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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자협상 타결로 메디톡스 ‘완승’ … 국내선 민·형사로 대웅에 강력 대응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2-22 22:43:51
  • 수정 2021-06-28 09: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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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웅의 美 파트너 ‘에볼루스’ 2대 주주로 앙숙 ‘메디톡스’ 옹립 … 대웅, 명분 잃어 메디톡스와 급협상 가능성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벌인 미국 내 ‘보톡스 전쟁’은 결국 메디톡스의 완승으로 끝났고 대웅제약의 미국 내 파트너인 에볼루스(EVOLUS)는 보톡스 균주 도용을 사실상 인정하고 대웅의 보툴리눔톡신 ‘주보’(나보타의 미국 브랜드명)를 미국에서 파는 조건으로 메디톡스와 엘러간(현 애브비)에 합의금으로 총 3500만달러(380억원)를 2년간 분할 지급키로 했다.

나보타 판매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에볼루스는 나보타 판매가 막히면서 2019년 996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에볼루스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영업손실액은 약 577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에볼루스는 나보타의 판매를 위해 메디톡스 및 엘러간 측과 합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디톡스는 지난 19일 오후 11시38분 늦은 시각에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메디톡스-엘러간-에볼루스 3자간 지적재산권 소송을 전격 합의로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라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대웅제약 ‘주보’의 21개월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최종명령에 대해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16일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늄 균주와 전체 제조공정 기술을 도용했다며 ‘미국 1930년 관세법 337조(Section 337 of the Tariff Act of 1930)를 위반, 21개월간 주보의 수입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메디톡스는 나보타의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상대로 제기한 미국 캘리포니아 소송을 철회할 예정이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의 ITC 최종명령 철회 요청으로 인해 나보타는 미국 수출이 가능해진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것도 현실로 이뤄졌다. 메디톡스는 합의금 외에도 에볼루스 주식도 갖는다.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신주인 보통주 676만2652주를 535억원에 취득해 지분 16.7%의 2대 주주에 올랐다고 22일 공시했다. 메디톡스는 사실상 주보가 자사 수중에 떨어질 것으로 가정하고 이같은 경영전략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ITC 예비 판결 이후 에볼루스로부터 4000만달러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에볼루스의 경영난을 돕자는 취지였다. 주당 13달러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만큼 주식 전환 시 양사 모두 에볼루스 지분을 보유하는 그림이 된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 2대 주주에 오름에 따라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파트너십 유지에 부담이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와 관련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메디톡스가 주식 취득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는 있지만 경영상에는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며 “대웅제약이 주보 공급권을 갖고 있는데다 에볼루스와 대웅제약 간의 계약도 있기 때문에 상호간 해가 되는 행위는 할 수 없어 파트너십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 내 법정싸움은 끝났지만 국내 민사소송과 검찰수사는 아직 남아 있다. 어떤 방식으로는 미국내 판결이 국내 민형사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다. 

메디톡스 측은 미국 협상이 타결된 19일 이후에도 “대웅과의 타협의 불가하다. 진실을 밝히겠다”며 강경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법정 싸움을 통한 출혈이 워낙 커 모종의 협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미 대웅제약의 도용 혐의는 사실상 입증됐고 신뢰도에 타격을 가했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 협상처럼 손해배상으로 메디톡스가 대웅으로부터 얼마를 얻어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ITC가 “대웅이 제조기술을 도용하긴 했지만 균주가 영업비밀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만큼 메디톡스가 받을 배상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가 민사소송과 검찰 수사 진행을 지켜보다가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 부장검검사 출신인 이두식 씨를 윤리경영본부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해 국내 제약사들과의 ‘균주 전쟁’을 위한 투쟁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양사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총 5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변호사 비용이 들어갔다. 경영실적으로 추산하면 메디톡스는 최대 400억원, 대웅은 최대 277억원을 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금액은 아직 알 수 없다. 

또 양사가 ‘보톡스 전쟁’을 벌이는 사이에 휴젤은 국내 시장을 더 많이 차지했고 지난해 10월 중국 시판승인을 얻는 등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2019년에는 휴젤이 1위, 메디톡스가 근소한 차이로 2위, 좀 더 큰 차이로 대웅이 3위를 차지했으나 휴젤과 나머지 회사 간의 격차가 소송전으로 더욱 벌어졌다. 따라서 대세가 결정난 이상 대웅과 메디톡스의 타협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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