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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32kg 젊은 여성 환자도 취직해서 잘 다녀, 치료에 희망 가져야”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9-26 12:35:57
  • 수정 2021-09-27 14: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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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론병 환자 절반 이상이 20~30대, 육식 및 인스턴트식품 섭취 탓 … 적기에 생물학적제제 투여가 중요

“크론병은 유전적인 경향이 없습니다. 심리적 스트레스만으로 유발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육식, 즉석식품의 섭취가 발병 요인의 하나로 여겨지지만 정확하게 메커니즘이 규명된 것도 없습니다. 지나친 염려는 금물이고 초기에 염증을 잘 조절해야 장기적인 예후가 좋고 합병증 발생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적시에 생물학적제제를 투여하는 게 관건입니다.” 


크론병, 궤양성대장염의 전문가인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최근 수 년 새 젊은층의 크론병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1인 가구 증가로 육식과 즉석식품 섭취가 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조기에 진단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크론병이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장증후군에 비하면 희귀한 질환이므로 불필요하게 무작정 대장내시경을 받을 게 아니라 전문의와 자세하게 상담해 정확히 감별한 뒤 치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론병은 특별한 원인이 없이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만성적 반복적 염증과 궤양이 나타나는 난치성 질환이다. 20~30대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질병코드 K50 크론병)는 2016년 1만9204명에서 2020년 2만5476명으로 최근 5년간 32%나 증가했다. 2020년 전체 환자 중 20~30대 환자가 1만4208명으로 53%에 육박했다. 10~30대에 발병한 환자들은 40세 이후에 발병한 환자들에 비해 중증도가 심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차재명 교수로부터 크론병과 관련된 궁금한 사안들을 들어본다.


- 증가하는 크론병의 발병 원인은 무엇일까요?

“현재까지 크론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가족력, 도시화된 생활환경, 비정상적인 면역반응, 비정상적 장내세균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젊은 크론병 환자의 증가는 고지방, 고열량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크로병과 궤양성대장염 등 염증성장질환의 최근 10년간 환자 증가 추이.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젊은층의 식습관이 크론병을 유발한다면 그 발병 메커니즘은?

“구체적으로 확립된 게 아직 없다. 다만 정제당류, 인공적으로 추출되는 지방산(식용유), 인공감미료, 패스트푸드, 육류 등의 섭취 증가와 채소와 과일을 통한 섬유질 섭취 감소는 장내세균총에 악영향을 끼쳐 염증성장질환(IBD,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 등의 총칭)을 발병을 늘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염증성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5만7416명에서 2020년 7만3959명으로 28%나 증가했는데 이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39.2%에 달하는 것을 보면 잘못된 식습관과 염증성장질환과의 상관관계는 분명하다.”  


- 크론병이 스트레스 탓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스트레스가 잘못된 식생활 등 환경적인 요인을 증폭시켜 크론병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는지요?

“크게 보면 개연성이 없다. 염증성장질환은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감과 같은 정신적인 요인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병으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신체 생리작용 등에 악영향을 미쳐 증세를 악화시킬 수는 있다.”


- 크론병에도 유전적인 경향이 강하게 작용하나요?

“유전적인 경향이 거의 없다. 일부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환자에서 다소 많이 발생하긴 하지만 유전적 이상으로 크론병이 생긴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따라서 유전적인 소인이 작용해서 가족 내에 발병률이 조금 더 증가하는 가족성 질환 정도로 이해면 좋을 것 같다. 환자의 크론병이 부모로부터 유전됐다고 미안해하거나, 자식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은 불필요하다.”


-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홍역바이러스 감염, 소화관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과잉면역반응이 원인으로 여겨진다고도 알려져 있는데요.

“수많은 가설 중의 하나다. 아직도 염증성장질환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 궤양성대장염과 크론병은 어떻게 감별하나요?

“크론병은 병변이 장의 전층(transmural)으로 파급되며 주위의 장, 방광, 질 또는 피부로의 누공을 형성하는 게 특징이어서 궤양성 대장염과 쉽게 구별된다. 조직학적으로는 육아종(granuloma, 대식세포가 덩어리진 것)이 있을 경우 궤양성대장염이 아닌 크론병이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라면 과민성장증후군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을 오인할 확률은 거의 없다. 다만 일부 환자들은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의 내시경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감별이 힘든 경우도 있다.” 


- 같은 환자를 놓고 류마티스내과는 베체트병, 소화기내과는 크론병이라고 진단하는 경우가 드물게 생긴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이유와 합리적인 치료전략이 있다면. 

“일부 환자에서 두 질환에서 관찰되는 대장내시경 소견이 모호하게 나타나고 두 질환을 구분할 수 있는 증상의 표현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류마티스내과 의사와 소화기내과 의사의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같이 상의해 진단을 하나로 통일하고 진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 설사와 함께 잦은 복통, 체중감소, 성장지연, 영양결핍 등 크론병 의심 증상이 동반되면 대장내시경을 받아보는 게 권장되는지요? 

“이런 증상들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나 단순 장염에서도 흔하게 나타난다. 크론병은 이런 증상의 빈도가 훨씬 높고 특히 자면서도 복통과 설사가 빈번하고, 체중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30대 이하에서 1년 내내 장염이 자주 재발하면 장염이 아니라 크론병일 수 있다. 따라서 의사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과민성장증후군이나 장염에 불과한데 내시경을 받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아울러 크론병은 감염성 장염, 약제에 의한 장염, 음식 알레르기, 궤양성대장염, 장결핵, 베체트장염 등과 증상이 유사하므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 크론병에 생물학적제제가 투여되면서 치료성적이 많이 향상되고 있다. 최신 약물치료 전략의 개요를 설명한다면?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가 우선이다. 5-ASA(아미노살리실산염) 같은 항염증제를 먼저 사용하며 급성 악화기에는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한다.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스테로이드를 중단했을 때 유지 약물로 사용한다. 생물학적제제는 관해 유도 및 유지에서 효과가 향상됐지만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거나, 천공·출혈·장폐색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생물학적제제로 TNF-α 억제제, 인터루킨12(IL-12)와 인터루킨23(IL-23)의 작용을 동시에 차단하는 ‘스텔라라프리필드주’(우스테키누맙), 인테그린 α4β7 억제제인  ‘킨텔레스주’(베돌리주맙) 등 다양한 약물이 출시돼 있다. 현재 각 약물들을 서로 비교하는 연구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어떤 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인테그린 억제제는 중등도 혹은 중증 염증성장질환 환자에게만 선택적으로 급여가 인정되고 있다.“


- 처음부터 제대로 정밀검진해 맞춤약을 쓰지 않고 순차적으로 생물학적제제를 쓰는 것은 건강보험제도의 약가 절감 차원인가? 

“과거에 많이 사용하던 5-ASA, 스테로이, 면역조절제 등은 의료진이 오래전부터 사용해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데이터와 경험이 충분히 누적돼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사용된 생물학적제제는 데이터와 경험이 누적돼가고 있는 약물들로 과거에 사용하던 약물들에 비해 비교적 약효가 뛰어나지만 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다. 감기에 걸렸는데 1만원 약으로 치료하면 1주일에 낫는데 100만원 약으로 치료하면 하루 만에 낫는다면 어떤 약을 선택할 것인가? 의료는 비용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생물학적제제로 염증성장질환을 치료하면 치료 효과는 올라가겠지만 의료비용이 상승하고 무분별하게 남용될 수 있다. 반면 고전적인 약물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잘 치료되지 않다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고전적인 약물이나 생물학적제제나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마다 적절한 약물을 선별해주는 게 중요하다.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보다 전문적인 의사의 진료가 필요한 이유다.”


- 일반인들이 크론병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게 많은 데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이 최근에 개발된 다양한 생물학적제제를 적기에 투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걱정 때문에, 마지막에 쓰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틀린 생각 때문에 약물 변경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잖다. 생물학적제제가 모두 안전한 약물은 아니지만 전문 의사들이 부작용을 잘 모니터링할 수 있고 실제로 과거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는 향상된 신약들이 늘어났다. 초기에 염증을 적극적으로 다스려야 치열, 치루, 장 누공 같은 합병증(크론병 환자의 20~40%에서 발생)이 발생하지 않고 장기적인 예후가 좋다. 전문 의사가 생물학적제제를 권장한다면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잘 상의해 치료에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초기에 염증을 제압하지 못하면 관절, 눈, 피부, 간, 담관, 신장 등 전신으로 증상이 퍼지는 ‘장외증상’, 청소년의 ‘성장장애’, 최악의 상태인 ‘장의 섬유화 협착’ 등이 일어나 난치성이 되거나 장 절제수술에까지 이를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환자가 있다면?

“체중이 32kg로 피골이 상접해 내원했던 젊은 여성 크론병 환자가 있었다. 크론병 때문에 장 유착도 극심하고 장 여기저기에 다발성 누공이 생겨 수술도 할 수 없는 환자였다. 만약 수술하게 된다면 소장 전체를 절제해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 생물학적제제로 치료했더니 소장의 염증과 누공이 모두 호전됐다. 지금은 20kg 이상 체중이 늘어 살찌는 게 고민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대학 졸업 후 취직해 직장생활을 잘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절망의 시기는 있겠지만 전문 의료진을 만나서 정석대로 치료하면 일반인과 거의 똑같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완치된다는 희망을 갖고 치료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차재명(車載明)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프로필


학력

1996년 2월 경희대 의대 졸업

2004년 8월 경희대 의대 의학석사(내과학)

2007년 2월 경희대 의대 의학박사(내과학)


경력 

1997~2001년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및 전임의 수련

2013~2014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버지니아메이슨메디컬센터(Virginia Mason Medical Center) 연수

2007년~현재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2019년~현재 강동경희대병원 종합검진센터 센터장


대외활동 

2020년~ 현재 대한내과학회 표준진료지침 이사, 대한내과학회 신포괄수가위원회 위원장

2019년~현재 대한소화기학회 교육이사

2019년~현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보험 부이사 

2019년~현재 소화기보험정책단 하부팀장

2021년~현재 대한장연구학회 의료정책위원회 위원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상근 위원

의료중재원 자문위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위원회 전문위원

국민연금심사위원회 자문위원


전 대한내과학회 소화기분과위원회 홍보위원, 법제위원

전 아시아태평양소화기질환주간(APDW) 2018 조직위원회 홍보위원, 의전위원

전 대한장연구학회 부총무, 의료정책위원장, 섭외홍보위원장, 편집위원, 학술위원, 산하 종양연구회 간사 

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위원, 산하 내시경질관리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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