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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먹는 약? 류마티스관절염 치료하는 생물학적제제 A to Z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20-12-02 18:00:51
  • 수정 2021-12-30 16: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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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역반응 조절하는 사이토카인 차단하는 TNF-α 억제제부터 JAK1·2·3 저해하는 JAK억제제까지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세포가 뼈와 뼈 사이의 활막을 공격해 지속적으로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 염증성 전신질환으로 성인 인구의 1~2%에서 발병한다. 활막에 생긴 염증은 연골과 뼈로 번져 관절을 파괴 및 변형시키고 극심한 통증, 피로감, 체중감소를 초래한다.

퇴행성관절염과 달리 통증이 허리를 제외한 모든 관절을 옮겨다니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무릎이나 어깨처럼 큰 관절보다는 손목과 손가락 등 작은 관절에서 많이 발생하고, 손가락 중간마디와 첫마디 사이가 도드라지는 특성을 보인다. 관절 마디가 붓고, 병변 부위를 누르거나 움직일 때 통증이 악화된다.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염증을 조절해 통증을 해소하고, 관절의 손상을 예방하고 기능을 유지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한 다양한 치료 옵션이 있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가 치료 목표인 관해 및 낮은 질병 활성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홍승재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는 2000년대 생물학적제제 도입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관해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도달하더라도 잔여 증상으로 고통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의 약물치료 변천사
 
과거에는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 설파살라진, 항말라리아제제, 금제제, 사이클로스포린 등 면역억제제 등이 쓰였다. 지금은 거의 쓰지 않고 역사의 한켠으로 밀려났다. 그 중 현재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메토트렉세이트(methotrexate, MTX) 성분은 비교적 안전하고 항염증효과가 뛰어나 류마티스관절염의 1차치료제로 가장 널리 처방된다. 알약과 주사 제형이 있다. 주사제는 투여가 불편하지만 환부 위주로 약물이 전달되므로, 경구 흡수에 따른 전신 부작용 발생위험을 낮춰주고 약효도 빠르게 나타난다.
 
메토트렉세이트 투여 환자의 약 30%는 치료반응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토트렉세이트로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거나 방사선학적으로 질병이 진행되면 자가면역질환 발생에 관여하는 중요한 염증매개물질인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TNF)를 억제하거나 건선을 유발하는 여러 인터루킨(IL)을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한다. TNF 억제제는 증상와 완화나 유지에 초점을 둔 반면 인터루킨 억제제는 완치의 개념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야누스키나제억제제(Janus kinase inhibitors, JAK 억제제)는 경구약이라는 장점에 메토트렉세이트 없이 단독요법으로도 쓸 수 있는 경쟁 우위를 갖췄다. TNF-α억제제는 단일클론항체 성분으로 인체가 이를 외부물질로 인식하고 중화(neutralization) 항체를 생성해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어 메토트렉세이트와의 병용투여가 권고된다.
 
이들 생물학적제제는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효과가 뛰어나고 장기간 사용이 가능해 적잖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높은 가격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TNF-α억제제, 휴미라·엔브렐·레미케이드
 
TNF 억제제는 염증반응을 매개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주요 사이토카인(cytokine)인 TNF-α를 차단한다. 한국애브비 ‘휴미라주’(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 한국화이자제약 ‘엔브렐프리필드주’(에타너셉트, etanercept), 한국얀센 ‘레미케이드주사’(인플릭시맙, infliximab) 등이 대표적이다.
 
과잉 생산된 종양괴사인자(TNF)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대식세포를 자극해 연골·뼈·인대 세포 등에 과도한 염증반응을 유발함으로써 증상을 악화시킨다. TNF-α억제제는 TNF가 TNF수용체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TNF억제제가 TNF와 결합하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신호전달 과정이 차단됨으로써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상적인 TNF는 염증반응과 후천성·선천성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TNF억제제 사용은 체내 면역능력을 떨어뜨려 결핵 등 감염과 림프종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국애브비의 휴미라는 최초로 100% 인간 유전자를 재조합한 면역글로불린G(IgG) 단일클론항체다. 2003년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 제품이다.
 
이 약은 40mg을 2주에 1회 피하주사하며 투여하는 동안 메토트렉세이트 병용을 유지한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살리실산염,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s), 진통제, 다른 항류마티스제제(DMARDs)를 병용투여할 수 있다.
 
국내에서 휴미라는 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해 축성척추관절염(강직성척추염, 비방사선적 중증 축성 척추관절염), 성인 크론병(18세 이상), 궤양성대장염, 건선, 건선성관절염, 비감염성 포도막염, 화농성한선염, 베체트장염 등 9가지 면역매개질환에 대해 허가됐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모두 15가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식품의약품약안전처가 임산부에게 휴미라 투여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임신 중 복약 중단에 따른 병증 악화의 위험성을 없애는 게 태아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나 수유 기간에도 투여할 수 있게 됐다.
 
엔브렐은 면역글로불린G 항체의 고정부위(Fc)와 인간 TNF수용체(p75)를 융합한 단백제제다. TNF-α 억제제 중 최초의 류마티스관절염의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2003년 허가받았다.
 
작년 6월 7일부터는 소아 특발성 관절염 환자 치료에 급여가 확대 적용됐다. 이전까지는 성인의 활동성 및 진행성 류마티스 관절염과 소아특발성관절염 중 다관절형관절염에만 급여가 적용됐다.
 
엔브렐은 다양한 임상에서 소아 특발성 관절염 치료제로서의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했다. 소아 다발성 관절염 치료에서 생물학적제제의 효과를 평가한 최초의 연구에 따르면 엔브렐 치료군 중 74%(69명 중 51명)가 개선 기준을 충족했다. 치료 반응을 보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중맹검 단계에서 위약군은 81%가 질병이 악화를 보인 반면 엔브렐 투여군은 28%에 그쳤다. 질병이 악화되기까지 걸린 기간의 중앙값이 위약군에서는 28일, 엔브렐 치료군에서는 116일 이상으로 차이를 보였다.
 
엔브렐은 1회 25mg을 주 2회 피하주사하거나 1회 50 mg을 주 1회 피하주사한다. 소아 특발성 관절염에는 1회 kg당 0.4mg(1회 최대 25 mg까지)을 주 2회 피하주사하거나 1회 kg당 0.8mg(1회 최대 50 mg까지)을 주 1회 피하주사한다. 4개월 후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레미케이드는 사람·쥐 키메라(이종결합) 항체다. TNF에 달라붙는 항원결합부위(Fab)는 쥐 단백질로, 실질적인 항체반응을 나타내는 고정 부위는 사람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이 약은 전체 구성 성분의 25%가 쥐에서 유래된 항체이기 때문에 이를 공격하는 다른 항체물질이 몸에서 더 많이 생겨나 약효가 떨어지는 정도가 휴미라·엔브렐보다 더 크다. 키메라항체 발생으로 인한 면역반응을 줄이기 위해 MTX 등과 반드시 병용투여해야 한다.
 
레미케이드는 3mg/kg을 2시간 이상에 걸쳐 정맥 주입하며, 최초 투여일로부터 2주 및 6주 경과 시점에 각각 3mg/kg씩 투여한다. 이후 매 8주마다 3mg/kg씩 투여한다.
 
휴미라와 레미케이드는 혈액 속 떠다니는 유리형과 세포막에 붙은 부착형 TNF에 모두 결합하는 반면 엔브렐은 혈액 속에 떠다니는 TNF만을 포획한다. 이에 엔브렐은 휴미라·레미케이드보다 염증 억제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나 결핵유발률이 낮은 게 장점이다. 반감기는 휴미라가 11∼13.7일, 레미케이드 8~9.5일, 엔브렐 4일 순으로 길다.
 
TNF수용체는 세포막에 붙어 있는 경우에만 신호를 전달해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혈액 속에 부유하는 TNF를 붙잡아도 염증이 완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염증반응 시 이렇게 해서라도 TNF 수를 줄여놓으면 염증이 가라앉는 직간접 효과를 거둘 수 있다.
 
JAK 억제제, 젤잔즈·올루미언트·린버크
 

JAK억제제는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이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신호전달 과정 중 야누스키나제 그룹인 JAK1, JAK2, JAK3, 티로신키나제(TyK)2 등 4가지 인산화효소의 작용을 차단한다.
 
화이자의 ‘젤잔즈정’(성분명 토파시티닙, Tofasitinib)과 릴리의 ‘올루미언트정’(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 ‘린버크서방정’(성분명 유파다시티닙, Upadacitinib) 등이 대표적이다.
 
젤잔즈는 이들 4가지 인산화효소를 모두 차단하는 반면 올루미언트는 JAK1, JAK2만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린버크는 선택적·가역적으로 JAK1을 억제한다. 이론적으로 다양한 아형의 JAK를 억제하는 게 효과가 더 나을 것으로 추론되지만 희한하게도 린버크는 류마티스에서만큼은 현재 최강의 효능을 입증해가고 있다.

젤잔즈는 보통 1일 2회 5㎎ 1정을, 올루미언트는 1일 1회 4㎎ 1정, 린버크는 1일 1회 15㎎ 1정을 복용한다.
 
JAK억제제는 알약 제형으로 주사공포증이 있는 환자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화이자의 젤잔즈는 2012년 미국 FDA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았으며 2015년 3월 국내에 급여 출시됐다. 이 약은 △메토트렉세이트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성인의 중등증 내지 중증의 활동성 류마티스 관절염 △중등도~중증의 활동성 궤양성 대장염 △이전 항류마티스제제(DMARDs)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성인 활동성 건선성 관절염에 모두 사용이 승인된됐다. 5㎎, 10㎎ 두 가지 용량으로 나뉜다.

올루미언트는 2017년 12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2018년 11월부터 급여를 적용받았다. 이 약은 하나 이상의 항류마티즘 제제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성인의 중등증 내지 중증 활동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 처방한다. 단독투여 또는 메토트렉세이트(MTX)와 병용투여할 수 있으며 생물학적 항류마티스제제 또는 다른 JAK 억제제와는 병용투여하지 않는다. 권장용량은 1일 1회 4㎎(1정)이나 환자의 상태에 따라 2㎎(1정)을 복용할 수 있다. 4㎎, 2㎎ 두 가지 용량으로 나뉜다.
 
올루미언트는 관련 환자 3000명 이상이 참여한 4개의 3상 임상에서 MTX 치료경험이 없거나, MTX 또는 기존 항류마티스 약제(Conventional Disease-Modifying Anti-Rheumatic Drugs, cDMARDs) 또는 TNF 억제제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환자 등 다양한 환자군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각각 확인됐다.
 
MTX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올루미언트 4㎎+MTX 병용요법과 아달리무맙+MTX 병용요법을 비교한 RA-BEAM 임상연구에서 올루미언트+MTX 는 12주차에 ACR20(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이 20% 개선됨을 의미) 달성 비율이 70%로, 아달리무맙+MTX 병용요법의 61%에 비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또 12주차에 ‘C-반응성단백질 질병활성도 지수(DAS28-CRP)’ 평균 변화에 따른 유효성 평가에서도 기준치 대비 올루미언트 -2.24점, 아달리무맙 -1.95점으로 올루미언트가 더 우수한 효과를 보였고 기간은 연구기간인 52주 동안 유지됐다.
 
이 치료제는 지난 11월 19일(현지시각) 길리어드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베클루리’(Veklury 성분명 렘데시비르 remdesivir)와 병용요법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이들 JAK억제제 중 가장 후발주자인 린버크는 선택적·가역적 JAK1 억제제다. 세포공학 분석에서 JAK2 대비 약 40배, JAK3 대비 약 130배, TYK2 대비 약 190배 높은 JAK1선택성을 나타냈다.
 
린버크는 이달 1일부터 중등도~중증의 성인 활동성 류마티스관절염 적응증으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는다. 린버크의 보험 급여 적용 기준은 △미국류마티스학회(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 ACR) 및 유럽류마티스학회(European League Against Rheumatism, EULAR) 진단 기준에 부합할 때 △질병활성지수(DAS28)가 5.1을 초과하거나, 3.2~5.1인데 영상검사에서 관절 손상을 확인했을 때 △메토트렉세이트(MTX)를 포함한 두 종류 이상의 항류마티스제제로 각 3개월 이상(총 6개월) 치료해도 효과가 미흡하거나 약제 부작용 등으로 치료를 중단했을 때다. 보험급여 적용 약가는 15㎎ 하루 1회 투여 기준 2만1085원이다.
 
이 약은 임상에서 생물학적제제 최강자로 통하는 휴미라 대비 높은 관해율을 입증했다. 특히 경구제임에도 약효가 1~2주 내로 발현되는 등 주사제인 아달리무맙과 비슷한 통증 경감효과를 나타냈다. 이달부터 급여가 적용됨에 따라 처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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