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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정신적 합병증 낳을 수 있는 ‘어린이 야뇨증’ 조기에 치료해야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1-28 08:05:41
  • 수정 2020-12-05 1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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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 수면 시 각성장애, 방광기능 이상, 야간다뇨, 심리적 요소 등 원인
야뇨증 치료는 아이가 의지를 갖고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부모는 어린아이가 밤에 자다가 소변을 지리는 것을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통과의례’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일이 잦다면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돼도 같은 증상을 보이면 수치감이나 죄책감 등 2차적인 정신적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방치하면 자칫 사회성과 심리발달에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는 야뇨증에 대해 구자욱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명확한 원인 없지만 수면장애, 잘못된 소변훈련, 부모 이혼 등이 야뇨증 유발
 
야뇨증은 일반적으로 밤에 자는 동안 소변이 무의식적으로 배출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치료의 대상이 되는 야뇨증을 말할 땐 5세 이상의 연령에서 요로계의 이상이 없고 낮 동안의 요실금 없이 밤에 오줌을 싸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5세 어린이의 약 5~7%, 10세 경의 어린이 둥 2~3%가량이 야뇨증을 갖고 있어 어린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많이 발생하는 증상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야뇨증은 경우에 따라 1차성‧2차성 야뇨증으로 나뉜다. 1차성 야뇨증은 태어나서부터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를, 2차성 야뇨증은 소변을 잘 가리던 어린이가 소변을 가린 지 6개월~1년 정도 지나 다른 요인으로 다시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중 1차성 야뇨증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수면장애나 부적절한 소변훈련 또는 요로감염이 일부 원인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반면 2차성 야뇨증은 부모의 이혼, 학교생활에서의 쇼크성 장애, 성적 학대, 입원 등 스트레스성 장애와 같은 심리적 또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과거엔 방광 용적의 감소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됐지만 마취 상태에서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부학적 방광 용적의 감소보다는 기능적 방광 용적의 감소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야뇨증 환자의 50% 이상에서 비억제성 방광수축이 나타나 빈뇨, 급박뇨, 요실금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야뇨증을 가진 많은 환자에서 해부학적 요실금이 없어 비억제성 방광 수축이 야뇨증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한 관련성을 갖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상 유아의 방광 생리
 
유아의 방광 기능은 불안정해서 단순한 척추반사에 의해서도 자동적으로 배뇨가 이뤄진다고 생각돼 왔다. 생후 수일 간 배뇨 횟수가 적지만 1주일이 지나면 급히 증가해 2~4주경에 가장 배뇨횟수가 많고 이후 서서히 감소해 6개월 이후에는 안정된다. 소변량은 6개월 이후 급히 증가된다. 수면 중에는 대체로 활성화 급속안구운동(active REM) 주기에 배뇨가 일어나며 배뇨 전에는 심박동수, 호흡수, 뇌파의 변화가 나타난다.
 
유아기의 배뇨는 대뇌피질의 지배를 받지 않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방광 용적이 증가하고 방광 및 요도 괄약근에 대한 의식적인 조절이 가능해지면 3~4세까지는 본인 스스로 소변을 가릴수 있게 된다.
 
어린이 성격 형성에 부정적 영향, 꼭 치료해야
 
야뇨증은 대부분 자연 치유되며, 사용 가능한 치료법이 많지 않고, 약의 부작용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다. 하지만 야뇨증은 상당히 심한 스트레스 인자로 어린이의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1990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야뇨증 어린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싫고 두려운 것은 부모의 사망이었으며 그 다음이 오줌싸는 것이었다. 사회에서 자기가 훌륭한 하나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영리하고 용감하고 운동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장점보다 단지 오줌싸개로만 인식될 위험성을 매우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여려 연구결과에 의하면 야뇨증 어린이의 자긍심을 정상아와 치료 전, 중, 후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치료전 매우 낮았던 자긍심이 치료 중간에 조금 상승하고 후에는 정상아와 같이 회복되는 게 관찰됐다. 
 
야뇨증 치료, 어린이마다 방법 달라
 
야뇨증이란 질병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이며 원인도 다양하다. 따라서 치료를 시작하기 전 세심한 병력, 신체검사, 소변검사, 소변배양검사 등을 통해 어린이 개인의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치료방법은 크게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행동요법 중 대표적인 게 야뇨 경보기 사용이다. 수면 중 소변을 보면 경보음이 울려 잠에서 깨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 성공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가장 높고 재발률도 낮다. 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이밖에 낮 동안 소변을 오래 참게 하는 훈련인 방광용적 증가 운동,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찍 깨워 소변을 보게하는 방법, 밤에 오줌을 사지 않았을 때 칭찬해주면서 자신감을 높여주기 위해 달력에 스스로 스티커를 붙여 기록하는 방법 등이 있다.
 
약물요법으로는 항우울제인 ‘이미프라민’(imipramine)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일종의 정신과 약물로 중추신경에 작용해 밤에 잘 때 방광의 크기를 최대로 확장시켜 생성되는 소변 양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치료효과는 50% 이상이지만 약물을 중단하면 재발 확률이 높다.
 
부작용으로는 불면, 불안감, 입마름, 가슴두근거림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어린이가 모르고 과량 복용하면 치명적인 심장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항이뇨호르몬제인 ‘데스모프레신’(Desmopressin acetate)은 대뇌의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지고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인 바소프레신과 유사한 합성호르몬이다.

데스모프레신은 원래 바소프레신이 분비되지 않아 소변을 많이 보는 질환인 요붕증의 치료제였지만 야뇨증 어린이는 야간에 정상적인 항이뇨호르몬의 분비 증가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야뇨증의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다. 이 약은 밤에 잠잘 때 오줌의 생성량을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 치료효과는 60~80%다.
 
비강 내로 주입하는 스프레이와 경구용 알약이 있으며 자기 전에 한번 투여하면 8~10시간 항이뇨 효과가 지속된다. 부작용은 드물게 수분 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 약을 투여하는 중에는 자기 전에 250cc 이상의 수분을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항콜린제인 ‘디트로판’(Ditropan)은 밤에 방광이 작아지는 것을 억제해 소변양을 충분히 모을 수 있도록 해준다.
 
야뇨증 자체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큰 문제
 
야뇨증은 밤중에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증상 자체보다 그로 인해 생기는 만성 불안, 자존심의 상처, 발달지연, 심리적 발달장애 등 어린이의 정신적, 심리적 상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증상이 오래 되면 어린이가 수치심과 열등감을 느껴 대인관계 기피 현상을 보일 수 있다.
 
과거에는 많은 부모들이 야뇨증은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다고 생각해 적극 치료하지 않았다. 또 오줌을 싼 어린이들에게 키를 씌워 소금을 꿔오라고 시키기도 했는데 이런 방법은 어린이에게 열등의식과 수치감을 크게 불러일으키므로 금물이다.
 
어린이가 오줌싸개라는 놀림을 당하게 되면 열등감과 수치심이 쌓여 자신감을 잃는 것은 물론 오늘밤에도 또 소변을 지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런 과정속에서 집중력도 떨어지게 되고 어린이 캠프 등 단체생활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게 돼 교우관계 형성과 사회성 발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치료의 근본은 부모의 격려 … 부모도 초조하거나 강박감 갖지 말아야
 
야뇨증에 따른 정신적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밤중에 소변을 가리지 못했을 때는 야단치거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언행을 삼가고 어린이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게 좋다.

아이가 소변을 지릴 것에 대비해 팬티나 요를 준비해 놓고 본인이 스스로 갈아입거나 바꾸도록하는 것도 배려의 하나다. 또 ‘우리 아이는 아직 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라는 등의 언행을 삼가야 한다.
 
치료 중이라면 부모가 하루 빨리 치료해야한다는 강박감을 갖지 않는 게 필요하다. 초조해하는 부모의 감정적 반응은 아이에게 정신적으로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여자아이의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향이 있어 치료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아이가 치료에 진전을 보이면 작은 선물을 주거나 칭찬을 아끼지 않는 등 격려해 치료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의지를 가지고 야뇨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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