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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醫-政 평행선 대결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7-16 15:10:31
  • 수정 2021-07-16 15: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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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알 권리 보장 vs 의료발전 자율성 제한 서비스 질 하락 … 충돌 조짐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의원급으로 확대되면서, 의사단체와 개원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확대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 이어,  '비급여 진료비 공개' 정책이 의료계와 정부 간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의료계의 반발을 예상했음에도, 해당 정책을 병원급에서 의원급으로 계속해서 확대하려는 정부 여당의 의도는 무엇이며,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도 이를 실력 저지하려는 의료계의 속내는 무엇일까.


수년전 부터 논란의 소지는 있었지만, 현 정권에 들어서는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핵심 안건으로 설정하며 ‘전면 급여화’를 표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에 없던 비급여 옥죄기에 들어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진료와 치료에 대해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진료비는 의료기관이 가격과 진료량을 임의로 결정하기 때문에 같은 지역이나 같은 규모의 의료기관이라 할지라도 가격과 이용량에 대한 편차가 존재한다.


필연적 정보 비대칭으로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환자입장에서는 합리적으로 의료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정부는 의료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의료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고, 비급여 항목과 가격을 사전에 설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앞서 병원급에 한해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도록 했던 복지부는 지난 3월 이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일부개정을 시행했다.


현황조사, 분석 공개항목도 현행 564항목에서 616항목으로 확대했으며, 공개시기도 확정됐다. 매년 '4월 1일'이었던 공개시기가 '6월 마지막 수요일'로 변경됐으나, 올해는 고시개정 일정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8월 18일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맞물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해 1월부터 '비급여 진료 사전설명'제도를 도입했다. 


비급여 진료 전에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제공항목과 가격을 미리 설명하는 제도로, 환자가 진료의 필요성과 비용 등을 고려해 해당 비급여 진료를 받을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며, 의료기관의 합리적인 진료제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가 저수가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힘든 의원급 의료기관을 옥죄는 또 하나의 '규제'이자 행정적 '부담'이며, 결국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오히려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 비급여 관련법 추진에 대해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1월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비급여 관련 의료법 시행규칙 등을 개정한 것이 동네의원 의사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이어 서울시치과의사회 역시 헌재에 비급여 관리대책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지난 4월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이 났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일반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단체가  릴레이 성명을 발표해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비급여 관리대책은 저수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힘든 의원급 의료기관에게 큰 행정적 부담이 될 것이며 의료계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행정인력이 많은 대형병원과 달리 개원가 입장에서 일련의 절차를 준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실정인데, 규제 수준이 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영등포소재 내과 원장은 “비급여 고지를 하고 있는데 또 진료비 공개가 시작되고 여기에 보고 의무화까지 적용돼 과태료를 부과하는 종합적 대책이 시행되는데, 관련 절차를 수행할 여력이 없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신의료기술의 통로이기도 한 비급여를 옥죄고 보장성 강화만을 위해 정책을 설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의료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합리적 절차와 기준 없이 강행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급여 수가에는 사용되는 재료와 장비, 의사의 테크닉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이 포함되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진료비만 공개될 경우 환자는 가격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비급여 진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등 대표적인 비급여 의료기관은 의원급이 대부분이기에, 대형병원과 가격경쟁에서 이들 의원급 의료기관이 살아남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의 실제 의도에 대해 "정부가 환자와 국민을 앞세워 사실을 의료계 진료비 통제를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의협을 비롯한 의료 4개 단체도 "현재도 의료기관 내에 비급여 항목을 공개해 환자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는데, 비급여 진료내역까지 자세하게 보고를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정책추진 재고를 촉구했다. 


각시도 의사회도 강력하게 반발하며 "의료기관마다 의사의 실력, 인력, 설비, 부가서비스 등이 다른데도 이러한 개별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비급여 항목의 가격 비교만을 할 경우 국민들은 값싼 진료비를 찾아 의료기관 쇼핑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의료 영리화를 가속화하고 결국에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하락해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보험으로 통제된 의료에서 벗어난 자연스러운 분출이자 시장의 논리에 의해 자유롭게 형성된 비급여를 가격경쟁을 붙이기 위해 강제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의료 특징을 배제한 체 의료를 상품화하고 의료의 발전과 자율성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확대 관련 '의료법 개정안'과 정부가 일방적으로 '비급여 진료비 공개 확대'를 추진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놓고 집단행동 등 단호한 대책이 예상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쟁점은 미용·성형 등 선택 비급여가 포함된 점이다. 최근 정부가 제시한 미용·성형 항목은 단순코골음, 수면무호흡증수술, 포경수술, 안구건조증치료, 비만치료, 유방교정술, 보톡스 등이다.이는 기존에 비급여 공개항목이었던 모발이식술, 라식·라섹, 잇몸웃음교정술 등에서 추가된 것이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미용·성형 분야의 비급여 항목이 거듭 추가되자 의료계는 "모든 비급여 항목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비급여 비용을 잣대로 의료기관 줄세우기식 평가를 하다보면 자칫 진료비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의료기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앞서 라식·라섹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비용을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의료비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미용·성형 전체 분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지는 일부 분야에 대해서만 단계적으로 공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미용·성형분야는 항목을 중심으로 추가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의료계와 절차와 협의를 통해서 추진한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급여 보고 관련 의료계 4개 단체가 보이콧 조짐이 있지만, 복지부는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 4개 단체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가 아닌 보건의료발전협의체(이하 보발협)에서 협의를 이어갈 것을 제안했다.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는 정부와 공급자단체 이외에도 소비자단체, 전문가, 관계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담아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그에 반해 보발협은 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 간호협회 등 공급자단체와 복지부가 주축으로 운영하는 조직으로 의료계 중심으로 주장을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주장과는 달리 보발협에서 논의를 하더라도 법에서 언급된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거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발협은 물론 협의체를 통해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7월 중으로는 고시안을 확정짓고 행정예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7~8월 규제심사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8월부터 발령, 시행하면 실제 보고는 올해 11월~12월경이 될 예정이다.


그는 이어 "비급여 진료비 가격조사 결과 공개시점이 9월 19일인 것을 고려해 보고시행은 올해말 추진할 것"이라며 "조사 및 분석 결과 공개는 내년에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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