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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인류의 치명적인 동반자 ‘알코올’ A to Z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12-04 10:13:29
  • 수정 2020-12-09 17: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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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LDH 효소 부족하면 술 한잔에도 홍조 … 손 소독제에 쓰이는 ‘메탄올’은 치명적 독성물질
메탄올과 에탄올을 똑같이 알코올이란 이름으로 불리지만 전자는 섭취 시 시신경 손상에 의한 실명, 사망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전국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한참 송년모임으로 바쁠 시기이지만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연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모임이 줄어들면 과음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술은 여전히 조심해야 할 존재다. 지난 6월 중독포럼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전후 음주, 온라인게임, 스마트폰, 도박, 음란물 등 중독성행동변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후 전반적인 음주 빈도나 양은 감소했다. 하지만 음주 횟수가 많은 사람은 음주빈도가 더 증가하거나 여전히 잦은 음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혼자 술을 먹는 ‘혼술족’
도 상당히 증가해 주목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혼술을 즐기면 과음이나 알코올중독으로 빠지기 더 쉽다고 경고한다. 니코틴만큼이나 끊기 어려운 중독물질 알코올에 대해 알아본다.
 
다 같은 알코올? 소독용은 독성물질
 

보통 ‘알코올’하면 ‘술’을 연상하기 쉽지만 알코올은 소독용 제품에도 쓰인다. 코로나19로 소비가 급증한 손소독제 등 소독용 제품 다수는 에틸알코올이라고도 불리는 에탄올을 보통 54.7~70% 포함한다.  75%짜리도 있으나 높을수록 피부가 상한다. 손에 접촉하는 에탄올이 아닌 뿌리는 에탄올은 83% 짜리도 있다. 주사를 놓거나 채혈하기 전 주사 부위를 소독할 때 사용하는 솜도 에탄올을 함유한 ‘알코올 스왑’이다.
 
하지만 술의 원료인 알코올(에탄올)과 화공약품, 용제, 바이오디젤, 알코올램프 충전원료 등으로 쓰이는 메탄올을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잘못 사용했다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11월 러시아 극동의 한 마을에서 주민 7명이 메탄올 성분이 다량 함유된 손 세정제를 마셨다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술 대신 5ℓ 짜리 손 세정제를 나눠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서는 손세정제가 거의 대부분 에탄올을 함유하지만 물자 부족란에 시달리는 메탄올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서도 1980년대 이전에 메탄올을 주정(에탄올)인 줄 알고 희석해 먹다가 실명 또는 사망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지난 5∼6월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애리조나와 뉴멕시코주 병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메탄올이 함유된 손 세정제를 복용한 15명이 병원에 입원했으며 이 가운데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화학에서 알코올은 하이드록시기(-OH)가 포화탄소 원자에 결합한 유기화합물을 말한다. 술의 주요 성분인 에탄올은 알코올을 대표하며 일반적으로 알코올은 에탄올이 포함된 음료인 술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정제에 쓰이는 공업용 메탄올은 술의 원료로 쓰이는 에탄올과 다르며 인체에 치명적이다. 장기간 또는 반복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시신경에 손상을 유발하며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치명적인 알코올중독, 간질환·암·뇌혈관질환·성기능장애까지 유발
 
술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5000년 전부터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포도주를 빚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1만5000년 전의 항아리에서 포도씨가 발견됐고 중국은 황하강 유역에서 9000년 전에 곡물로 술을 빚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류의 농경생활과 함께 술의 역사도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은 음주에 무척 관대한 나라다. 폭음 문화도 심각하고 음주로 인한 실수도 쉽게 용서해주는 분위기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과거에 비해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이 늘면서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밤이면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는 애주가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들은 이미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이다.
 
알코올은 뇌에 영향을 미쳐 중독을 일으킨다. 뇌의 중추신경계 보상회로를 교란해 도파민 분비 장애를 유발한다. 술을 마시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데 음주량이 늘수록 더 높은 도파민 농도에서 쾌락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도파민 소모가 늘어나고 도파민 결핍에 빠지면 도파민 보상을 받지 못한 사람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알코올은 또 생각·판단·조절능력을 담당하는 전전(前前)두엽에 분포하는 신경세포를 파괴하므로 스스로 음주 횟수와 양을 조절할 수 없는 중독에 빠지게 된다. 알코올중독은 약물·도박·게임 중독과 유사하게 뇌에 작용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렵고, 재발이 잦으며, 장기적인 치료가 불가피한 뇌질환이다.
 
알코올 중독자를 오래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술이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너무 많다. 간질환·암·뇌혈관질환·췌장염 등을 유발하고, 영양결핍이나 성기능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이롭다는 말이 있지만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압도적이다. 최근에는 소량의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통설을 뒤집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잔의 음주도 몸에 이로울 게 없다는 얘기다.
 
술은 구강과 식도에서 아주 소량, 위장에서 약 30%가량 흡수된다. 나머지는 전부 소장에서 빠르게 음식과 함께 흡수된다. 흡수된 알코올은 호흡, 소변, 땀으로 10%가량이 배설되고 나머지 90%가량은 간에서 대사(산화)된다. 간에서 알코올(alcohol)이 알코올분해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에 의해 분해돼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독성물질이 되며, 이로 인해 간이 손상될 수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알데히드분해효소(aldehyde dehydrogenase, ALDH)에 의해 초산(acetate)으로 분해된 후 최종적으로는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탄소와 물로 나뉘어져 소멸된다.
 
빨리 취하는 사람은 이 효소가 체내에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이, 나이가 많을수록 알코올 분해 효소량이 적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진다. 공복보다는 식후나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실 때 알코올이 3배 정도 천천히 흡수된다.
 
술 한잔만 마셔도 유독 얼굴이나 목이 빨개지는 사람도 있다. 이 증상을 ‘아시안 플러시 신드롬(Asian flush syndrome)’이라고 하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인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알코올을 분해하는 ALDH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사이에서는 워낙 흔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이런 사람들은 음주 위험체질에 해당한다. 이들은 몸 속에 들어간 알코올이 분해돼 만들어지는 발암물질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ALDH의 활성이 유전적으로 낮다. 혈중에 남는 아세트알데히드는 혈관을 팽창시키고 얼굴이 붉어지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숙취가 오래가는 것도 신체기능 저하에 따라 알코올분해효소와 아세트알데히드분해효소의 기능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분해되지 못한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에 오래 남아 숙취가 오래 가고 더 심하게 느껴지게 된다.
 
과음한 다음날 필름이 끊겼다며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 기억을 잃는 것을 의학적으로 ‘알코올성 블랙아웃(alcoholic blackout)’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증상이 장기간 반복될 경우 젊은 나이에도 ‘알코올성 치매’가 올 수 있다.
 
필름이 끊길 정도는 아니더라도 잦은 과음 역시 해롭다. 김지훈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교수는 “숙취는 급성 아세트알데히드 독성 중독 증상으로 두통, 구토, 가려움, 무력감, 극심한 피로감 등을 일으키는데 이런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신경계, 면역계, 소화계, 내분비계 등 모든 내장 기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간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며 “B형, C형 간염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거나 만성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자칫하면 증상이 악화돼 간경변증으로 빠르게 발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은 지방간부터 간염, 간경변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만성 음주자 대부분은 지방간이 발생하고, 10~35%는 간염, 8~20%는 간경변이 발생한다.
 
과거 일부 연구를 통해 알코올을 하루 30g 정도 섭취하는 적당량 음주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결합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혈소판 응집을 줄여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소량의 음주는 몸에 이로울 것이라는 전통적인 믿음과 달리 하루 한 잔씩 술을 마셔도 건강상 이익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팀이 지난 9월 발표한 따르면 하루 평균 10g 이하(한 잔 기준)의 알코올을 섭취한 소량 음주군에서 뇌졸중 발생위험이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하지 않았다. 또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 역시 비음주 유지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관상동맥질환 등 주요 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할 위험은 소량 음주군이 비음주 유지군에 비해 21% 감소했지만, 이 역시 비교 대상으로 삼은 비음주 유지군 내에 ‘건강이 좋지 못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식 퀴터, sick quitter)’이 포함된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소량 음주군에서 나타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는 비교집단인 비음주 유지군의 중증 기저질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나온 편향적인 결과일 뿐 소량 음주의 영향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장준영 교수는 “과음이 신체에 주는 해악은 많은 연구와 임상을 통해 밝혀졌지만, 비음주자에서 소량의 음주량 증가와 건강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입증된 바가 없었다”며 “알코올 종류와 섭취량에 관계 없이 알코올 자체가 주는 건강상 이점은 의학적으로 불분명하므로, 비음주 습관을 유지해 온 사람이라면 건강을 위해 금주를 지속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빈 칼로리’? 소주 한 병이 쌀밥 한 공기보다 열량 높아
 

술꾼들은 살이 찌면 ‘이게 다 술살, 아니 안주살이야’라고 우긴다. 알코올은 칼로리가 없다며 술은 괜찮고 안주가 살찌게 한다고 믿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소주 한 병의 평균 열량은 408㎉로 쌀밥 한 공기보다 높다. 알코올은 1kg당 약 7kcal의 열량을 낸다. 이 열량은 체내 수분을 고작 땀과 호흡의 연속으로 날려보내는 데 사용될 뿐 저장되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온몸에 일시적으로 열이 났다가 알코올 대사가 끝날 무렵에 체온이 급강하하며 한기가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히려 비타민과 무기질을 유실시켜 인체의 신진대사와 전해질 평형을 깨뜨린다. 간에 있는 영양분의 소모도 촉진한다. 즉 알코올은 영양학적 가치는 거의 없고 칼로리만 상당히 높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로 만들어진 에너지가 먼저 사용되고, 안주 속의 지방과 탄수화물은 더디게 흡수돼 결국 체내에 저장된다. 더욱이 상습적인 알코올 섭취는 탄수화물을 중성지방으로 변환시키는 대사경로를 발달시킨다. 이에 따라 중성지방이 간에 축적돼 지방간이 되기 쉽다. 술과 곁들이는 안주에 지방질이 많다면 알코올에 더욱 잘 녹아 흡수되기 쉬우므로 살이 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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