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금 주고 17번 전화 설득 끝에 백신 조기확보, 접종률 50% 돌파 … 한국은 11월 돼야 ‘집단면역’ 기대
이스라엘의 벤자민 네타냐휴 총리는 무려 17번화 전화 통화로 화이자의 알버트 불라(Albert Bourla) CEO를 설득한 끝에 지난 1월 10일께 화이자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을 ‘총알 배송’ 받았다. 원래 2월 안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백신이 조기에 공급됐다.
정부의 긴밀한 움직임 덕분에 22일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률은 50.5%다. 주요 국가 중 처음으로 국민(약 879만 명)의 절반 이상이 1차 또는 2차까지 접종했다.
그 구체적인 예방성과가 지난 20일 공개됐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화이자 백신의 코로나19 사망 예방효과가 98.9%에 달한다고 밝혔다. 심각한 질병 예방 효과는 99.2%였고, 이환율은 95.8% 감소했으며(감염예방 효과), 입원 가능성은 98.9% 줄었다.
이번 데이터는 2021년 2월 13일까지 이스라엘 전역에서 적어도 2주 전에 화이자 백신을 두 번째 접종 한 이스라엘 사람들로부터 수집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전세계 주요 제약사들과 선구매 계약을 맺으며 백신을 서둘러 확보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싸게 백신을 샀다는 논란도 일었지만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장관은 “다른 곳보다 일주일이라도 먼저 경제를 재개할 수 있다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화이자를 설득한 데 이어 ‘1호 접종’에 나서며 전국민 접종을 독려했다.
이에 힘입어 이스라엘 정부는 봉쇄조치를 조금씩 해제하고 있다. 한 때 1만명에 달하던 하루 확진자는 3000명선으로 크게 낮아졌지만 긴장을 풀 상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 접종을 마친 환자는 헬스장·수영장·호텔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까지 마치면 이를 증명하는 ‘녹색 여권’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발급하고 있다. 1차 접종만 마친 경우에는 ‘접종 증명서’를 따로 신청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6주간 전면 봉쇄한 이스라엘은 이제 일상을 서서히 되찾아가는 중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19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화이자와 400만명분 백신 구매계약을 성사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백신을 빨리 공급받기 위해 올 1월 초 나라 전체를 ‘거대한 임상시험장’으로 만드는 전략을 택했다. 백신접종 후 자국민의 성별과 나이, 기저질환 등의 핵심 임상정보를 화이자에게 실시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결국 화이자는 거부하기 힘든 파격적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국은 오는 26일 접종이 시작된다. 한국은 지금까지 7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정부는 이 정도 물량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언제든 돌발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항체 지속 기간이 예상보다 짧으면 당장 추가 물량이 필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이스라엘보다 인구는 더 많고 경제력은 빈약한 만큼 생산능력 부족에 허덕이는 미국 화이자, 모더나 등에 ‘백신 생산기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조기 물량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체 지속 기간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만큼 추가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며 “‘mRNA’ 백신 생산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라도 국내 제약사들이 다국적사 백신의 위탁 생산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전 인구의 60~70%가 접종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것도 항체의 유지기간이 아직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해 최소한 짧은 기간 안에 접종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비율(%)는 1-(1/RO)로 산출된다. R0는 확진자 1명이 전염시키는 사람의 수를 의미한다. 이 숫자가 클수록 바이러스의 전파력도 강해진다. 홍역의 R0 값은 12~18, 에이즈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는 2~5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는 2~4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보고 있다.
이 공식 따르면 R0가 2일 때 50%, 3일 때 67%, 4일 때 75%로 증가한다. 전파력이 클수록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자 비율도 높아져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19백신의 효능은 100%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더 많은 수가 맞아야 집단면역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등 우리나라에 들어올 백신의 효능은 평균 85.6%다. 따라서 이를 반영하면 R0가 2일 때 인구의 58%, 3일 때 77%, 4일 때 87%가 접종해야 한다. 목표 접종률을 약 10% 더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앞서 오는 9월까지 전국민 70%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믿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65세 이상 접종 보류 권고는 백신 조기 수급에 차질을 줬다. 목표했던 대로 정해진 시기에 일정한 물량의 백신이 원활하게 공급될지도 보장하기 어렵다. 정부의 구상대로 접종 일정과 피접종자 수 달성이 가능할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