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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질, 주기적으로 씻어야 한다? 그 오해와 진실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1-25 08:05:02
  • 수정 2020-11-27 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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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가 청정능력 있어 … 자주 씻으면 민감한 생태 시스템 무너뜨려 염증 유발
여성 건강에 대한 잘못된 상식은 사회적 편견이나 통념에서 비롯된 게 많아 과학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교정돼야 한다.
산부인과라고 하면 임산부가 찾는 의료기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성 건강을 위한 전반적인 의료 케어가 이뤄지는 곳이다. 크게 임신과 출산 전반을 담당하는 ‘산과’와 여성 생식기 질환 등을 담당하는 ‘부인과’로 구분할 수 있다.
 
산부인과에 대한 20대 여성들의 오해와 기피 현상은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심해진다.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여성질환에 대한 인식이 곱지 못한데다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것조차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서다. 
 
이 때문에 잘못된 정보로 병을 앓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윤경 연세산부인과의원 원장의 도움말로 인터넷 등에 떠도는 낭설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질 속은 주기적으로 씻어줘야 건강하다? 
 
여성의 나팔관, 자궁, 질에 이르는 생식기 구조의 특징은 목이 좁은 꽃병을 거꾸로 세워 놓은 것과 같다. 꽃병 속에 있었던 지저분한 물기 등은 거꾸로 놓여 있어 자연히 아래로 흘러 내려가게 되고 병속은 깨끗해진다. 여성의 생식기도 그와 전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자궁은 한 달에 한 번씩 자궁내막이 벗겨져 나가는 월경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질 속에는 여러 가지의 정상적인 균주들이 살고 있어 질내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외부로부터 다소 지저분한 균들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되는 일종의 방어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질 속은 씻어 낼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쓸데없이 씻어서 질 속의 일정한 상태를 망가뜨리는 행동은 오히려 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항간에 질 세정제는 여러 위생용품 또는 일반약이 나와 있다. 굳이 이런 제품으로 질세척을 할 필요는 거의 없다. 오히려 세정제에 섞여 있는 향료 등 특정물질이 알레르기를 유발해 부작용으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 
 
게다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질세척기이다. 고무공 모양의 이 세척기(bulb syringe 벌브 시린지)는 월경주기나 임신 시에 잘못 사용할 경우 기포에 의한 전색을 일으켜 사용자를 사망하게 만드는 살상의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월경주기가 고르지 않을 때 피임약을 먹는 게 좋다? 
 
태아의 생성은 배란으로 나온 난자와 정자가 합쳐진 수정란에서부터 시작된다. 엄마의 자궁 안에는 이 수정란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솜이불과 같은 자궁내막이 존재한다. 월경이란 자궁내막이 배란 이후부터 서서히 자라 솜이불처럼 되면서 수정란의 착상을 애타게 기다리다 끝내 수정란이 와서 착상하지 않을 때 자궁내막이 벗겨져 출혈과 함께 몸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말한다.
 
어느 여성이든 배란 2주 후에는 반드시 월경을 겪는다. 그러나 월경이 시작된 후 다음 배란이 될 때까지의 기간은 여성마다 차이가 있어서 월경주기가 길거나 짧아진다. 피임약은 여성호르몬 제제로 월경 첫 날부터 시작해 21일간 복용하도록 돼 있다. 다음달 피임약은 28일째부터 다시 복용하기 시작한다.
 
피임약을 먹지 않는 기간에 월경과 비슷한 출혈을 보게 된다. 피임약을 먹다가 중단하면서 생기는 출혈은 엄격히 말하면 월경은 아니며 이를 학술적 용어로 ‘소퇴성출혈’이라 한다. 월경이란 반드시 배란이 되고서 2주 후에 출혈이 일어나는 것만을 의미한다.
 
피임약을 복용하게 되면 가임신 상태(임신과 유사한 상태)가 인위적으로 조성돼 배란이 되지 않게 되므로 진짜 ‘월경’은 아니다. 다만 여성호르몬제 성분인 피임약을 중단하면 혈액 속의 여성호르몬 농도가 감소하면서 마치 월경처럼 출혈이 나타날 뿐이다. 월경주기가 고르거나 심하게 불규칙하지 않은 사람은 피임약을 정해진 대로 복용하면 부작용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월경주기가 지나치게 긴 여성의 경우 피임약이 난소의 기능을 더욱 억제해 난소기능부전에 빠뜨릴 수 있다. 따라서 피임약을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월경주기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단순히 월경주기를 고르게 하기 위해 피임약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궁이 없으면 여자 구실을 못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성관계를 맺을 때 여성의 성감대는 질의 바깥쪽 3분의 1의 위치에만 존재할 뿐이고, 여성의 질벽은 아코디언처럼 주름이 깊고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길어 불의의 질병으로 자궁을 제거하거나 질벽 깊은 곳을 절제 및 봉합한다 하더라도 대개의 경우 성관계에 지장이 없다.

자궁은 임신을 위해 필요한 장기일 뿐 성관계를 위해서 존재하는 장기는 아니다. 여성을 위해 필요한 그 어느 호르몬도 생산하지 않는다. 여성호르몬 대부분은 난소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자궁이 없어지면 한 달에 한 번씩 있게 마련인 월경은 사라진다. 월경은 자궁내막이 떨어져 몸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이므로 자궁을 들어내면 자궁내막도 없어지고 월경이 없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자궁암 예방을 위해 미리 자궁적출 수술을 하는 게 좋다? 

잘못된 생각이라고 봐야 한다. 현대의학의 수준에서는 자궁이 임신기능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기능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또 수술에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유전적인 고위험성을 이유로 암 발병 위험이 높은 경우가 아니라면 자궁을 없애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항정자항체 반응 검사로 처녀성과 관계 횟수를 알 수 있다?

불임검사의 한 종류인 항정자항체 반응 검사로 처녀성을 감별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며, 의학적으로도 맞지 않다.

항정자항체 반응 검사는 불임검사의 한 종류다. 정자에 대한 항체가 있는 경우는 불임에 대한 가능성이 정상인보다 증가하기 때문에 불임이 있는 경우나 임신하기 전 검사로 시행될 수 있다.
 
보통 불임부부들의 약 9~12.8%에서 항정자항체가 발견되고, 정상적으로 아이를 가진 부부들에게는 약 1~2.5%정도에서 항정자항체가 나타난다. 이 항정자항체는 주로 남성과 여성의 혈액에 존재한다. 남성에서는 정액에서 발현되기도 하고, 여성에선 더러 자궁경부액에서 보여진다.
 
항정자항체가 과도하면 정액 혹은 자궁경부액에 항정자항체가 노출돼 정자의 정상적인 주행과 난자와 수정까지도 방해한다. 부부 중 한 명이 아주 높은 항정자항체를 가지고 있다면 임신이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낮은 역가의 항정자항체의 경우 임신에 별 영향이 없다.

첫 경험에서 출혈이 없으면 처녀가 아니다?

모든 여성들에게 처녀막이 있진 않으며 무조건 첫 성관계 때 처녀막이 파열돼 출혈이 유발되는 것은 아니다. 처녀막은 여성의 성기 중 외음부의 소음순과 질의 경계를 이루는 얇은 막을 의미한다. 가운데 작은 질 구멍이 나 있고 주변은 원형으로 질막에 붙어 있다. 그 크기나 탄력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첫 경험을 한다고 해서 꼭 출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상 처녀막이 있는 여성의 3분의 1은 첫 성관계에서도 출혈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성관계가 아니더라도 자전거나 오토바이, 승마, 심한 운동, 자위 등으로도 본인도 모르게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며, 선천적으로 신축성이 뛰어나 찢어지기 어려운 처녀막 형태일 수도 있다.

첨단의술의 발달로 처녀막은 얼마든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 출혈 증상 하나만으로 여성의 처녀성을 논하는 것을 잘못된 판단이다.

골반염은 성생활이 문란한 사람이 잘 걸린다?

자궁, 나팔관, 난소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통틀어 골반염이라고 한다. 성적으로 활발한 여성 또는 성상대자가 많은 여성일수록 골반염의 빈도는 높다. 다만 국부나 항문을 자주 씻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 피임기구인 루프를 하고 있는 여성에게 골반염이 생기기도 한다. 골반염을 경험했다고 해서 무조건 문란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염증이 자궁내막이나 나팔관을 손상시켜 불임의 원인이 되므로 적극 치료해야 한다.

생리 중 성관계를 하면 임신 걱정이 없다?

부정혈이나 배란혈을 생리혈로 오인해 피임없이 성관계를 가질 경우 임신할 수 있다. 생리 중에는 여자의 질과 자궁이 평소보다 예민하고 약해진 상태라 감염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출산 후에는 대부분 여성 요실금이 생긴다?

일시적인 요실금을 경험할 수는 있지만 산후 회복을 잘하고, 괄약근 운동을 하면 요실금을 예방할 수 있다. 괄약근 운동은 출산으로 인해 늘어난 질을 회복시키는데 매우 좋다. 다만 다산할수록 요실금의 발병률이 올라가 출산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폐경기 여성에게 정액 과민반응이 있는 경우가 있다?

폐경기에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질 점막이 얇아지고 분비물이 적어지는 위축성 질염에 걸리기 쉽다. 질내가 건조해져 외부 자극에 쉽게 상처입고 감염될 수 있다. 질이 무척 연약한 상태에서 성적 자극과 정액에 노출되는 등 갑작스런 질내 환경의 변화가 나타나면 불편감과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다.

질이 작으면 질경련이 생길 수 있다?

여성 성기는 크기가 정해져 있지 않다. 질 근육의 탄력성으로 크고 작음을 느낄 뿐이다. 질경련이 있는 여성은 대부분 삽입에 대한 공포가 커서 근육이 심하게 경직된다. 삽입 시 더욱 통증에 민감하게 반응해 성행위를 피하게 된다. 문제가 반복된다면 심리치료와 함께 근육의 경직을 풀어주는 물리치료와 행동치료를 같이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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