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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에 잘 생기는 ‘겸상적혈구 빈혈’ … FDA 승인 신약은 3종뿐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4-18 12:03:14
  • 수정 2021-06-16 18: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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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글루타민·크리잔리주맙, VOC 감소 효과 … 복셀로터, Hb 수치 증가 및 용혈 감소
겸상적혈구빈혈(鎌狀赤血球貧血症, sickle-cell anemia, Sickle cell disease, SCD)은 주로 흑인에게서 유전적으로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낮은 흑인에게 다발하다보니 신약개발도 늦어져 미국에서 상용화된 의약품이 3개 정도에 불과해 흑인들이 의료불평등을 제기하며 볼멘소리를 한다.  

겸상적혈구빈혈은 폐에서 산소를 받아 조직으로 운반하는 적혈구의 핵심 성분인 헤모글로빈(Hb, 혈색소)의 유전적으로 비정상인 경우다. 이로 인해 산소 포화량이 줄어들면 납작한 원형에 가운데가 함몰된 형태의 정상 적혈구가 길쭉한 낫 모양(겸상, 鎌狀)으로 변한다. 

낫 모양의 적혈구는 작은 혈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혈관을 막아 혈류장애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산소가 조직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게 된다. 겸상적혈구는 쉽게 파괴되기도 해 전반적인 적혈구 부족에 따른 빈혈을 유발하게 된다. 

SCD는 적어도 하나의 겸상 돌연변이(sickle mutation)가 관여하는 베타글로빈(β-globin)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환자는 두 개의 겸상 돌연변이를 갖고 있으면 HbSS(both sickle mutations), 한 개의 헤모글로빈 C 돌연변이이면 HbC(hemoglobin C disease), 한 개의 겸상 돌연변이만 있으면 HbS(single sickle mutations), 한 개의 겸상 변이와 한 개의 C변이를 갖고 있으면 HbSC(sickle cell–hemoglobin C) 등으로 구분한다. 

SCD는 미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유전병이다. 12명당 1명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적혈구가 겸상세포적인 특성을 지녔다. 매년 30만명의 유아들이 SCD를 가지고 태어난다. 환경적 요인(날씨, 공기의 질), 태아 Hb 수준, 감염, 유전적 하위 유형들이 이 질병의 패턴과 경중을 다양하게 표출한다. 그러나 SCD의 표현형에 대한 지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SCD의 장기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은 혈관폐색위험(vaso-occlusive crises, VOCs)과 낮은 헤모글로빈 수치, 용혈성 빈혈이다. 만성 용혈은 RBC 형성의 증가 및 낮은 Hb 레벨에 대한 보상으로 나타난다. 이를 개선하는 게 치료의 핵심이다. SCD의 영향을 받는 적혈구(RBC)는 수명이 짧아 만성 용혈성 빈혈이 발생한다. VOC는 혈관 내피세포에 대한 겸상적혈구의 부착력 변화(상승), 염증 및 지혈 가속화 등의 메커니즘으로 활성화된다. 

이에 대한 교정은 SCD 환자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수산화요소(Hydroxyurea), RBC 수혈, 오피오이드 등은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된다. 

수산화요소는 겸상적혈구 형성을 방해해 빈혈 치료에 기여한다. 아직 확립된 기전은 없지만 아마도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은 리보뉴클레오사이드를 데옥시리보뉴클레오사이드로 변환시켜 DNA를 합성하도록 유도하는 데 관여하는 효소인 리보뉴클레오타이드 환원효소(RR)를 강력하게 억제함으로써 DNA 합성 및 궁극적인 세포 독성을 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한 번 투여하면 간헐적으로 적혈구 전구세포와 세포 스트레스 신호를 억제한다. 

구체적으로는 감마글로빈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켜, 변이가 일어난 베타글로빈 유전자 발현에 변화(감소)를 일으킨다. 이는 태아 헤모글로빈(HbF: α2γ2)의 증가와 성인 Hb(HbA: α2β2)의 감소를 야기한다. 수산화요소를 복용하는 환자는 메스꺼움이나 거식증과 같은 위장 독성을 경험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골수 억제이다.

RBC 수혈은 VOC, 적혈구 결핍증, 비장 염좌(splenic sequestration)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RVC 수혈은 과도한 철 저장, 동종면역거부반응, 수혈과 관련된 감염과 고비용, 혈액이 끈적거리는 초점성(Hyperviscosity) 등 부작용도 갖고 있다. 

이들 치료법에도 불구하고, 겸상적혈구질환 환자들은 여러 가지 통증 위기를 경험하며 입원치료를 받거나  말단 장기들이 손상당하는 해를 입는다. SCD의 완전 치유방법은 조혈모세포이식(HSCT)과 유전자치료다. 하지만 전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후자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그동안 내약성이 좋은 3가지 신약을 허가했다.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Global Blood Therapherics, GBT)의 ‘옥스브리타’(Oxbryta, 성분명 복셀로터 voxelotor)는 2019년 11월 25일 가속승인을 얻었다. 

노바티스의 ‘아닥베오’(Adakveo 성분명 크리잔리주맙 Crizanlizumab)는 이보다 열흘 빠른 11월 15일 승인받았다. 엠마우스사이언스(Emmaus science)의 ‘엔다리’(Endari 성분명 L-glutamine 엘글루타민)는 2017년 7월 승인됐다. 

실험혈액학국제학회(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Experimental Hematology, ISEH)가 작년 12월 1일 내놓은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세 가지 신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해본다. 

가장 먼저 나온 L-글루타민은 NAD(니코틴아미드 아데닌, nicotinamide adenine)의 생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으로 체내 산화-환원반응의 보조촉매다. 산화 스트레스는 SCD의 병리생리학에서 중요한 요소로 입증되었다. SCD 환자가 L-글루타민을 보충하면 겸상세포 내 NAD 농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약은 VOC 사건 발생 건수를 감소시킨다. 적혈구에 대한 산화적 손상을 줄이고 진통을 감소시키는 데 그치며 성분도 단순하기 이를 데 없다. 

복셀로터는 헤모글로빈 변조기(조절제)다. 헤모글로빈과 결합하고 산소에 대한 친화력을 높인다. 적혈구의 산소친화성을 높여 산소운반 능력을 증가시키며 헤모글로빈 수치는 올리고 용혈은 줄인다. 겸상적혈구 헤모글로빈을 안정화하고 서로 엉켜 중합되는 것을 방지한다. 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화하는 겸상화(鎌狀化, sickling)를 저해, 적혈구의 변형과 빈혈을 개선하는 효능을 인정받았다.  FDA는 12세 이상 SCD환자에게 복셀로터를 승인했다. 수산화요소 요법에 내성이 있거나, 이를 견딜 수 없거나, 빈혈이 악화되는 환자에게 고려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용량 증가에 의한 독성은 없는 것으로 임상에서 나타났다. 

크리잔리주맙은 P-셀렉틴(P-selectin)을 표적으로 하는 인간화 단일클론항체로서 변형된 적혈구가 서로 달라 붙는 것을 방지해 혈관 막힘 사건과 이로 인한 통증을 현저히 줄인다. P-셀렉틴은 SCD의 혈관폐쇄 위기의 주요 매개체다. P-셀렉틴은 접착분자인 리간드 P-셀렉틴 당단백질(PSGL-1)과 결합한다. 그런 다음 백혈구를 포획해 혈소판을 활성화하고 겸상적혈구를 집합체를 형성하게 한다. 

L-글루타민과 크리잔리주맙은 겸상세포 위기(겸상화) 횟수를 줄였다. 복셀로터는 SCD  환자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개선했다. 이들 세 가지 약은 단독으로 또는 수산화요소와 병용으로 사용해도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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