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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생산 인프라 갖춘 한국’ 글로벌 백신·치료제 생산 거점 국가 ‘우뚝’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2-08 14:24:41
  • 수정 2020-12-09 0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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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엘라파‧삼성바이오·GC녹십자·SK바이오사이언스 등 … 코로나 신약 위탁생산 계약 체결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생산을 위한 우수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어 전초기지로 선택받고 있다.
한국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생산 거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중 임상 3상을 거치고 있는 백신 후보는 바이러스 벡터, 불활화, 핵산(mRNA, DNA), 재조합 단백질 등 크게 네 가지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들 플랫폼에서 개발되는 백신들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어서다. 또 미국·유럽보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덜해 생산시설 가동·운영에 대한 위험이 낮고, 생산 인프라 수준이 높아서다. 
 
일반적으로 제약사들은 백신이 승인받을 때까지 기다린 후 원료를 구입하고 제조라인을 구축해 백신 선적을 위한 공급망을 설치한다. 하지만 코로나19 긴급상황을 맞아 물량 확보를 위해 백신 개발 초기 단계부터 공급망을 미리 확보하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행보에 수년 전부터 수탁생산(CMO) 사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온 한국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지엘라파, 러시아 코로라19 백신 시제품 내년 1월부터 본격 생산 돌입
 
지엘라파(GL Rapha)는 러시아 가말레야연구소(Gamaleya Research Institute)가 개발한 ‘스푸트니크Ⅴ’ 백신 시제품을 위탁 생산에 착수했으며 내년 1월부터 해외 수출을 위한 본격 생산에 돌입한다. 국내에서 코로나19백신을 가장 먼저 생산하는 업체다.
 
이번 위탁 생산 건은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진행을 하게 된 것이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수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러시아의 1위 생산업체와도 교류 및 거래한 경험이 있고, 구소련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쪽으로도 상당량의 수출을 해온 게 위탁자로 추천된 배경이 됐다는 게 관계자의 부연이다.
 
지엘라파는 영하 18도에서만 보관이 가능한 냉동 형태의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향후 러시아 측이 영상 2~8도에서도 저장이 가능한 동결 건조된 형태의 백신 생산 정보를 제공하면 지엘라파는 두 가지 형태 모두를 생산한다. 연 1억5000만회분량(도스)의 백신을 생산해 전량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자회사인 한국코러스 춘천공장에서 배양, 충진까지를 마쳐 완제품으로 양산한다.
 
삼바, GSK‧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으로 1조9255억원 굵직한 계약 성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릴리와 지난 5월 코로나19 치료제의 대규모 수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스트라케네카 등 다국적 제약사와 코로나19 백신 계약을 성사시켰다. 올해 공시 기준 수주 계약 규모를 보면 영국의 GSK와 4394억원, 아스트라제네카와 3850억원 등으로 1조9255억원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바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이전 인수 기간을 약 3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기술·품질·글로벌 승인 획득과 관련, 양사 전문가들이 지속해서 긴밀히 소통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릴리와 계약 체결 5개월 만에 미국 품질관리기준(cGMP)에 부합하는 코로나19 항체 의약품 초기 물량을 생산했고, 지난달 추가로 장기 생산 계약을 맺었다.
 
삼바는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 공장들이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바이오의약품 생산 주문이 몰려 지난 8월 중순 1조7400억원을 들여 송도에 25만6000리터의 세계 최대 규모로 제4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18만리터의 3공장에 추가로 4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2만리터의 생산 규모를 보유하게 돼 글로벌 전체 CMO 생산 규모의 약 30%를 차지해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에 오른다.
 
SK바이오사이언스,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백신 시장 높은 장벽 뚫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과 8월 각각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CMO, CDMO(수탁개발생산) 계약을 연달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최근 백신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1억5000만도즈에서 약 5억도즈 규모로 늘리면서 생산시설을 풀가동할 전망이다.
 
이들 외국 제약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은 임상시험에 성공할 경우 SK의 안동 L하우스공장에서 생산된다.
 
제약업계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SK는 진입 장벽이 높은 글로벌 백신 시장을 뚫기 위해 선제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항원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필요한 생산 설비를 모두 갖추고 있다.

SK그룹은 1987년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삼신제약을 인수하며 제약 사업에 진출했다. 이어 선경제약(1990년), SK제약(1997년)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항암제·호르몬제 전문개발기업인 인투젠(2005년)과 백신 전문회사인 동신제약(2006년) 등을 추가 인수하며 합성의약품, 천연물의약품, 바이오의약품을 아우르는 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SK제약은 2005년 4월 1일 SK케미칼 생명과학부문에 흡수 통합했으며 이후 사실상 최신원·최창원 형제 계열로 분류됐다. 반면 최태원 계열의 SK바이오팜은 2011년 중추신경계 질환 바이오신약을 연구 중이다.

SK케미칼에 흡수되면서 한 때 제약·바이오 업종에 관심을 잃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지난 2015년 SK플라즈마, 2018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떨어져 나왔다. SK플라즈마는 알부민, 테타불린 등 혈액제제 전문 회사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감백신, 수두백신 등 백신만 연구·개발·생산·판매한다. 전부 과거 동신제약이 영위하던 분야다. 이를 통해 다시 전문화를 강화했고 이번에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수탁생산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초 상장이 추진된다.

앞서 지난 7월에는 SK바이오팜이 상장에 성공했다. 공모주 청약 당시 경쟁률은 323.02대 1을 기록했고, 청약 증거금은 31조원에 달했다. 공모가 4만9000원이었던 SK바이오팜은 지난 7월 2일 코스피 상장일에 시초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에 가볍게 성공하고 연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7월 7일 최고점인 26만9500원까지 오른 뒤 추세가 꺾였다.
 
GC녹십자, 백신 위탁생산 위해 CEPI와 합의
 
치료 목적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을 개발 중인 GC녹십자도 해외 제약사에서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로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합의했다.
 
CEPI는 전염병 위험에 대비해 백신 사전개발 및 비축을 위한 연합체 형태로 설립된 기구로, 특정 국가의 독점적인 코로나19 백신 구매를 막고 모든 국가에서 보장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및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함께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도 운영 중이다.
 
최근 GC녹십자는 CEPI 주선으로 스페인 바이오파브리가 개발할 코로나19백신의 10억도스(10억명분)를 위탁생산하기로 합의했다. GC녹십자는 내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CEPI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대행하는데 수탁한 물량은 5억도스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시설이 집중돼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들에 비해 코로나19 확산이 덜해 생산기지로 선택했고, 우수한 생산시설을 미리 갖춘 국내 기업들의 준비성 덕분에 수혜를 입었다”며 “국내에 CMO 사업 규모가 확장돼 코로나19 이후에도 장기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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