할 수 있으며 담석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체중감량 속도는 일주일에 0.5~1kg 정도가 적당하며 현재 체중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열량에서 500~1000kcal 정도 적은 식이요법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식이요법은 총열량을 제한하고 지방질의 섭취를 전체 열량의 30% 이내로 하며 고기류, 유제품과 같은 동물성 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