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 김모(30)씨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혼식을 망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웨딩 사진도 찍고 예식장도 예약했는데, 보건당국이 하객을 49명으로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려 평생 기대한 결혼식이 졸속으로 치러지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적 손해도 엄청나게 크다. 김씨는 “결혼식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은 49명인데, 예식장에서 요구하는 보증 인원은 300명”이라며 “식장에 오지도 못할 사람들 때문에 돈만 날리게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49인으로 결혼식장 인원을 제한하고, 예식장은 최소 보증 인원을 300명으로 맞추니 손해보상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6일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오는 22일까지 2주 연장한다고 밝혔다. 결혼식은 친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대 49명까지 허용된다. 이에 따라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제시한 방역 지침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같은 4단계에서도 정규 공연 시설에서의 공연은 최대 5000명까지 가능하고, 대면 종교 활동 역시 최대 99명까지 허용되는 것에 비해 결혼식 인원 제한은 과도하다는 게 당사자들의 불만이다. 더욱이 교회는 당초 비대면 예배만 가능했는데, 종교인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방역 당국은 종교시설 수용 인원의 10%, 최대 99명까지 대면 예배 인원을 풀어줬다. 하지만 결혼식 하객수는 49명으로 제한하자 예비 부부들은 정부의 방역 지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난하고 있다.
오는 9월 결혼식을 올리는 박모 씨(32)는 “영화관이나 백화점처럼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운영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인원 제한을 심하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정해진 식비는 누가 보상해준다는 건지 정부도 무책임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미루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청첩장이나 지인들에게 이미 연락을 돌렸는데 이제와 미루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예비 부부들 고충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등장했다. 한 시민은 지난 6일 ‘종교시설 99인, 결혼식 49인’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통해 “결혼식은 대체 뭐가 문제길래, 웨딩홀 면적에 대한 형평성은 고려되지 않고 49인 규제를 강행하고 있냐”며 “정부 규제로 인해 제공 받지도 못한 식대를 지불하느라 1000만원 이상의 손해를 개인이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비 부부들이 억울함을 호소해도 축의금을 더 받기 위한 욕심으로만 치부할 뿐”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예비 부부들 사이에선 “그럼 결혼식을 교회에서 치르는 경우에는 99인을 불러도 되는 것 아니냐” “신랑⋅신부가 콘서트장을 빌려서 노래를 부르면 5000명도 가능하겠다” 등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예식업 종사자들도 정부의 방역수칙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49인 제한으로는 임대료나 전기세, 인건비 등 고정비도 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예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예식장도 49명씩 받을 바엔 영업을 중단하는 게 낫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고 정부에 두 차례나 영업을 중단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부에서는 결혼식을 막을 수 없다며 영업을 지속하라고 강요한다”며 “이렇게 장사해서는 계속 마이너스”라고 주장했다.
고장수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단순히 확진자 수 증감을 기준으로 한 거리두기 단계와 방역지침이 아니라 위중증자 증감, 시설별 확진자 비율 등을 감안해 현실에 맞는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 개편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 형평성에 대한 지적은 전부터 계속 나오던 문제”라면서 “시설 면적과 환기시설, 지하·지상 등 건물 특성에 맞게 등급을 나누는 식으로 정부가 객관적인 방역지침 기준을 연구해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며 “이런 식의 거리두기는 효과없이 국민 피로도만 높일수 있다고”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