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의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어 셀트리온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960mg’(성분명 레그단비맙 Regdanvimab, 코드명 CT-P59)에 대해 임상 3상을 전제로 허가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식약처는 지난 18일에도 외부 검증 자문단의 견해를 공개하며, 3상 조건부 허가의 밑불을 때고 있다. 27일 열린 중앙약심 회의에는 외부 전문가 18명, 식약처 내부 직원 6명 등 총 24명이 참여했다.
검증자문단, 경증~중등도에 투여해야 vs 중앙약심, 경증 환자 투여 근거 부족
이날 내린 결론은 검증 자문만과 거의 같은 의견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검증자문단 의견과 달리 중앙약심은 경증 환자에 대한 렉키로나주의 임상적 의미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므로 투여 환자군을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오일환 중앙약심 위원장(가톨릭대 의대 교수)은 “렉키로나주의 임상 2상 결과를 봤을 때 경증 환자에게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증자문단은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성인 환자에 렉키로나주를 투여해도 된다고 봤으나, 중앙약심에서는 경증 환자에 대한 투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렉키로나주를 투여해야 하며 그 3가지 전제 조건인 △실내 공기에서 산소포화도가 94%를 초과하는 자 △보조적인 산소 공급이 필요하지 않는 자 △투여 전 7일 이내에 증상이 발현한 자 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등을 내걸었다.
오 위원장은 “환자들의 약제 접근권,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함께 존중하고자 했다”며 “의사들의 재량에 따라 고위험군 경증 환자에 자주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나, 중앙약심 차원에서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수준에서만 권고할 수밖에 없어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중앙약심은 현재까지 렉키로나주 투여로 인한 중대한 이상사례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충분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시판 후 지속적인 안전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식약처, 렉키로나주 최종점검위원회 이후 허가 결정 예정
식약처는 마지막 세 번째 전문가 자문 절차인 최종점검위원회에서 렉키로나주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중앙약심에서 일부 위원들은 의약품 품목허가보다는 특례 제조 승인을 활용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식약처는 조건부 허가를 추진하는 모양새다.
의약품 특례 제조승인은 의약품 허가에 관한 자료 준비가 어렵거나 급한 상황에서 자료가 미흡한 경우 약사법의 특례조항에 따라 가능하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셀트리온 항체치료제는 임상 2상 자료가 준비돼 있었고, 회사 측에서도 특례제도보다는 조건부 허가 제조 신청을 해서 (이런 방향으로) 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향후 최종점검위원회에서 검증 자문단과 이번 중앙약심 자문을 통해 얻은 전문가 의견, 효능·효과, 권고사항 등을 종합해 허가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의약품 특례 제조승인은 식약처 스스로 유효성이 미흡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조건부 허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날 중앙약심 회의 결과는 애초 오후 5시에 발표하기로 했으나 2시간 늦어진 오후 7시께 발표됐다. 세세한 것을 따지다보니 3시간가량 회의를 가졌다고 식약처 관계자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