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됐다. 장마와 무더위가 반복되는 습하고 푹푹 찌는 여름철은 기후적 특성 상 세균번식이 용이해 음식이 상하기 쉽고 이로 인한 식중독 발생이 크게 늘어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수인성·식품매개 감염병, 즉 식중독의 발생은 6월부터 8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해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여름철 식중독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중독이 발생하면 흔히 설사와 함께 극심한 복통·구역질·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할 경우 호흡마비와 극도의 탈수증·뇌 기능장애·뇌막염 등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중독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믿다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대표적인 예로 ‘식중독은 해산물을 통해 발생한다’ 거나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전하다’ 등을 들 수 있다.
대동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임태원 과장(소화기내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식중독과 관련된 잘못 알려진 상식에 대해 알아본다.
식중독의 주범은 해산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중독 하면 으레 생선회 같은 해산물이 주요 원인일 것으로 생각하고 채소와 과일은 편하게 먹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식중독의 주범은 채소와 과일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중독 원인 식품을 분석한 결과만 보더라도 채소류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육류, 3위는 김밥 등 조리식품이었으며 해산물은 상위 3위 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국 내 식중독 원인의 46%는 세균에 오염된 채소와 과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채소와 과일이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 되는 이유는 그냥 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에 제대로 세척하지 않거나 샐러드 등 날것으로 섭취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세균이 잔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더러운 손으로 만지는 등 운반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하거나 채소를 기르는 데 사용한 지하수의 오염으로 식중독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채소와 과일은 반드시 깨끗한 물로 세척한 뒤 즉시 섭취하고 외식을 할 경우 위생 상태가 의심스러운 음식점의 이용을 삼가고 세척 여부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채소가 들어간 샐러드류나 샌드위치 등은 가급적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제대로 세척했으면 괜찮다?
식재료를 깨끗하게 씻은 경우에도 식중독은 발생할 수 있다. 먹거나 조리하기 직전에 씻은 경우 괜찮지만 씻어낸 식재료를 실온 보관한 후 먹으면 세균에 의한 식중독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추를 세척한 후 실온에서 12시간 보관한 결과 식중독균이 평균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열해 섭취하는 식재료는 식중독 발생의 위험이 줄어들지만 가열하지 않고 날 것으로 먹는 식재료라면 세척 후 바로 섭취하는 게 좋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식중독을 막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냉장고를 맹신하는 경향이 있지만 음식물을 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냉동고에 얼리더라도 세균이 사멸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세균은 10℃ 이하에서 번식이 억제되고 영하 15℃ 이하에서 번식이 정지되기 때문에 냉장고는 10℃ 이하, 냉동고는 영하 1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냉장고 내부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식중독 예방을 위해 필수다. 음식물이 묻어 있을 경우 세균 증식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음식물의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게 되면 식중독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냉동식품을 실온에서 해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식중독 균을 증가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 따라서 해동은 냉장실 또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고 야외의 경우 밀폐된 용기에 넣어 흐르는 물로 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중독의 증상은 구토와 설사뿐이다?
식중독이 발생한 경우 구토와 설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식중독의 증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식중독을 유발한 원인에 따라 복통·구토·설사·발열 등의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또 설사의 양상도 식중독을 초래한 원인균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세균들은 단순히 소화기관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관절염·뇌 기능장애·뇌막염 등 치명적인 질병을 야기할 수도 있어 노인이나 어린이, 환자 등 면역력이 약하거나 저하된 사람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중독이 발생한 경우 굶는 게 최선이다?
식중독이 발생해 구토나 설사가 지속될 경우 한두 끼 정도 금식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무조건 굶을 경우 적절한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설사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무조건 굶기 보다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수분을 섭취할 때는 맹물만 마시기보다는 전해질 음료의 음용 등 설사로 인해 잃어버린 전해질을 같이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간혹 음식 대신 우유 등을 음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식중독으로 장에 염증이 발생한 경우 일시적으로 유당불내증이 초래돼 유당 분해효소 생성·분비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유제품의 섭취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구토와 설사가 반복적으로 이어져 탈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정맥수액요법을 통한 치료가 필요한 만큼 가급적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여름철엔 안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겨울철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물론 겨울철에 빈발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름철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여름철에도 노로바이러스 식중독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철 노로바이러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손을 자주, 잘 씻는 게 우선이다. 사람 간 전파가 많은 만큼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는 사람이 많은 곳을 가급적 피하는 게 좋고 음식은 익혀 먹는 게 안전하다.
설사와 복통이 심하면 지사제·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식중독에 의해 설사나 복통 증상이 발생한 경우 자가진단으로 약국에서 지사제 또는 진통제를 구입해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의사가 따로 처방하지 않은 지사제 또는 진통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진통제가 위장을 자극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는데다 복통을 완화시켜 질병이 호전된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사제의 경우 함부로 복용할 경우 장 내 염증성 물질이나 독소가 배출되지 않아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약물은 반드시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받고 사용해야 한다.
임태원 과장은 “장마와 무더위로 습하고 온도가 높은 여름철은 위생 환경이 취약해지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 되기 쉽다”며 “따라서 여름철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는 음식 조리 전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해 30초 이상 손을 씻은 후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를 하고 물은 끓여 마시며 음식은 충분히 익히고 채소나 과일은 깨끗하게 씻어 먹어야 하며 설사, 구토 증상이 있거나 손에 상처가 있다면 음식을 조리하지 않는 등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