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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건선은 불치병이다? … 그 오해와 진실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2-17 07:44:11
  • 수정 2020-12-18 18: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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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끔하게 치료하긴 힘들지만 최대한 정상 피부 유지 가능
건선은 속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장기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현대인은 피부에 적잖은 공을 들인다. 여성은 물론 남성도 마찬가지다. 겨울철이면 피부에 홍반이 생기면서 하얀 각질이 몸뿐만 아니라 팔, 다리, 얼굴에 생긴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선은 스트레스, 상기도 및 일반 감염, 약물(일부 정신과약물, 고혈압약, 진통소염제), 외상, 건조한 날씨 등에 의해 유발 또는 악화될 수 있어 적절한 치료와 함께 예방도 필요하다.
 
건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과장됐거나 잘못 알려진 내용이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소개되고 있어서다. 조재위 계명대 동산병원 피부과 교수의 도움말로 건선에 대한 오해들을 알아본다.
 
건선은 유전이다?
 
가족 중 건선이 있다고 다른 구성원까지 무조건 건선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물론 유전적인 경향이 개입되기는 한다. 양쪽 부모가 모두 건선일 경우 50% 정도, 부모 중 한쪽만 건선일 경우 15%정도가 건선을 보일 확률이 있다. 하지만 건선 환자 대부분은 부모 중 건선을 경험하지 않은 경우다. 오히려 건선은 생활환경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질환이다. 좋지 못한 습관을 공유하게 되면 그만큼 건선에 노출될 확률도 올라가게 돼 있다. 
 
건선은 감염된다?
 
건선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몸 속 면역계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피부 인설(각질)이 만들어지거나 피부가 붉게 보이는 염증반응을 유발한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스트레스‧날씨‧질병 등 복합적인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으면 건선이 유발 또는 악화된다. 건선은 전염되는 질환이 아니며 속부터(내과적 요인부터) 바로 잡아야하는 면역계 질환이다.
 
건선은 불치병이다?
 
건선은 말끔하게 치료하긴 힘든 측면이 있지만 노력하면 정상 피부에 최대한 가깝게 개선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건선이 있으면 연고를 바르고, 주 2회 광선 치료(nbUVB)를 받을 것을 권한다. 전신치료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 등 고식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하면 최신 생물학적제제(주로 주사제)를 쓰면 도움이 된다.
 
다만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고를 끊으면 악화와 재발이 나타나는 난치성 만성 피부질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원인부터 확실히 치료하면 악화와 재발을 예방할 수 있을 뿐더러 완치율도 높일 수 있다. 내부 원인부터 하나씩 개선해나가면서 증상 치료를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비교적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건선은 대체로 겨울에 악화되고 여름에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건조한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건선은 보기에 불편하지만 통증은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기 쉽다. 하지만 방치하면 관절염이나 심혈관질환, 고혈압 등을 악화시킬 수 있어 조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시적으로 피부가 건조해 증상이 심해졌다고 여기다가는 심각한 증상에 직면할 수 있다.
 
건선과 아토피는 같은 질환이다?
 
건선과 아토피피부염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자가면역질환이지만 엄연히 별개다. 건선은 죽은 피부세포가 떨어져나가기 전에 새 피부세포가 과잉으로 증식하면서 발병한다. 주로 성인에게 생기고 발병 부위는 팔꿈치와 무릎이 많다. 두꺼운 각질이 쌓이다가 좁쌀 같은 발진이 일어나며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반면 아토피피부염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영유아에게 주로 발병하고 손목과 발목에서 시작해 전신으로 퍼진다. 건선에는 없는 극심한 가려움증과 통증을 동반하고 심하면 진물까지 생긴다. 살갗이 겹치는 부분에서 더 심한 게 특징적이다.
 
건선은 아토피피부염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덜 받지만 한창 사회생활을 하는 20~30대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우울증, 불안감, 스트레스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대부분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건선을 방치하면 무릎과 팔꿈치에 이어 두피로 퍼지고 건선성관절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하면 손톱이나 발톱에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건선은 부분이 아닌 전신에 생긴다?
 
건선이 자주 발생하는 부위는 두피, 무릎, 팔꿈치다. 얼굴에도 잘 생긴다. 심해지면 손톱이 거칠어지고 관절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건선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은 판상건선이다. 초기에 좁쌀 크기 병변으로 시작해 약간 융기되는 형태가 된다. 물방울 건선은 주로 인후두염이 있는 소아‧청소년이 잘생긴다. 병소의 크기는 1cm 미만이다. 물방울 모양처럼 보인다. 판상건선보다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다. 국소농포 건선은 손바닥·발바닥에서 생긴다. 세균 감염이나 무좀과 혼동하기 쉽다. 전문의의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며 치료가 쉽지 않다.
 
전신농포 건선은 급성 임상증상을 보인다. 넓은 홍반 위에 무균성 농포가 전신에 나타난다. 대부분 환자에서 발열, 오한,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호전과 악화의 반복이 심하다. 합병증이 치명적일 수 있다.
 
박탈건선은 전신 피부가 건선으로 바뀐다. 피부 전체가 홍반을 보이는 홍피증이 행기고, 크기가 큰 인설이 특징이다. 이밖에 두피건선, 얼굴건선, 손발톱건선 등이 있다.
 
치료 중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음주는 괜찮다?
 
건선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 특정 약물 사용, 외상, 과음, 흡연 등에 대한 주의사항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건선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음식은 없다. 일반적 권장사항인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정도로 족하다.
 
건선을 직접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없지만 악화를 막을 수 있다. 피부 자극이나 손상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편도선염, 인후염과 같은 염증은 건선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한다.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해야 한다.
 
특히 음주를 조심해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에서 27∼44세 여성 8만2869명을 대상으로 26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맥주를 마시지 않는 여성에 비해 매주 평균 2.3잔 마시는 여성은 72%, 5잔 마시는 여성은 80%, 그 이상 마시는 여성은 130% 정도 건선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술을 정 피할 수 없다면 적게 마셔야 한다. 안주는 육류보다 채소, 과일, 잡곡 등을 주로 섭취하는 게 좋다.
 
건선 환자도 국가 지원이 되나?
 
건선 증상이 심한 중증 건선 환자들도 최근 2~3년새 출시된 생물학적제제를 통해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로 ‘IL-17 억제제’, ‘IL-23 억제제’ 등 인터루킨 억제제이다. 고가의 약제로서 경제적 부담이 있었는데 2017년 6월 건선이 산정특례에 포함돼 조건을 만족하는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10%까지 경감됐다.
 
생물학적제제는 조건에 따라 보험 적용 시 치료비 본인부담률이 50~60%, 산정특례를 적용받으면 10%까지 경감된다. 보험 기준은 3개월간의 전신치료제(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치료, 3개월간의 광선(UVB, PUVA) 치료 중 한 가지를 받았음에도 BSA 10%, PASI 10점 이상인 경우에 인정된다.
 
BSA와 PASI는 건선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BSA는 ‘신체 표면적’(Body Surface Area)의 약자로 건선의 침범 면적이 체표면적에서 차지하는 백분율을 의미한다. 즉 전체피부면적에서 건선증상이 나타난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0~100%까지 숫자로 표시되며 숫자가 높을수록 중증 건선이다.
 
PASI 점수는 ‘건선 중증도 지수’(Psoriasis Area Severity Index)의 약자로 건선의 3가지 특징인 병변의 붉은 정도, 각질 및 두께의 분포 범위를 계산해 침범 부위와 심각성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다. 0~72까지 숫자로 표시되며 높을수록 중증 건선임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PASI는 건선 증상이 치료에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치료 전과 후를 비교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산정특례 등록 기준은 전신치료제 및 광선치료 모두를 각 3개월 동안 총 6개월 받았음에도 BSA 10%, PASI 10점 이상인 경우에 적용된다. 만약 환자가 전신치료 중 부작용으로 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엔 전신이나 광선치료 중 한가지 이상의 가능한 치료만 시도하고 그 기간이 총 6개월이 넘었음에도 BSA 10%, PASI 10점 이상인 경우 산정특례를 인정한다.
 
단 전신치료제를 사용하는 3개월간 투약 중단기간이 2주를 넘지 않아야 하며 전신치료제를 한 가지 이상 사용한 경우 각각의 치료제가 사용된 기간을 합산한 누적기간으로 산정된다. 광선치료는 주당 2회의 빈도로 치료 중단기간이 2주를 넘지 않게 시행한 누적 횟수가 24회이거나 총 치료 횟수가 48회 이상인 경우에 산정특례가 인정된다. 이들 치료는 산정특례 적용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시행된 것만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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