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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조림, 하천, 설산, 벌꿀에서 발굴했다며 보툴리눔균 출처 입증 부산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7-28 00:28:41
  • 수정 2021-07-29 0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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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도 자신있게 출처 못 대 … 질병청, 출처 등록 입법화 움직임에 업계 긴장

전세계적으로 보툴리눔톡신 상용화에 성공한 회사는 미국 엘러간(보톡스), 프랑스 입센(디스포트), 독일 멀츠(제오민), 중국 란주연구소(BTX-A, 한올바이오파마 판매대행, 현재 생산중단), 한국 메디톡스(메디톡신), 미국계 알보젠(마이아블록)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마이아블록만 톡신 B형이고 나머지는 A형이다.  


B형은 효과 유지기간이 A형에 비해 다소 짧고, 확산이 잘 되는 특성 때문에 더 적은 양으로 비슷한 효과를 더 빨리 나타낸다. B형은 pH가 5.6으로 낮아 주사 시 통증이 심하므로 중화시켜서 주사하기도 한다. 참고로 보툴리눔톡신 균주는 A에서 H까지 7가지이고 A형과 B형만 상업적으로 이용된다. H는 초고독성으로 20억분의 1 그램만 주사해도 성인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상업화에 성공한 보툴리눔균주 톡신A의 기원을 따져보면 단 2개로 압축된다. 엘러간, 란주연구소, 메디톡스, 대웅제약 등은 미국 위스콘신대 보관 중인 HALL A STRAIN에서 유래됐다. 입센과 멀츠는 미국균주은행에서 유래된 ATCC 3502 STRAIN을 채택했다. 


그런데 메디톡스와 제테마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는 전부 자체 발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업계 1위인 휴젤은 균주 출처에 대한 입장을 여러 번 번복했다. 처음에는 부패한 통조림에서 발견했다고 했다가 2016년 10월 보도자료를 통해 폐기처분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출처라고 바꿨다. 최근에는 다시 콩 통조림으로 출처를 정정했다. 균주명은 CBFC26이라고 밝혔다. 


이후 휴젤 측은 언론에 출처에 대해 일절 소명하지 않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청에 확인한 결과 2006년 부패한 콩 통조림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는 신고 내용이 접수된 이후 추가 신고나 바뀐 신고 내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바이오토피아라는 국내 바이오 회사로부터 균주를 획득했다고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바이오토피아는 2013년 국내 여러 토양 샘플로부터 보툴리눔 균주 분리에 성공한 후 수 개월 뒤 휴온스로 균주를 이동했다고 질병관리청에 신고했다.  


질병청은 토양이 이전에 알려져 있던 돼지 축사는 아니라면서 고위험 병원균 출처 위치가 노출되면 또 다른 분리 시도가 있을 수 있다면서 답변을 아꼈다.


바이오토피아는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인 휴온스에 의해 흡수되면서 현재 휴온스내츄럴로 사명이 변경됐다. 그러나 휴온스는 자사 균주를 ATCC 3502라고 발표했다. 바이오토피아가 자체 발굴했다면서도 미국 균주은행이 보관하는 ATCC 3502라고 밝힌 게 의문이다. 그러나 바이오토피아나 휴온스 모두 미국균주은행으로부터 균주를 얻었다는 어떤 증거도 대지 못하고 있다.


알에프텍과 자회사인 알에프바이오는 세계 최초로 벌꿀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분리(isolation) 동정(identification)해 염기서열 분석까지 마쳤다고 작년 11월 3일 발표했다.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알에프바이오는 지금까지 전체 염기 서열이 공개된 보툴리눔 균주들과 계통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독자 균주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알에프바이오는 작년 6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입수한 벌꿀을 기반으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타입 A1 신규 균주 ‘RFT0102’ ‘RFT0808’ 2종을 분리 및 동정하는 데 성공해 국가관리번호를 부여받은 바 있다. 


알에프바이오 관계자는 “유전체분석 전문기관을 통해 자사 균주들의 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했더니 ‘Hall A Hyper’ ‘ATCC 3502’뿐 아니라 지금까지 발표된 보툴리눔 균주들과는 완전히 다른 독자적인 균주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Hall A Hyper는 엘러간·메디톡스·대웅제약이 ATCC 3502는 멀츠·입센·제테마 등이 사용하고 있는 균주”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의 벌꿀 유래 균주 RFT0102, RFT0808은 Hall A Hyper 와 비교할 때 유사도가 각각 65.11%, 94.03%를 기록했다”며 “ATCC 3502과 비교할 때 유사도가 각각 66.63%, 95.67%를 기록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전체 염기 서열이 공개된 보툴리눔 균주들과는 계통 분류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균주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현재 분쟁이 진행 중인 균주와 비교할 때 RFT0102는 총 염기수가 53만 개, RFT0808은 13만 개 가량 더 길다고 설명했다. 또 RFT0102는 독소 유전자가 ‘단일 가닥 플라스미드’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는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타입 A1’ ‘균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바이오업계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균은 그동안 토양과 부패한 통조림 등에서 발견됐는데 과연 신빙성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밖에 프로톡스, 칸젠, 유바이오로직스, 이니바이오, 제네톡스, 파마리서치바이오, 한국비엠아이 등이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발견했거나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았다. 


프로톡스는 2019년 연간 270만 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는 보툴리눔톡신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자체개발한 ‘프로톡신주’의 임상 2상을 개시한다고 올해 2월 밝혔다. 1상은 작년 8월에 시작해 성공적으로 마쳤다. 


‘프로톡신주’는 정용훈 전 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에게 기술자문해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되었으며, 자사 균주를 유전체 분석기관에 의뢰하여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NCBI)가 운영하는 유전자은행(젠뱅크)에 등록된 ‘ATCC3502’과 99.99% 일치함을 확인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인터넷 등에는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와 양규환 전 식약청장이 민병희 교수(실명인지 확인 불가)와 동료인 정용훈 교수를 찾아와 보툴리눔 A형 균주를 얻으려 했고 이를 대가로 지분 30%를 주기로 약속했다가 2000년 7월 메디톡스의 전신인 앤디소스를 창업하면서 민병희, 정용훈 교수를 토사구팽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이에 메디톡스는 정현호 교수와 정용훈 교수는 일면식도 가진 적 없는 터무니 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9년 3월에 ATGC-100의 임상 1/2상을 승인받아 완료하고 2020년 3월 3상 임상승인을 받아 현재 진행 중이다. 본래 백신개발 전문회사인 유바이오로직스는 이 제품을 에이티지씨(ATGC)와 공동 개발 중인데 현재 유바이오 홈페이지에서는 보툴리눔톡신 파이프라인을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ATGC가 전담해서 개발 중이다. 유바이오 최석근 각자대표는 메디톡스 공장장을 지냈으며, ATGC 장성수 대표도 메디톡스 연구기획 출신이다. 


ATGC는 균주의 출처가 충북 청주시 오창읍 호숫가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메디톡스 오창공장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호수에서 메디톡스가 방류한 균주를 채취했다면 불법은 아니지만 도용을 덮기 위한 묘수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다. ATGC는 유럽약전에 부합하는 품질을 갖추고 있다고만 설명하고 있다.


이니바이오는 2019년 12월 식약처로부터 1/2상 임상시험을 승인 받아 완료하고 작년 12월 28일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이니101’이 전임상 단계로만 표시돼 있다.  


이니바이오는 자사의 균주가 ‘ATCC 19397’로 스웨덴 균주은행에서 정식 도입한 것으로 정부의 정식 수출입 절차를 통해 안전하게 수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비엠아이는 2019년 8월 1/2상을 승인받았고 2010년 1월 13일 수출용 허가를 받았다. 파마리서치바이오는 2019년 1월 1상을 승인받아 같은 해 2월엔 100단위, 2020년 11월엔 200단위를 수출용으로 허가받았다. 2020년 6월 3상을 승인받아 올해 말까지 국내 품목허가를 얻어 출시할 계획이다. 


칸젠은 설산(雪山)에서 발견한 보툴리눔톡신 균주로 등록을 마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관련 바이오벤처인 칸젠은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보도가 없으며 바르는 화장품 타입, 지속시간이 긴 액상형 주사형 타입의 보툴리눔톡신 개발을 위해 특허를 여러 건 획득했다는 내용만 전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확히 1년 전 생물테러감염병병원체로 탄저균, 보툴리눔균, 야토균, 에볼라바이러스, 라싸바이러스, 마버그바이러스, 두창바이러스 등 8종을 지정하고 나서 그동안 실사한 내용을 브리핑했다. 균주 출처 및 특성 분석, 균 취급자 보안관리, 균주 불법 취득, 허위 분리신고 의심사례 등 관리 미흡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의 핵심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분쟁으로 야기된 보툴리눔균의 출처와 이동을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향후 질병청은 이를 입법해서 관련 의약품 개발에 하나의 관문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의 반발과 국제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보툴리눔톡신 산업의 국익을 고려할 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톡신 제제 허가를 받을 때 균주의 출처와 염기서열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의약품 허가는 어디까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으로 출처 정도만 밝히면 된다. 식약처가 보는 것은 유효성과 안전성 등 임상시험 데이터다. 따라서 균주를 도용하거나 불법적으로 습득하는 것은 문제삼지 않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를 철저히 따지기 때문에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소송에 발목이 잡힌 장애물이 됐다. 


흔히 수출용 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은 더 엄정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착각이다. 수출용 의약품은 국내 우수의약품생산품질관리(GMP) 기준만 충족되면 허가받을 수 있다. 유효성이나 안전성 같은 것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 수출용 의약품은 개도국 또는 저개발국으로 수출되거나, 블랙마켓에 유통되거나, 소량이 임상시험용 의약품으로 소비된다. 한국의 높은 신인도 때문에 한국서 수출용으로 허가받았다면 중저개발국에서는 높은 품질로 인정해줄 수 있다. 이것이 맹점의 하나다.


보툴리눔 톡신은 자연계에 존재하며 이를 분리동정하면 질병관리청에 신고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지금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와 제테마를 제외하고는 자신 있게 자체 발굴했다고 말할 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업계로서는 질병청과 식약처가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에만 초점을 맞춰주기를 바라고 있다. 어디서 채취했는지, 균주의 정체성(염기서열)이 있는지 확인하려 보건당국이 나선다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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