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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간질은 유전이다? … ‘신경계’ 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2-10 09:43:33
  • 수정 2020-12-18 18: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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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 손상 주는 모든 질환이 요인 … 연소형 근간대성간질 등 유전적 … 자녀에 실제 발병 확률은 6~7%
신경계통 질환 관련해 잘못 알려진 낭설들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신경계질환 중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 뇌가 지배하는 중추신경에 의해 전신이 작동하는 이상 조금만 하자가 있어도 커다란 문제를 야기한다. 예방을 위해 노력하지만 허사이기 일쑤고 자칫 잘못된 상식으로 가벼이 여겼다가 건강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박수철 연세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교수의 도움말로 신경계 질환과 관련된 오해들을 알아본다.
 
간질은 유전이다?
 
간질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모든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뇌감염증,뇌출혈, 뇌경색,뇌종양, 뇌외상,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뇌대사장애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원인에 의해 손상받은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전기가 방출돼 재발성 경련이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련억제에 관여하는 개별적인 능력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같은 능력은 유전적 성향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다. 몇 가지 종류의 간질은 염색체의 국소위치 이상이 확인된 유전질환으로 규명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연소형 근간대성간질 및 중심측두부 극파동반 양성소아간질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종류의 간질이 전체 간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비교적 적다. 유전적 경향이 있는 종류의 간질은 경과가 가볍고 예후가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유전적 성향을 갖는 종류의 간질에서도 실제로 자녀가 동일한 간질로 나타날 확률은 6~7%정도이다.
 
가장 가벼운 경과를 밟는 중심측두부 극파동반 양성소아간질의 경우에는 자녀에게 나타날 확률은 자녀에게 나타날 확률이 12% 정도로 비교적 높지만 대부분의 경련이 사춘기 이전에 자연히 없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전체 간질 환자에서 자녀가 간질로 나타날 확률은 2~4% 정도로 일반 발생률 1~2%에 비해 2배 정도의 차이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에는 약이 없다?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는 아직 완치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치매 중 25%에 해당하는 혈관성 치매는 예방도 치료도 가능하다. 혈관성 치매는 고혈압이나 동맥경화로 인해 유발되므로 혈압 및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정하면 예방할 수 있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 반복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뇌졸중을 예방해도 치매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노인성 치매는 약물로 진행을 상당히 늦출 수 있는데 초기에만 가능하다.
 
흡연은 치매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흡연은 노인성치매 발병률을 낮춘다는 연구가 나온 적이 있으나 의학적으론 규명되지 않은 사실이다. 담배는 심장에 치명적이다. 심장이 망가져서 혈액순환이 나빠지면 뇌세포도 죽게 되는데 오히려 치매가 더 빨리 일어난다. 혈관이 좁아져 뇌경색이 오고 이로 인해 치매가 더 빨리 발병할 수도 있다.
 
건망증이 치매로?
 
치매와 건망증은 원인과 증세가 전혀 다르다. 건망증은 뇌의 신경회로에 이상이 있을 때, 치매는 뇌 신경조직이 손상될 때 찾아온다. 치매는 뇌세포의 손상과 퇴행성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스트레스나 노화로 기억능력이 부분적으로 저하되는 건망증과 달리 복구가 어렵다.
 
반신마비 부위가 남자는 왼쪽, 여자는 오른쪽이면 고치지 못한다?
 
남녀의 반신마비 발병 부위를 한 한방병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남녀 모두 좌우 반반에 가까워 수치상의 의미는 없었으며 불치의 개념과도 상관성이 없었다.
 
얼굴마비는 중풍의 초기증상이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뚜렷이 모르나 단지 중추신경계를 떠난 안면신경이 주행 중 어느 부위에서 손상을 받아 일어나는 것이다. 흔히 중풍(뇌졸중)이라고 말하는 중추신경의 손상 때문에 생기는 중추성 안면마비와는 증상이나 병이 발생한 원인이나 부위가 다양해 예후도 크게 달라진다. 단순히 얼굴마비가 왔다고해서 모두 중풍은 아니고 중풍의 시작이라고 할 수 없다.
 
예전 시골에서 다듬이돌을 베고 자면 입이 돌아간다고 하는 말을 흔히 듣게 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면신경바비를 와사풍이라고 불렀다. 와사풍 또는 벨씨마비증은 말초성 안면마비로 풍이나 풍의 시초에 해당하는 중추성 안면마비와는 다르다. 
 
단순 말초성 안면마비는 중추성과 달리 완전 손상만 아니라면 대부분 수개월에 걸쳐 거의 완전히 회복된다. 발생 초기 며칠간을 제외하면 별다른 약물치료가 필요 없고 손상 후 약 2주가 지나 안면근육에 근전도를 시행하면 안면신경의 손상 정도를 알 수 있다. 반면 중추성안면마비(중풍)의 경우 말초성과는 달리 안면마비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눈을 감거나 뜨는 데 문제가 없고 안면 이외에 한쪽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언어장애 등 국소 신경결손 증상이 나타나므로 쉽게 감별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원인을 찾거나 계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중풍은 반드시 재발한다?
 
중풍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재발률이 일반인에 비해 약간 높기는 하지만 비율은 큰 의미가 없고 관리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재발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성인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 발생률이 훨씬 높다.
 
중풍 환자는 육식을 금한다?
 
중풍의 원인이 대부분 동맥경화나 심장질환, 당뇨병합병증 등이어서 지방식을 금하고 채식으로 바꿔야 재발을 줄일 수 있다. 초기에는 육식을 줄이거나 금해야 하는데 필수 영양분의 섭취가 너무 적으면 체력 저하와 골밀도 저하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콩, 두부 등의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하면서 활동량에 따라 지방을 제거한 다음 육류 섭취량을 조절하면 된다.
 
중풍이 오면 우황청심원이 좋다?

우황청심환(우황청심원)은 한방에서 응급시 사용하는 훌륭한 약재이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먹으면 기운이 빠지는 현상이 생기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풍이 발병하면 환자에 맞는 한약 처방을 따로 받는 게 바람직하다. 청심환에만 매달리는 것이 좋지 않다.
 
최근에는 청심환에 들어가는 사향이나 우황 등 중요한 약재 몇가지가 동물보호법에 의해 사용이 제한돼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기도가 폐쇄됐거나 막힐 우려가 있는 환자는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갈 위험성이 매우 높으므로 일단 모든 음식물의 투여를 금해야 한다. 

중풍 예방약을 먹으면 중풍이 안온다?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 등을 복용하면 중풍에 안 걸리거나 재발하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술, 담배, 스트레스, 과식, 과로, 지방식 등이 겹친다면 잠시 늦춰질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예방은 불가능하다. 평소에 관리가 안되면 무조건 발병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중풍은 유전이다?
 
중풍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통계학적으로보면 집안에 중풍이 많으면 자녀들도 중풍의 위험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아버지가 중풍이고,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다면 그동안의 식습관을 먼저 분석해봐야 한다. 어른들의 나쁜 식습관이 아이들에게 대부분 그대로 전해져 식생활 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 다음 운동, 스트레스 등 개인적인 취향, 생활패턴, 성격, 과로, 주거환경 등을 분석해 개선해야 중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뇌성마비는 치료해도 소용없다?

뇌성마비로 인한 뇌의 병변은 사라지지도 더 진행되지도 않는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을 뿐더러 뇌와 사지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복합적인 장애라 빠른 치료 효과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의학 수준으로 뇌성마비를 완치하기는 어렵지만 재활치료와 수술치료로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 치료는 운동장애를 최소화하고 기능을 극대화하며 근골격계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밖에 인지기능, 영양상태, 뇌전증 등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시기는 5~7세에 가장 효과적이다. 정상아라면 생후 3년 반 정도에 뇌의 운동발달이 성숙되는 반면 뇌성마비 어린이는 발달이 늦어 5세가 지나야 충분히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뇌성마비 치료는 소아신경과, 소아재활의학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를 비롯한 관련과의 다학제 진료가 필요하며 보호자와 어린이 모두 치료 목표 설정부터 모든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보행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치료 목표는 뇌성마비 아동이 최대한 독립적이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발달이 느리면 뇌성마비다?
 
아기는 출생 후 앉고, 기어다니고, 서고, 걷는 일정한 발달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보통 생후 3개월이면 목을 가누고, 5개월에 뒤집고, 10개월이면 붙잡고 서며, 12개월이면 걷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또래보다 한참 늦게 이뤄지면 ‘발달지연’을 의심하고 전문의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물론 발달지연을 보인다고 해서 모두 뇌성마비는 아니다. 발달지연을 가져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치료하도록 한다.
 
뇌성마비는 못 걷는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뇌성마비라도 걸을 수 있다. 발달지연이 의심되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앉고 걷는 게 가능하다. 경직형 뇌성마비인 경우 조기치료를 받으면 6∼7세 무렵 전체의 약 75%가 걸을 수 있게 된다.
 
뇌성마비는 산전진단이 가능하다?
 

뇌성마비를 일으키는 위험 요인은 다양하다. 출산 전에는 미숙아, 저체중아, 임신 중 감염과 심신의 충격 등이 주요 원인이 된다. 출산 이후엔 난산, 호흡곤란, 양수 및 태변 흡입, 경련, 황달, 뇌염, 뇌막염, 외상성 뇌출혈 등으로 뇌성마비가 오기도 한다. 출산 전 요인이 전체의 70∼80%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산후 발생 요인도 약 20∼30%나 돼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산전진단만으로 뇌성마비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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