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트리밍 미디어인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한 드라마가 군필 남성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군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탈영병 추격기를 통해 군 생활을 실감나게 다룬 콘텐츠라는 평을 받고 있다.뜨거운 반응 속에 일각에서는 ‘기억하고 싶지 않던 현실과 다시금 마주했다’며 괴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PTSD 유발물’로 회자되며, 외상 후 스트레스(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연관 검색어로 떠올랐다.
유제춘 대전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정확히 무엇인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으로 PTSD, 충격 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Q2. 어떠한 상황에서 주로 잘 발생하나?
과거에는 주로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겪었던 충격과 공포로 인해 전쟁이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전쟁의 공포 상황 속에서 살며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내려지는 진단이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재해, 교통사고, 테러, 강도 등 각종 사건이나 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연령, 인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사고를 경험한 사람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당한 친구나 가족들을 옆에서 지켜 본 경우에도 올 수 있다.
Q3.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나?
초기에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시작된다.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충격적 경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다. 특별히 정신력이 약하거나, 심약하지 않아도 누구나 당연하게 겪을 수 있는 반응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판단한다.
Q4. 대표적으로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나?
크게 재 경험, 회피반응, 각성상태 등 세 가지 증상으로 나타난다. 재 경험 증상은 사건에 대한 기억이 꿈이나 환각을 통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행동하고 느끼게 되고 땀이 나거나 심장이 뛰는 듯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회피반응은 교통사고를 당했던 사람이 다시 차를 타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같이 사고와 유사한 상황에 다시 놓이게 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사고와 관련된 생각이나 말, 사고를 생각나게 하는 환경적인 단서들로부터도 필사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그 결과 아예 외부로부터 마음의 문을 닫아놓은 채 외면하고 사는 것처럼 심한 정서적 위축상태에 빠지게 되고, 멍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되기도 한다. 간혹 아예 사고의 일부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기까지 한다.
반면 과도한 각성 상태도 나타날 수 있다. 전화벨만 울려도 심하게 놀라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진정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상태이다. 신경이 너무 놀라 있으며, 외부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때로는 유별나게 신경질적이 되기도 한다.
Q5. 치료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나?
주로 약물치료와 정신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해 불안과 우울로 인한 증상을 완화시켜준다. 또 혈압을 떨어뜨리기 위해 쓰이는 프라조신(Prazosin)이라는 약물은 악몽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악몽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처방된다.
정신치료는 주로 인지치료와 행동치료, 또는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사용한다. 먼저 인지치료는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해 갖고 있는 비현실적 믿음과 비논리적 추론을 스스로 발견하고 수정하도록 가르치고 돕는 치료법으로,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치료법이다.
행동치료는 학습이론에 근거해 환자가 자기 행동을 관찰하고 분석한 뒤 문제행동을 바꿔나가도록 돕는 치료법이다. 이는 바람직한 행동은 증가시키고 그렇지 못한 행동들은 줄이며 부족한 행동을 가르쳐서, 어려워하는 상황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반응하도록 대처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Q6.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면?
똑같은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어떤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정서적 후유증만 경험하고 넘어간다. 이는 사람마다 경험과 성격에 차이가 있으며,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양상과 대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것은 정신적 외상 후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되기도 한다. 또 심각한 사고나 정서적 외상을 경험한 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난다고 판단될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
Q7. 전문의의 입장에서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단 한 번의 사고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고통은 보통 수개월 이상 지속되며, 회복에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평생 동안 고통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예방과 치료가 절실하다. 조기에 치료할 경우 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질환이므로,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