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중 한 사람이 보인자이면 자녀 중 절반은 대장암 생겨 … 20~30대부터 1~2년마다 대장내시경 필요
암 유병자가 2018년을 기준으로 2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25명 중 1명꼴로 암이 발생하는 셈이다. 암 발생이 증가하면서 암과 가족력 또는 유전성에 대해 궁금증도 한층 깊어졌다.
가족력은 한 집안에 특정질환에 걸린 사람이 많은 것을 의미하며 그 요인으로 어린 시절부터 가족 간에 잘못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공유한 것과 선천적으로 특정질환에 취약한 소인을 물려받은 결과일 수도 있다. 유전성은 특정 유전자에 의해 확실히 질병이 대물림하는 것으로 가족력은 유전성을 포함한 폭넓은 개념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족 단위로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는 국내 암 발생률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장암과 유방암을 꼽을 수 있다. 대장암 환자의 20∼25%는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은 대장암의 가족력을 일부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유전성 비용종 대장암으로 불린다. 상염색체 우성질환으로 대장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을 일으킨다. 공선영 국립암센터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린치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 3명 이상, 1명이 50대 이전 발병하면 ‘린치증후군’
린치증후군은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3명 이상이며, 2대에 걸쳐 발생하고, 1명 이상이 50대 이전에 발병한 경우를 의미한다.
린치증후군은 세포분열 과정에서 DNA가 실수 없이 정확히 복제될 수 있도록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유전자인 DNA부정합복구유전자에 선천적인 돌연변이가 있을 때 발생한다. 50대 이전에 대장암 또는 다른 특정 유형의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높은 유전질환이다.
린치증후군 보인자의 경우 평생 동안 대장암이 발병할 가능성은 30~73% 정도로 높다. 대장암의 호발 연령대인 65세와 무관하게 린치증후군 보인자는 비교적 젊은 30∼40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린치증후군에 해당한다면 대략 자식 2명 중 1명꼴로 (비용종) 대장암이 유전될 수 있다.
여성에선 자궁·난소·유방에 암 유발 … 자궁내막암 30~51%, 위암 18% 발생 위험
린치증후군 보인자는 대장암 외에도 다양한 장기에 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암 자체가 세포 내 유전자의 후천적 돌연변이들이 쌓여서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특정 장기에 돌연변이가 집중되면 각종 암의 발생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린치증후군 보인자가 평생 동안 자궁내막암에 걸릴 확률은 30~51%, 난소암은 4~15%이다. 이밖에 위암 18% 이하, 소장암 3~5%, 요관암 2~20%, 췌장암 4% 등이다. 기타 뇌종양이나 땀샘암이 상대적으로 생기기 쉽다.
보인자가 여성일 경우 대장암뿐만 아니라 자궁내막암, 난소암 외에 유방암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확진 시 직계가족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정기검진 필수
최근 암 스크린용 유전자검사를 위해 린치증후군 여부를 체크해보는 사람이 늘었다. 린치증후군에 해당한다면 직계가족의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부모와 형제자매, 자녀 등 1차 혈연관계 가족부터 복제실수교정 유전자(MLH1, MSH2, MSH6, PMS2) 변이 검사를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간혹 검사 결과를 두려워해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으로 유전자검사를 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는 만큼 필수적이다.
만약 검사를 통해 복제실수교정 유전자의 생식세포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비교적 젊은 나이, 예컨대 20∼25세부터 1∼2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을 이용해 대장암 검진을 받아봐야 한다.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로 진단을 받았던 사람 중에 가장 어렸던 나이를 기준으로 이보다 2∼5년 정도 앞서 대장암 검진을 시작하는 게 좋다. MSH6 또는 PMS2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각각 30세, 35세부터 1∼2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검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다른 장기에 발생 가능한 암들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방식으로 조기검진을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암은 조기 발견할수록 완치의 가능성이 높고, 유전성 또는 가족력이 있더라도 정확한 유전자 진단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암 발생을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여타 대장암에 비해 재발 확률 높아, 원격 전이는 상대적으로 적어
린치증후군에 의한 대장암은 수술 이후 6개월에서 1년 이상 경과한 뒤 2차 대장암이 발생하는 이시성(異時性, metachronous) 대장암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 즉 한참 후 재발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10년에 16%, 20년에 41%, 30년에 62% 등이다.
린치증후군으로 인한 대장암의 경우 아전(亞全) 결장절제술을 시행해야 산발성(sporadic) 대장암에서 부분절제술을 시행한 경우보다 이시성 대장암의 발생이 적은 것으로 보고됐다. 따라서 린치증후군에 의한 대장암은 직장을 남기고 거의 대부분을 잘라내는 아전결장절제술이 권고되고 있다.
그러나 아전결장절제술의 경우도 직장이 보존되는 수술방식인 만큼 직장암의 발생빈도가 10∼15%로 보고되고 있어 수술 후 6∼12개월 간격의 주기적인 직장경 검사가 필요하다.
린치증후군으로 인한 대장암은 산발성 대장암보다 원격 전이성 대장암으로 발견되는 비율이 적고, 원격 전이만 없다면 산발성 대장암과 비교해 동일한 병기라면 예후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후 보조항암치료의 원칙은 산발성 대장암과 다르지 않다.
린치증후군 환자의 대장암 치료를 위한 수술 시 여성의 경우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의 위험이 높은 만큼 가임기가 아닌 연령대 또는 임신 계획이 없는 경우라면 예방적인 차원에서 자궁적출술 및 양측 난소난관절제술을 함께 시행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장암·산부인과 정기검진, 금연과 체중관리로 암 발생 예방해야
일반적으로 유전자검사에서 린치증후군으로 확진된 경우 수 년 내에 암이 생길 확률은 유전변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장암은 22∼74%, 자궁내막암은 15∼71%, 난소암은 4∼20%, 위암이 0.2∼13%, 요로상피암은 0.2∼25%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암의 발생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방을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1~2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 30∼35세부터 1∼3년 간격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여성의 경우 30∼35세부터 매년 산부인과 진찰과 초음파, CA125, 자궁내막 조직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린치증후군 보인자에게 흡연과 비만은 선종과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을 추가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진 만큼 금연과 함께 정상 체중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 보인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제균요법이 권고되며,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면 암 발생 위험이 60% 감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