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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 졸속 허가의 ‘전조’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1-01-19 14:49:30
  • 수정 2021-06-29 00: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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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증~중등도 환자에서 증상 개선기간 3.43일 단축” … 퇴원기간 단축 효과는 입증 못해
릴리·리제네론 항체치료제도 유효성 부족 논란에 시달려 … 백신에 못 미치는 효과 ‘한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960mg’(성분명 레그단비맙 Regdanvimab, 코드명 CT-P59)에 대해 검증 자문단이 3상 임상을 수행한다는 조건 아래 품목허가를 할 것을 권고했다고 18일 밝혔다.
 
렉키로나가 코로나19 증상 개선 시간을 3.43일 줄이는 등 통계적 유의성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는 체중 1㎏당 렉키로나주를 40㎎ 투여받은 환자는 5.34일,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는 8.77일 후에 증상에서 회복돼 이 약을 투여받은 환자가 약 3.43일 정도 빠르게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50세 이상 중등도 환자군에서는 6.4일이나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2상은 경증~중등도 코로나19 환자 327명을 대상으로 발열, 발열, 기침, 호흡곤란, 인후통, 전신통증(근육통), 피로, 두통 등 7가지 코로나19 증상에 대한 회복 기간 단축과 바이러스 검사 시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기간 단축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자문단은 발열 등 7가지 코로나19 증상 중 한 가지라도 나타나는 환자에게 이 약이나 위약을 투여한 후 7가지 증상 모두가 사라지거나 약해졌다고 판단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을 측정했다.
 
자문단은 이 약의 투여로 코로나19 증상이 개선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있어 임상적으로 의의가 있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다만 식약처는 “증상 개선이 퇴원 시간 단축으로 이어질지는 평가되지 않아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렉키로나주가 체내 바이러스 농도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관찰됐다는 게 자문단 의견이다.
 
자문단은 또 이 약의 투여로 코로나19로 인한 입원이나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 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은 보였으나 임상 계획 단계에서 해당 항목에 대해 통계 검정 방법을 정하지 않아 현재로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약을 투여받은 환자나 그렇지 않은 환자 모두 사망한 경우는 없어 사망률감소 효과도 알 수 없었다. 따라서 향후 3상을 통해 구체적인 결과와 의미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 국장이 1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국내 첫 허가를 앞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치료제인 셀트리온 치료제의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오후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이 이례적으로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국내 첫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될 가능성이 있는 셀트리온의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전 국민의 관심사이니 만큼 적극 브리핑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른 시기에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올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엄정한 심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이달 말 출시될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는 백신과 마찬가지로 무상 공급할 것”이라며 “공급가액이 40만원 정도 할 텐데 치료제를 맞고 일찍 퇴원하는 게 정부로서는 비용 절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렉키로나주가 내달 초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거들었다.
 
미국에서 이미 승인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많은 논란 끝에 시장에 나왔다. 이 약은 작년 5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 당시 산소공급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서만 회복기를 15일에서 11일로 4일 정도 줄이는 효과를 보여 폭넓은 유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관련기사: 길리어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 … 중등도 환자에서 약효 입증 실패 

중등도나 경증 환자에서는 그나마 효과가 없거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바이알 당 390달러로 책정된 높은 약가, 간기능과 신장기능의 저하 같은 부작용도 문제가 됐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 작년 10월 22일에 정식 승인됐다.
 
관련기사: 릴리 코로나19 중화항체 ‘밤라니비맙’ 유용성에 회의론 제기

셀트리온과 같은 항체치료제로는 지난해 11월 릴리와 리제네론 제품이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두 중화항체 모두 유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워낙 급한 순간이고 마땅한 쓸 약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인정돼 승인된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지금도 FDA는 이들 3가지 승인을 역사에 길이 남을 오류라고 찜찜해하는 모양새다.
 
릴리의 항체치료제 ‘밤라니비맙’(bamlanivimab, LY-CoV555)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후원하는 ‘ACTIV’ 3상 임상(ACTIV-3)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던 중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진정한 치료제라면 중증 환자에 대한 개선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게 바로 대상으로 항체치료제의 한계다.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항원)에 맞물리게 해서 항원이 꼼짝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항체를 양산하려면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항체를 생산할 수 있는 유전자를 특정 미생물에 심어야 한다. 항체의 윤곽이 잡히면 생명공학 엔지니어링을 통해 항체를 모사해야 하는 데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셀트리온은 2009~2010년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형 H1N1)가 유행할 때에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할 때에도 자체 항체치료제를 만들었다고 홍보했다. 조금 늦게 개발해 만시지탄이라면서, 개발한 항체를 제대로 써 먹지도 못하고 신종플루와 메르스가 잦아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과 셀트리온의 끈끈한 관계 탓에 열정적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말만 믿고 효과적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에 기대를 크게 걸었다가 괜히 외국 백신 수입만 지체됐다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28일 기존 허가심사 처리기한인 180일을 40일로 대폭 단축해 신속심사를 내주겠다고 했고, 다음날 셀트리온은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민감한 상황이라 식약처와 협의해 임상 결과를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등은 “렉키로나주는 요란한 반응과 달리 그간 알려진 임상효과에 대해 어떤 자료도 공개된 바 없다”며 “식약처가 전문가에게 검증받게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이를 제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길리어드, 릴리, 리제네론 등도 앞서 허가 전에 톱라인 자료를 언론에 공표하거나, 동료 리뷰가 없는 학술지에 일단 게재했다가 나중에 상세한 결과가 나오면 공신력 있는 학술지에 최종 결과를 올리는 게 관례였던 점을 감안하면 꼼수인 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8일 식약처 브리핑 직후 “임상 2상에서 알려진 바로는 렉키로나주는 경증, 중등도 환자에서 ‘회복시간 단축’ 효과가 일부 있을 뿐이며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게임처인저’이기는커녕 코로나19 치료 개선에 한계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지금까지 이 약에 대해 알려진 내용들은 모두 검증을 거친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셀트리온의 짧은 보도자료와 렉키로나주 임상시험에 대한 학술대회 발표가 전부”라며 “투명하고 과학적으로 연구성과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동료평가가 이뤄진 논문이 발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집중한 나머지 정부가 정작 병상이나 의료인력 부족 문제 등에는 소홀했다”고 꼬집었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개발에는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 등에서 나온 적잖은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코로나19 임상 현장에서는 아직도 “정부가 렘데시비르를 투약하라고 하고, 마땅한 약도 없고 해서 투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 효과나 부작용 면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정부 당국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검증자문단의 ‘렉키로나주’ 권고사항과 향후 승인 절차
 

검증자문단은 경증 및 중등증 코로나19 감염 성인 중 △실내 공기에서 산소포화도가 94%를 초과하는 자 △보조적인 산소공급이 필요하지 않은 자 △투여 전 7일 이내에 증상이 발현한 자에 한해 렉키로나주를 투여할 것을 권고했다.
 
또 향후 시행될 임상 3상에서 충분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경증·중등증에서 중증으로 이행하는 것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킴을 확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문단은 또 임상 현장 사용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 별도로 논의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보조적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이 약과 기존의 중증 치료제(렘데시비르) 또는 다른 면역조절제(덱사메타손 등)를 병용한 별도의 임상시험을 수행하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이번 자문단 회의를 바탕으로 아직 남아있는 일부 품질자료 등 제출 자료를 심사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식약처의 법정 자문 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조언을 받을 계획이다. 또 이번 주 내로 아직 제출되지 않은 렉키로나주의 주요 일부 심사자료를 셀트리온에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추가로 요청했다고 식약처는 설명했다. 이번 주에는 제조 및 품질관리 평가를 위해 제조소인 SK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현장실사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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