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르면 내주, 늦어도 이달 중 계약 완료, 5월부터 본격 생산 … 쎌마 컨소시엄도 러 ‘코비백’ CMO 계약 임박
러시아 가말레야연구소(Gamaleya Research Institute)가 개발한 세계 첫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Ⅴ’(Sputnik V) 백신을 국내 어느 기업이 위탁생산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작년 11월 13일 바이오제약 업계에서조차 이름이 생소한 한국코러스의 모기업(최대주주)인 지엘라파(GL Rapha)가 무려 1억5000만도스를 12월부터 생산해 올 1월부터 전세계에 공급한다고 보도되면서 이 백신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해 8월 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했다.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상 임상시험을 건너뛴 채 1상, 2상 뒤 곧바로 정부 승인을 받으면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지난 2월초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에 이 백신의 예방 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3상 결과가 실리면서 백신에 대한 평가가 우려에서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현재 러시아와 헝가리를 포함해 57개국에서 승인됐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각) 스푸트니크V 백신 해외담당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키릴 드미트리예프가 현재 10개국 20개 제약사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브라질, 중국, 터키, 이란, 유럽,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등이다.
특히 인도와 한국은 앞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으며 4월에는 두 나라가 최고 수준의 생산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국 러시아에선 7개 공장에서 이 백신이 생산되고 있으며 대규모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엘라파(한국코러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보령바이오파마, 바이넥스,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휴온스글로벌(자회사 휴메딕스 포함) 등 7개사가 참여한다. 초도 물량으로 최소 1억, 최대 5억도스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엘라파의 역량만으로는 버겁기 때문에 분업 형태로 백신 생산에 나서게 된다.
이수앱시스는 스푸트니크 V 제조문서에 접근할 권리를 확보해 지난달 29일 기술이전을 마쳤다. 작년 12월부터 강원도 춘천의 한국코러스 제약공장에서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 이수앱지스, 한국코러스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바이넥스가 원료를 생산하고 나머지 업체는 이를 충진하는 작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달 초 함량 미달의 제네릭을 대거 만들어 32개 품목의 판매중단 조치를 받은 바이넥스가 컨소시엄에 참여한 게 컨소시엄으로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 지엘라파마와 나머지 컨소시엄 기업 간 업무 분담 관련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이며 이르면 내주, 늦어도 이달 안으로 계약이 완료돼 오는 5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주식시장에 스푸트니크V 관련주로는 일신바이오(백신 콜드체인, 동결건조기), 에이치엘비제약, 이연제약(아데노바이러스 기반 유전자치료제), 이트론, 이디티, 이아이디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기자의 취재 결과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요인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쎌마테라퓨틱스(Thelma Therapeutics)도 지난 2월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인 ‘코비백’(CoviVac) 위탁생산(CMO) 계약을 추진 중이다. 쎌마 컨소시엄에는 휴먼엔(Human N), GC녹십자,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포함된다.
이 백신을 개발한 추마코프연구소(Chumakov Institute) 관계자는 지난 20일 충북 오창과 전남 화순의 GC녹십자 공장을 견학하기 위해 방한했다. 쎌마테라퓨틱스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로부터 “2020 사업연도 감사인의 감사보고서 상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나와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는 통보(공시)를 받았다.
이에 GC녹십자는 공식적으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계약 당사자로서 추마코프와 직접 계약에 서명할 수도 있다. 쎌마테라퓨틱스는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코비백 CMO를 포함해 추진 중인 사항은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의 2개 컨소시엄이 잇따라 러시아 백신 2종에 대한 CMO 계약을 따낸 이유는 기술 장벽이 낮고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의 신뢰성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더나, 화이자 백신은 mRNA 백신이지만 국내 기업은 mRNA 백신 개발 경험이 없어 CMO 계약을 맺으려면 기술 라이선스를 도입해야 하지만 개발사들이 쉽게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이고, 코비백은 비활성화 사백신이어서 그리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백신 제조 시설이 선진화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 기업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