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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주사’ 프로포폴, 마약인가 의약품인가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07-02 15:51:05
  • 수정 2021-07-10 2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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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그룹 출신 가인 투약 인정 논란 확산 ... 중독성 적지만 과다 투약땐 사망까지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 가인 측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를 시인하고 사과했다. 가인 소속사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인은 지난해 프로포폴과 관련해 약식기소 과정을 거쳐 100만원의 벌금형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며 “가인과 소속사 모두 사회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먼저 사과드리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가인 이외에 김승연, 현영, 박시연, 휘성 등 유명 연예인 부터 이재용 삼성 부회장, 두산 4세 박진원, 애경그룹 3남 채승석 등 재벌가까지 반복적으로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기소 또는 처벌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월 4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로부터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벌금 50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이 부회장 측은 혐의를 부인하다가 결국엔 약식 기소가 벌금형에 그치는 반면 이를 거부했다가 정식 기소가 될 경우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고 지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데다가 지난해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및 경영권 불법 승계’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약식 기소를 받아들였다.  


프로포폴은 이미 2009년 6월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며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잭슨의 시체에서 치사량 수준인 엄청난 분량의 마취제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잭슨의 주치의 콘라드 머리(Conrad Murray)가 잭슨의 불면증을 치료한다는 목적으로 6개월간 매일 50mg씩 프로포폴을 투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로스엔젤레스 법원은 머리를 징역 4년의 선고를 내렸다. 


이처럼 연예인과 재벌가 구성원들이 프로포폴에 휘말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포폴이 대체 어떤 물질이기에 남용한 사람을 징역에 처하고, 사람을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일까.


프로포폴은 1977년 영국의 화학회사인 ICI가 화학 합성으로 개발한 수면마취제다. 프로포폴은 페놀기가 붙어 있는 화합물로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물 대신 대두유에 약품을 녹여 주사약으로 만들었다. 




프로포폴은 흰색 액체로 정맥으로 투여한다. 신체적인 중독성을 유발하진 않지만, '깊은 잠을 잔 듯한 느낌'을 줘 정신적인 의존성을 유발하기 때문에 ‘건망증 우유’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포폴은 수면제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깊게 잠드는 효과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프로포폴은 잠을 잔다기보다 마치 스위치가 끊어지듯 의식을 잃는 것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한다  ”며 “문제는 프로포폴은 뇌에 수면 신호를 보내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수치를 높이면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이 마비되면서 도파민이 다량 분비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도파민 수치가 급격하게 높아지면 극도의 행복감(Euphoria, 유포리아)가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용법에 따라 프로포폴을 사용하면 즉시 잠들어 유포리아를 느낄 수 없지만,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소량만 투약하면 유포리아를 느끼며 점차 프로포폴에 의존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불규칙 생활을 하거나 우울증에 걸린 연예인들이 포로포폴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프로포폴 오·남용​은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예인과 재벌가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불규칙한 생활, 불안감과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해서다. 수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연예계 종사자들이 수면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이 찾는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포폴은 의사 지시 하에 적정량 투여되면 중독이나 부작용 위험성이 거의 없다. 다만 조금이라도 과다 투여하면 ‘무호흡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의학계에서는 시술자와 이를 감시하는 사람(마취의사)을 각 1명씩 두도록 권고한다.​


프로포폴은 주로 수면내시경 검사나 간단한 성형수술에서 마취 목적으로로 쓰이는 전문의약품이다. 환각 증상과 발열, 두통, 전신통증, 심혈관계질환, 간 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과다 투여할 경우 호흡이 마비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프로포폴은 환각증상, 무호흡 등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마약에 비해 중독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항정신성의약품에서 제외됐다가 오남용 방지를 위해 2011년 2월부터 항정신성의약품에 포함됐다. 


미국에서 2009년에 프로포폴을 통제물질로 지정한 적은 있지만 마약류로 지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프로포폴 관리시스템은 이후 남용을 막고 중독자 발생을 낮출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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