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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러시아 ‘스푸트니크V’ 코로나19 백신 ‘단독 수주’서 ‘양자대결’로 바뀐 까닭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4-22 16:23:16
  • 수정 2021-06-17 10: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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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엘라파 컨소시엄 ‘중동·러시아 인맥’에 작년 11월 수주 … 휴온스, 지엘라파서 이탈해 ‘상업적 도의 깨고 별도 컨소시엄 구성’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민을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Sputnik V)를 독자적으로 도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1일 이 지사가 청와대에 백신의 품질 및 안전성 검증을 요청하자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러시아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달라고 외교부에 요청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관심은 스푸트니크 백신을 당초 지엘라파(GL Rapha) 컨소시엄이 단독 수주하려다 양대 컨소시엄 대결로 번진 것에 대한 배경에 쏠리고 있다. 기자가 업계의 정통한 소식통을 만나 그 전말을 살펴봤다. 

바이오제약 업계에서조차 이름이 생소한 지엘라파는 지난해 11월  13일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와 스푸트니크 백신을 국내서 독점 위탁생산(CMO)하게 된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러시아에서 먼저 제안이 왔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으나 실제는 이 회사가 러시아 관계자를 찾아가 부탁했다. 

2007년에 황재간 회장이 설립한 지엘라파는 의약품 수출에 주력해온 무역회사나 다름 없다. 지엘라파는 출범 당시 한국코러스 지분 57.1%를 확보했으나 유상증자로 희석돼 현재 지분은 33.1%다. 

업계 관계자는 지엘라파가 중동과 구소련 독립국가연합(CIS)에 수출하면서 황 회장이 인맥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특히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를 통해 RDIF와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는 RDIF의 상당 지분(30% 추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엘라파는 작년 11월 RDIF와 맺은 합의를 바탕으로 올해 2월에는 자회사인 한국코러스를 주축으로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휴메딕스 등 국내 7개 기관·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그러나 휴온스글로벌은 별도로 RDIF와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휴메딕스, 보란파마 등과 또 다른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업계 소식통은 “러시아는 상업 관행상 특정기업에 몰아주는 단독 계약을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다”며 “더욱이 지난해 매출이 400억원을 조금 넘는 한국코러스를 믿고 단독으로 위탁생산을 맡기기에는 미덥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온스글로벌은 RDIF 측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으며 오는 8월 시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휴온스 컨소시엄 구성 회사들은 경험이 부족하고, 코로나19 백신 생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배지나 배양조 등 원료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생산 인프라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예정대로 이때까지 시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온스 경영진의 추진력이 대단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낼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반면 지엘라파 컨소시엄은 이미 작년 12월부터 춘천 한국코러스 바이오의약품 공장에서 시생산을 시작했고 수십만 도스를 수출용으로 선적했다. 5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가는 데 별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수앱지스 등이 백신 생산 원료를 넉넉하게 보유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엘라파의 백신 원액을 충전하려던 보령바이오파마와 종근당바이오는 낮은 위탁생산 비용 때문에 일단 컨소시엄 참여를 거부했으나 생산량이 늘어나 지엘라파가 시급하게 위탁생산을 요청하면 얼마든지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넥스는 지난달 불거진 불량의약품 생산 사태로 이미지가 실추된 데다가 생백신인 스푸트니크V의 특성상 대형 배양조를 가진 바이넥스로서는 배지가 오염될 부담을 갖고 있어 컨소시엄 멤버에서 탈락했다. 따라서 배양조 사이즈가 작은 이수앱지스 등이 더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온스글로벌의 자회사인 휴메딕스는 휴온스가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바람에 지엘라파 컨소시엄에서 빠지게 됐다. 지엘라파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해 컨소시엄 참여 업체와 중요 정보를 공유하며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휴메딕스가 어떠한 상의도 없이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은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이는 상호 간의 신의를 저버린 행위로,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휴메딕스는 당초 지엘라파 컨소시엄에서 제품 충전을 맡을 계획이었다. 이 백신은 3ml 단위로 포장되며 한 바이알당 5도스를 담는다. 양대 컨소시엄 갈등으로 휴메딕스는 보란파마와 휴온스 컨소시엄에서 충전을 맡게 될 전망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해 8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승인했다. 현재 이 백신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이란, 아르헨티나, 알제리, 헝가리 등 전 세계 60여 개국이며 유럽의약품청(EMA)도 이달 초부터 심사에 들어갔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임상 3상 결과가 실리며 백신 부족에 허덕이는 전세계 국가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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