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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고려대 안암병원, 조산 예방 및 치료 ‘전자약’ 동물실험서 성과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1-01-07 12:15:11
  • 수정 2021-01-08 15: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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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궁수축신호 감지, 조산 조기진단 … 자율신경 조절 전기신호로 자궁수축 억제해 조산 방지
고려대 안암병원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동 개발한 조산 방지 및 치료용 전자약. 부드러운 플라스틱 소재 도넛 모양의 디지털치료제를 자궁경부에 삽입해 자궁 수축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조산방지 진단 및 치료 전자약이 동물실험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여 상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병원 안기훈 산부인과 교수팀은 KIST의 이수현 뇌과학연구소 박사 연구팀, 황정호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조산을 조기에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 할 수 있는 비침습형 전자약(Electroceutical)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6일 온라인으로 사전 브리핑됐다.
 
조산은 전체 임신의 12.7%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국내 출산율은 감소하는데 반해 조산으로 인한 ‘이른둥이’ 발생 비율은 7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른둥이’는 신생아 사망의 절반을 차지할 뿐 아니라 신경학적 장애와 같은 합병증으로 발달장애, 호흡기합병증 등으로 영아가 추후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산은 임산부가 스스로 신체적인 이상을 감지하거나 정기적 초음파 측정, 질내 체액 측정 등의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지만 조기진단이 어렵다. 자궁수축억제제와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화학적 치료제의 투입 외에는 다른 치료법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조산은 자연적인 조기 진통, 조기 양막파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초래되지만 자궁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증상은 공통적이다. 이에 연구팀은 임산부의 자궁경부에 비침습적으로 전자약을 삽입, 자궁 수축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조산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도넛 모양의 신경전극을 ‘전자약’으로 만드는 것을 착안했다.
 
전자약(electronic pharmaceutical)은 전자와 의약품의 합성어로 약물 대신 전기, 빛, 초음파를 이용해 신경회로를 자극해 대사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신체의 항상성을 회복 또는 유지하는 치료법이다. 의료제품 분류상 전자약은 의료기기에 속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경전극 전자약은 자궁의 수축신호를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신호를 발생시켜 교감신경을 자극해 근육을 이완함으로써 자궁 수축을 억제할 수 있는 기전을 갖고 있다. 

전기자극 동물실험 모형도. 전자약이 자궁수축을 감지하면 연결된 기기에 신호를 보내 알리고 지시에 따라 전기자극으로 자궁수축을 지연시킨다. 전자약에 연결된 송신기를 돼지의 등에 별도로 부착해 자궁 수축 신호를 측정한다.
연구팀은 이 전자약을 조산 쥐와 돼지 모델에서 진단에서부터 치료까지 안전성 및 기능을 검증한 결과, 전자약을 통해 발생시킨 전기자극으로 자궁 수축 현상을 지연 및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안기훈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자궁수축억제에 대한 신약개발이 활발히 진행돼왔지만, 미미한 효과와 부작용 때문에 새로운 기전으로 작용하는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적 필요성 때문에 개발에 나섰다”며 “이번에 개발된 최초의 자궁수축조절 의료기기를 통해 조산으로 인한 영아 사망 및 후유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수현 박사는 “개발된 도넛 형태의 전자약은 기존의 화학적 약물 기반의 치료법이 아닌 전기자극을 이용하여 자궁의 수축을 억제하는 치료기기로서 신개념의 의료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KIST와 고려대 안암병원의 중개연구센터 사업으로 시작된 본 연구는 향후 범부처의료기기 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을 받아 임상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아직 돼지동물 실험에 그친 것으로 향후 유산 고위험군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완전히 임상에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3년의 시간이 예상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만 전지자극기기라 전자파가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신경전극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스마트폰이 8m 떨어졌을 때 인체가 받는 전자파와 엇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자파의 위해성을 태아에 직접 임상시험한 사례도, 이를 진행할 방법도 없어 해결해야할 난관으로 보인다.
 
또 조산 위험을 환자 스스로 측정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의료기기를 이용한 치료는 전문의의 처방과 지도 하에 진행되므로 원격의료 이슈에서도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안기훈 교수는 “조산 위험의 산모가 1주일 입원하면 의료비가 2000만원 이상 발생하고, 조산아의 1일 입원비는 30만원이 넘는다. 미국의 경우 조산으로 인한 의료비가 26조원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며 “신경전극이 임상에서 사용돼 조산을 예방·치료할 수 있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발된 신경전극 기기의 구입 및 서비스 비용으로 대략 200만~300만원을 예상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지원으로 고려대 안암병원과 KIST 중개연구센터(TRC- Translational Research Center) 공동 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전기전자 분야 국제학술지인 ‘IEEE-Transactions on Neural Systems and Rehabilitation Engineering’(IF=4.79) 최신호에 ‘Non-invasive Ring Electrode with a Wireless Electrical Recording and Stimulating System for Monitoring Preterm Labor’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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