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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내 상륙한 영국발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정체는?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12-28 18:10:46
  • 수정 2021-01-11 00: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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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학계 보고, 11월 유행 시작해 영국 확진자 60% 감염 … 전문가들 “빠른 감염 속도 우려, 백신 반응에 영향 없을 것”
 26일 영국에서 입국 후 사망한 80대 남성이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된 것이 확인된 데 이어 지난달 8일과 이달 13일 영국에서 입국한 다른 일가족 4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알려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발 변종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했다. 정부는 변종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영국발 항공편 운항 중단 조치를 1주일 늘어난 내년 1월 7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8일, 이달 13일에도 영국 발 입국자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있어 지역사회에 변종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변종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70% 강해 더 빠르게 전파되며, 청년과 유아청소년층에도 감염이 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발 입국 80대 남성 사망 후 확인 … 당국 “관리되고 있다”

지난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영국발 입국자 3명으로부터 확보한 검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던 일가족으로 지난 22일 국내에 들어왔다.

이들 중 80대 남성은 공항 진단검사에서는 음성판정을 받았으나 격리 기간 중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으로 이송됐다가 결국 지난 26일 사망했다. 남성은 사망 후 코로나19로 확진됐으며 남성과 밀접촉자인 다른 가족들 역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됐다.

이들이 살던 곳이 변종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영국이라는 점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남성의 바이러스를 유전자 추적한 결과 변종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남은 가족 3인의 검체에 대한 전장 유전체 분석을 진행하고, 지난 23일부터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또 모든 영국발 입국자에 대해 격리해제 전 진단검사를 의무화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남아공발 입국자에 대해서도 입국 시 발열 체크를 강화하고 격리해제 전 추가 검사를 시행키로 했다. 특히 남아공발 확진자에 대해서는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분석을 하기로 했다. 기내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승무원 등 접촉자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8일 브리핑에서 “영국에서 들어온 가족 3명이 입국 당시에도 양성이었을 것으로 확인됐기에 기내에서 전염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승무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접촉자 조사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8일과 이달 13일 영국에서 입국한 다른 일가족 4명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만큼 영국 항공편 운행 중단이 너무 늦어 지역사회에 변종 바이러스를 노출시킨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 본부장은 “해외 입국자는 모두 시설 등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고 입국 후 3일 안에 검사를 받기 때문에 동승한 승객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검역과 방역체계 내에서 관리가 되는 상황”이라고 안심시켰다.

‘Cog-UK’ 지난 11일 보고 … 스파이크 관련 유전자 변화로 전염력 70% 증가

변종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은 ‘B.1.1.7(VUI-202012/01)’이다. 정식으로 보고된 것은 지난 11일로 올해 4월 영국 정부 주도하에 구성된 지노믹스 컨소시엄(Cog-UK)이 지난 9월 20일과 21일 켄트와 런던 지역에서 채취한 코로나바이러스 표본 두 개의 유전암호를 분석하면서 발견됐다.
 
컨소시엄에 참여안 앨런 맥낼리(Alan McNally) 영국 버밍엄대 미생물유전체학 교수는 “그간 수집한 게놈의 유전자를 조사하던 중 25%에서 ‘S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확인해 컨소시엄에 알렸다”고 밝혔다. 보고 사흘 만인 14일 영국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공식 발표했다.

S 유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중 스파이크 단백질을 형성한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는 체내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와 결합해 호흡기세포로 침투하는 역할을 한다. 컨소시엄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S 유전자에서 8개의 변이가 확인됐고, 이 때문에 본래 S 유전자 염기서열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총 23곳에서 돌연변이가 확인됐으며 그 중 17개는 바이러스 행동 양상에 변화를 주는 주요 변이로 추정됐다.

특히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영역(receptor-binding domain, RBD)를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501번째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N)에서 티로신(Y)으로 바뀐 변이(N501Y)는 RBD와 ACE2와의 결합력을 높여 변이체의 감염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됐다. 이 밖에도 RBD의 681번째 아미노산이 프롤린(P)에서 히스티딘(H)으로 바뀐 변이(P681H)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절단 부위를 바꿔 활성화에 영향을 줘 N501Y만큼 감염력을 높일 수 있다.

컨소시엄은 이 변이 바이러스가 영국에서 늘어나기 시작한 시점을 11월로 추정했다. 현재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 신규 확진자의 약 60%가 변종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되며 이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외 덴마크, 지브롤터, 네덜란드, 호주, 이탈리아, 벨기에, 일본 등 현재 최소 20여개 국가에서 변종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어 전파력이 매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보건부는 20일 “바이러스 전파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새로운 변종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70%정도 전파력이 강했다”고 밝혔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도 20일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 전파속도보다 최대 70% 빨라 감염재생산지수(R)를 1.1에서 1.5로 0.4 늘렸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해당 바이러스 확산 지역인 런던 등에 대한 대응단계를 최고 수준인 4단계로 격상했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캐나다, 아일랜드, 홍콩, 독일, 벨기에, 러시아, 스위스 등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도 영국발 입국을 제한하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을 강화했다.

변종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와 달리 성인보다 어린이에서 더 감염이 잘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닐 퍼거슨(Neil Ferguson)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데이터상으로 이 변종바이러스가 어린이를 감염시키는 경향이 더 강하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백신 반응 우려 … 전문가들 “변이 속도 백신 영향력 이내, 대응 가능”

변종 바이러스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백신에 영향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23곳이나 나타난 변이 등으로 인해 백신과 치료약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칼럼 셈플(Calum Semple) 리버풀대 감염의학과 교수는 “이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다시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해당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서 백신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FDA가 승인한 (모더나‧화이자)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를 공격해 여러 항체를 만들어내는 다클론항체 방식”이라며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에서 자연적으로 많은 변이가 일어나 축적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RNA(mRNA) 백신은 항체을 만들 수 있는 유전물질인 RNA 조각을 리포솜과 같은 지질 막에 싸서 인체 세포에 주입한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mRNA 방식 백신은 변종 바이러스의 염기서열만 분석되면 그에 맞춰 빠르게 백신을 만들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며 “이론적으로는 변이가 나타난 부위의 염기서열만 바꾸면 되고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아 이번에 나타난 변이로 백신이 무용지물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과 달리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백신을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백신 역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유전자재조합 백신은 해롭지 않은 바이러스에 코로나 유전물질을 운반체에 실어 몸에 넣어주는 방식으로 우리가 그동안 맞아왔던 백신과 제조공정이 같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00 중 1 정도의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변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기존 개발 중인 백신이나 치료제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프로그램 최고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Moncef Slaoui)는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백신에 내성을 지닌 단 하나의 변종도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백신들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많은 다른 부위에 저항하는 항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전부 다 바뀔 가능성은 작다”고 강조했다.
 
라비 굽타(Ravi Gupta) 캠브리지대 의대 임상미생물학 교수도 “현재 백신이 매우 광범위한 반응을 유도하고 다양한 종류의 항체를 만들기 때문에 백신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문제는 바이러스가 장기적으로 백신에 덜 민감해질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수미야 수와미나탄(Soumya Swaminathan)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과학자는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는 인플루엔자(계절성 독감)보다 훨씬 느리게 변이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많은 변화와 돌연변이가 있었지만 현재 사용 중인 치료제나 약품, 개발 중인 백신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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