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관문억제제 항암제에서는 후발주자가 분명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지난 4월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은 PD-1 억제제인 ‘젬퍼리주’(Jemperli 성분명 도스탈리맙 dostarlimab)로 이 분야 선두주자인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를 추격할 전기를 마련했다.
GSK는 17일(영국 현지시각) FDA가 젬퍼리를 키트루다처럼 암종(암의 위치)에 상관없이 복제오류 복구 결함(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을 가진 고형종양을 치료하는 적응증으로 가속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에 최초로 획득한 적응증은 과거에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dMMR 양성 자궁내막암이었지만 이번 2차로 승인받은 적응증은 모든 고형종양으로 확대됐다.
GSK는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 NCI)의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내 고형 종양의 약 14%가 dMMR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dMMR을 동반한 자궁내막암은 전체 진행성 자궁내막암 환자들의 25~30% 안팎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MMR의 결함은 대부분 자궁내막암, 결장직장암, 위장관암에서 발견된다. 이 바이오마커는 면역관문억제제의 개선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포인트이다.
GSK는 종양수축 효과를 입증한 데이터 덕분에 라벨 확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승인은 조건부 가속승인이어서 향후 확증시험을 통해 이점을 입증해야 한다.
1상 GARNET 시험에서 젬퍼리는 모든 dMMR 종양 유형에 걸쳐 환자의 41.6%에서 종양을 축소했으며 반응기간 중앙값은 34.7개월이나 됐다.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 중 약 95%는 6개월 이상 지난 후에도 여전히 관해 상태를 보였다. 비 자궁내막암 환자 코호트에서 치료반응을 보인 비율은 38.7%였다.
앞서 지난 4월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71명의 dMMR 동반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환자는 젬퍼리 투여로 42.3%가 완전반응 또는 부분반응을 나타냈다. 치료반응을 보인 환자들의 93%는 반응이 6개월 이상 지속됐다.
2017년 5월에 키트루다는 FDA로부터 PD-1/L1 억제제로는 처음으로 종양불문(tumor-agnostic) 적응증을 사상 처음으로 획득했다. 이 승인은 dMMR 또는 미세부수체 불안정성 고위험도(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H)암에 적용됐다. 키트루다는 자체 초기 임상시험에서 dMMR/MSI-H 양성 종양 전반에 걸쳐 39.6%의 반응률을 보였다. 약 78%의 환자가 최소 6개월의 반응을 보았다.
젬퍼리와 키트루다의 임상 결과는 서로 다른 피험자를 포함하므로 아주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직접 비교해야 알 수 있다.
종양불문 적응증으로 젬퍼리에게는 더 큰 환자 풀이 제공됐지만 아직 다른 항암제와의 병용요법이 적용되지 않는 초기 치료제 승인의 확보가 GSK가 추구하는 당면 과제다.
먼저 RUBY로 명명된 3상 시험은 자궁내막암에서 1차 치료제로 젬퍼리 및 화학요법제를 GSK의 PARP 억제제 ‘제줄라캡슐’(Zejula 성분명 니라파립 niraparib, 국내 적응증은 난소암 및 복막암)와 병용하거나 하지 않는 요법으로 테스트 중이다.
GSK의 R&D 책임자인 할 배런(Hal Barron) 박사는 지난 6월 투자자 행사에서 “RUBY연구의 첫 번째 데이터는 올해 말에 발표될 예정이며 내년에 적응증 추가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FIRST라고 명명된 또 다른 3상 시험은 난소암 1차 치료제로 젬퍼리와 제줄라 병용요법을 평가하고 있다. 두 신약은 GSK가 2018년 12월 31일 51억달러를 들여 테사로(Tesaro)를 인수할 때 확보한 포트폴리오다.
이러한 연구 외에도 GSK는 TIGIT, TIM-3, LAG-3, STING, PVRIG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제와 젬퍼리의 병용요법을 연구 중이라고 지난 6월 설명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젬퍼리는 연간 최고 매출액이 10억~20억파운드(13억8000만~17억6000만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GSK는 추정했다. 이는 고정환율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해 올 2분기에만 4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키트루다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작은 돈이다.
GSK는 젬퍼리, 제줄라 외에 이달 6일 재발성·불응성 다발성골수종 환자 치료를 위한 항 B세포 성숙화 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 제제로 승인받은 ‘블렌렙’(Blenrep: 벨란타맙 마포도틴-blmf, belantamab mafodotin-blmf, 개발코드명 GSK2857916) 등을 항암제 신약 포트폴리오로 갖췄다. 그러나 감염성 질환, 에이즈(HIV), 염증성질환의 기존 포트폴리오와 비중할 때 암 군단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결국 GSK는 종양학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해 딜메이킹(인수합병)으로 눈을 돌렸다. 테사로 외에도 서페이스온콜로지(Surface Oncology)로부터 PVRIG 항체(GSK562, SRF-813, 1상 중)를 라이선스 도입했다. 23andMe와 인간 유전학 데이터 기반 R&D 협력을 하면서 항 CD96 프로그램(GSK608)을 들여왔다. 2022년 중반까지 임상시험승인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엔 벨기에 기반 바이오기업인 아이테오스테라퓨틱스(iTeos Therapeutics)에 6억2500만달러의 선불금에 항 TIGIT 제제인 EOS-448을 사들였다. 항 CD226(DNAM-1) 축을 보완해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요법에 활용하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