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고령의 말기신부전 환자에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뇌사기증자 신장이식과 비교해 효과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사기증자의 신장을 이식받기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했던 환자들에게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허규하 세브란스병원 이식외과 교수· 김덕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교수팀은 고령의 말기신부전 환자에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뇌사기증자 신장이식과 비교해 이식 후, 이식 신장의 수명은 차이가 없고 이식 후 환자 생존율이 더 높다고 밝혔다.
평균 수명 증가로 고령의 말기신부전 환자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공여자가 부족한 현실에서 신장이식을 받기는 쉽지 않다. 가족 중 적합한 기증자가 없으면 뇌사기증자 신장이식을 받을 수 있지만, 등록 후 이식까지 평균 7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에 빠른 이식을 위해 최근 국내서도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의 말기신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후 부작용 등 결과에 대한 국내 보고가 없는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지원하는 한국장기이식연구단(KOTRY) 데이터를 이용해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신장이식을 받은 60세 이상의 고령 환자 63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혈액형 부적합 생존기증자 신장이식을 받은 80명의 이식 후 결과를 혈액형 적합 생존기증자 신장이식을 받은 222명과 뇌사기증자 신장이식을 받은 332명과의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 후 거부반응 빈도는 혈액형 적합 및 뇌사기증자 신장이식과 비교해 차이가 없었다. 신장 기능의 경우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혈액형 적합 신장이식에 비해 다소 낮았으나 뇌사기증자 신장이식과 비교해선 높았다. 이식 신장의 수명은 세 그룹 간 차이가 없었고 이식 후 환자의 연간 사망률은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0.5%)이 혈액형 적합 신장이식(0.3%)과 큰 차이가 없었고 뇌사기증자 신장이식(1.5%)보다 낮게 나타났다.
허규하 교수는 “고령 말기신부전 환자는 혈액형이 맞지 않는 기증자가 있을 때 뇌사기증자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혈장교환술 등의 처치 후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을 시행 받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식 분야 국제학술지 'Transplant International'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