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 글로벌 허가 절차도 곧 착수 … 상세 결과는 민감 상황이라 비공개
식약처, 첨단제품허가담당관 예비심사, 코로나19 전담팀 전문가 심사 … 3상은 별도 진행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960mg’ (성분명 레그단비맙 Regdanvimab, 코드명 CT-P59)의 글로벌 임상 2상이 순조롭게 완료돼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이번 임상결과를 근거로 미국, 유럽 긴급사용승인 획득을 위한 절차에도 즉시 착수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글로벌 임상 2상은 식약처, 미국 FDA(식품의약국), 유럽 EMA(유럽의약품청)와의 사전협의를 통해 설계됐다. 한국, 루마니아, 스페인, 미국에서 총 327명의 환자가 참여해 지난 11월 25일 최종 투약을 완료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임상시험의 상세 데이터를 국내외 전문가 및 자체 평가를 통해 분석을 마치고 CT-P59에 대한 식약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는데 필요한 근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판단해,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CT-P59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관한 상세 임상데이터는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에 국민들이 민감해하는 상황을 감안, 식약처의 요청으로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비공개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임상 2상 결과를 조만간 국제학회에서 상세히 발표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 10여 개 국가에서 임상 3상에 조속히 돌입, CT-P59의 안전성과 효능을 광범위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CT-P59의 해외 긴급사용승인 절차도 추진한다. 미국 FDA 및 유럽 EMA와 이번 임상 2상 결과 데이터를 상세히 공유하면서 승인신청서 제출 관련 협의를 개시하고 내년 1월 중 이들 국가 대부분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또 해외 정부기관의 주문 관련 문의가 올 경우 이번 임상 2상 결과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선주문을 유도, 긴급사용승인이 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자국내 공급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첨단제품허가담당관에서 예비심사한 후, 미리 구성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허가전담심사팀’의 분야별 전문가가 비임상, 임상, 품질 등 허가에 필요한 자료에 대해 심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심사의견을 종합해 허가 타당성을 판단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등을 거쳐 최종 허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심사는 2상과 3상을 동시에 승인받은 다국가 임상시험 중 셀트리온이 2상을 완료하고 허가를 신청하는 것으로, 3상은 이번 허가신청과는 관계없이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2상은 경증~중등도 코로나19 환자 327명을 대상으로 발열, 발열, 기침, 호흡곤란, 인후통, 전신통증(근육통), 피로, 두통 등 7가지 코로나19 증상에 대한 회복 기간 단축과 바이러스 검사 시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기간 단축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3상은 경증~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 720명을 대상으로 산소치료가 필요하거나 입원하는 등 증상이 악화되는 비율이 감소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에 허가 신청한 ‘렉키로나주’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중화항체 유전자를 선별하고 선별·채취한 유전자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숙주 세포에 삽입(재조합)하여 세포 배양 과정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한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지속적으로 채취할 필요가 없다.
기존에 치료제로 허가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베클루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 remdesivir)는 세포 내 감염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반면 ‘렉키로나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인체 세포 결합 부위(Receptor Binding Domain)에 항체치료제가 대신 결합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되는 것을 막는 게 차별화된다.
‘렉키로나주’의 예상 적응증은 경증부터 중등증까지의 코로나19 치료로 90분간 정맥투여하게 돼 있다.
셀트리온은 “CT-P59가 조속히 국내에 공급돼 국내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심사기간 식약처의 모든 문의 및 요청에 성실하고 신속히 응하면서 해외 허가절차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CT-P59가 성분명 ‘레그단비맙’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종식을 간절히 바라는 전세계 국민들의 염원에 내리는 한줄기 희망의 단비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1호 코로나19 치료제는 셀트리온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 23일 경증 코로나19 환자 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호이스타정’(Foistar 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산염 camostat mesylate)의 임상 2상 톱라인 결과를 공개하고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17일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호이스타정’의 2상 임상시험을 2/3상 임상시험으로 병합 승인받았다. 당초 내년 1월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상황이 바뀌어 내년 상반기에나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결국 국산신약 1호 자리를 놓칠 공산이 커졌다.
다만 대웅은 주사제가 아니라 먹는 약이라는 점, 원래 췌장염 및 역류성식도염 치료제로 안전성이 보장됐다는 점, 경증 환자에게 예방 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사멸시키는 약제가 아닌 바이러스의 세포 내 진입을 막는 기전(TMPRSS2 억제제) 등을 차별화하면서 관련 시장을 겨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