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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올라도 빈손 … 밥상물가에 사회보험료 줄줄이 오른다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9-10 12:00:02
  • 수정 2021-09-10 12: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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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보험 올해 1.4조 흑자 인데 국민 건보료는 1.89% 인상 자영업자들 죽을 맛

코로나19 위기로부터 경제가 속속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무거운 장바구니 물가와 사회보험료 등 생계비 가중으로 인해 서민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매달 1조원씩 지출한 실업급여로 인해 내년 고용보험료는 근로자 한 명당 평균 3만5000원씩 오를 예정이다. 이듬해 건강보험료도 올라 직장인 평균 약 3만원씩 부담이 늘어난다. 밥상물가도 큰 폭의 오름세를 이어가며 기초 씀씀이를 늘리고 있다. 국내 식품물가 상승률은 1년 가까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은 수입 확충과 지출 효율화로 고용보험기금 재정을 개선하는 게 골자다. 수입 확충 부분은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을 0.2%포인트 인상(1조5000억원)하고, 일반회계 전입금(1조3000억원) 등으로 내년에 3조원의 추가 수입을 확보하는 내용이다. 


지출 효율화는 사업 구조조정, 일반회계 사업 이관 등으로 내년에 약 2조6000억원의 재원을 절감하는 게 골자다. 이번 방안을 마련하는데 최대 쟁점은 고용보험기금 보험료율 인상 수준·시기였다. 지난 4월부터 노사, 전문가가 참여한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10여차례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보험료 인상 입장이 강했던 고용부는 마음이 급했다. 


고용보험기금 상황이 악화일로였기 때문이다.고용보험기금 재정수지는 2018년 -8022억원, 2019년 -2조877억원, 2020년 -6295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다. 적립금마저 사실상 고갈 상태다.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빌려 온 7조9000억원이 포함된 금액을 제외하면 현재 적립금은 3조2000억원 적자 상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재정 추계에 따르면 이대로 가면 2022~2024년에도 고용보험기금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사측 입장은 달랐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어려운 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험료 인상까지 할 순 없다는 입장이었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총 인원은 지난달 127만4000명으로, 지난 1991년 4월(125만1000명) 이후 무려 30년 3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종업원 월급조차 주기 버거운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올해 건강보험 흑자 규모가 1조443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7년 이후 4년 만의 흑자다. 코로나 사태로 국민이 개인 위생에 신경을 쓰고 병원 방문을 자제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크게 줄어든 덕이다. 그럼에도 2017년 본격화한 ‘문재인 케어’로 보장성이 강화한 탓에 ‘코로나 장막’이 걷히면 적자 규모는 언제든 급등할 수 있는 구조다.


전봉민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건보 흑자 규모는 1조4434억원으로 예상됐다. 당초 예상치 6660억원 적자보다 2조원 넘게 불어난 수치다. 다만 내년에도 2% 가까운 건보료 인상이 예고된 상태라 “소상공인이나 은퇴자 등 부담이 과중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보재정의 많은 흑자에도 정부는 내년도 건강보험료 18.9% 인상안을 지난 8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건강보험 재정 추가 지출에도 올해 건보재정은 1조 4000억원가량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민의 의료이용량 대폭 감소가 건보재정 흑자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지만, 정부는 문재인 케어, 즉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건보료 1.89%를 인상하면서도 건보 국고지원율 20% 약속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지난 정부의 평균인상률이 1%대 중반이었으나, 현 정부는 보장성 확대를 앞세워 2% 후반대의 높은 인상률을 이어가고 있다. ‘문 케어’ 이후 MRI를 찍는 두통 환자는 10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7899명이었던 두통 MRI 환자는 2020년 8만2082명까지 늘었다. 서울 사는 김모(32)씨는 “최근 한두 달에 한 번씩 동네 비뇨기과를 갈 때마다 복부 초음파를 찍는다”면서 “건보로 전보다 절반밖에 안 되는 진료비로 할 수 있고, 의사도 방광염 증상을 더 잘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일단 찍고 본다”고 했다.


이처럼 꼭 필요하지 않은 의료 서비스까지 이용하면서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면 그 후유증은 국민에게 돌아온다. 의료비 부담이 큰 노인들이 많아지는 고령화 추세가 빨리 진행되는우리나라 형편상 이 같은 ‘과잉 진료’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한 번 퍼주기 시작한 의료 혜택을 주워 담기 쉽지 않기 때문에 건보 재정이 악화하고 결국 세금으로 또 메꿔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국회예산정책처는 앞서 건보 누적 적립금이 2024년쯤 고갈된다고 예상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건보료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 


악화 일로였던 건보 재정은 ‘코로나 찬스’로 잠시 한숨을 돌린 상태다. 정부가 2017년 8월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통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내놓은 이래 각종 비급여 의료비가 급여로 바뀌면서, 건보 재정은 급격히 악화했다. 건보 누적 적립금은 2017년 20조7733억원에서 2020년 17조4181억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올해 흑자와 무관하게 건보료 인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정부(2013~2017년) 연평균 건보료 인상률은 1%인데 비해, 문재인 정부(2018~2022년) 인상률은 2.7%에 이른다. 건보 재정 보따리의 20%를 차지하는 정부의 법정지원금 지원률(14.3%)은 유지한 채, ‘유리 지갑’ 직장인이나, 집값 상승으로 소득은 그대로인데 자산이 늘어난 은퇴자들 호주머니만 얇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국민에게만 부담을 돌릴 게 아니라, 건보 재정에서 차지하는 정부 지원금을 더 늘려야 안정적으로 건보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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