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세동은 단순한 부정맥에 머물지 않고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인구 고령화로 급증하여 최근 10년간 국내 유병률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짧은 시술 시간과 낮은 합병증으로 주목받는 ‘펄스장 절제술’(Pulse field ablation, PFA)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고령화로 급증 … 심방세동 있으면 뇌졸중 위험 5배 증가
심방세동은 심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게 떨리듯 뛰는 게 특징이다. 노화와 관련이 깊어 인구 고령화와 함께 급증하고 있다. 한국 심방세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2년 심방세동의 유병률은 전 인구의 2.2%에 달했으며,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60대에서 3.0%, 70대에서 6.8%, 80대 이상에서 12.9%에 이르고 있다. 40~50대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펌프 기능을 떨어뜨려 심부전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방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혈액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고이면서 심방 안에 혈전이 생기게 되는데, 이 혈전이 혈류를 따라 이동하다가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방세동은 약 30%가 증상이 거의 없거나 애매한 증상을 보여 치료 및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5배 높다.
증상 없다고 안심 금물, 정확한 진단 우선
심방세동은 심장과 뇌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보통 심전도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종일 증상이 지속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은 일반 심전도 검사로 쉽게 진단되지만, 가끔 나타나는 발작성 심방세동은 장시간 심전도를 기록하는 생활 심전도 검사로 진단하게 된다. 초기 증상은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숨참, 무력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전혀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작더라도 증상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초기엔 ‘항응고제’ 약물치료, 심해지면 시술 고려
심방세동의 기본치료는 항응고치료를 포함한 약물치료와 시술적 치료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동반질환, 나이, 뇌경색증 기왕력 등을 참고해 점수를 매기고, 기준을 넘어서 혈전이 생길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약(부정맥치료제 및 항응고제)을 처방을 한다. 심방세동은 심장 내 혈전 발생 위험이 크고 결과적으로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환자의 위험도에 따라 반드시 적절한 항응고 요법이 필요하다.
증상을 완화하고 만성화 및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심방세동 진단 후 1년 이내에 정상 동율동(Sinus rhythm)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조기 리듬조절 치료가 필요하다. 심방세동에 따른 뇌졸중, 심부전, 심근경색 등의 예후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리듬조절치료는 약물치료, 약물치료, 전기충격요법, 전극도자절제술, 맥박수 조절치료 등을 통틀어 말한다.
도자절제술·냉각풍선절제술, 일부 합병증 위험 동반
충분한 약물치료에도 심방세동이 조절되지 않거나, 약제에 대한 부작용 또는 서맥이 동반돼 약물치료를 하지 못하는 경우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허벅지 혈관으로 미세도관(카테터)을 넣어 심장으로 접근해 절제 등 치료하는 경피적 시술이다.
기존에는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RFCA, Radiofrequency catheter ablation’과 ‘냉각풍선 절제술(Cryo balloon ablation)’이 가장 많이 시행됐다. 두 시술은 부정맥이 발생하는 심장 조직을 고온(고주파에너지) 또는 저온(냉각에너지)을 이용하여 태우거나, 특수 고안된 폐정맥 입구를 풍선으로 막고 영하 80~90도로 냉각해 파괴하는 방식으로 부정맥을 치료한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시술시간이 길고 고열이나 냉각 에너지가 심장 외부 조직에 영향을 미쳐 식도 손상, 폐정맥 협착, 신경 손상 같은 합병증이 생기는 사례도 일부 있었다.
차세대 치료법 ‘펄스장 절제술(PFA)’ 주목
최근 도입된 펄스장 절제술은 기존 시술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치료법이다. 짧은 전기펄스(고강도 전기장)를 이용해 목표한 심장근육 세포에만 미세한 구멍(Electroporation)을 내어 선택적으로 사멸을 유도한다. 주변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시술에 1~2시간이 소요돼 환자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기존 시술보다 20~50%가량 시술시간이 단축되며, 열·냉 에너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식도·신경 등 주변 장기(식도, 혈관, 신경, 횡경막 등) 손상이 거의 없다. 시술 후 통증도 적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활발히 사용 중이며, 국내에는 올해 초 본격 도입됐다. 짧은 시술 시간과 높은 안전성 덕분에 점차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심방세동의 시술적 치료는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는 환자만을 대상으로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냉각 풍선도자 절제술과 펄스장 절제술은 심방세동 초기 환자( 발작성 심방세동)에게만 적용될 수 있으므로 오래된 심방세동(만성, 지속형 심방세동)을 가진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조만간 열을 이용한 고주파 절제술과 펄스장 절제술 동시 치료가 가능한 이중 에너지(dual energy) 병용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될 예정이다.
강동경희대병원, 국내 전 기종 펄스장 절제술(PFA) 시스템 도입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는 현재 국내에 도입된 모든 펄스장 절제술 기종을 운용 중이다. 보스턴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의 ‘파라펄스’(PARA PULSE), 존슨앤드존슨메드테크의 ‘베리펄스’(VARIPULSE) PULSE), 메드트로닉 ‘펄스셀렉트’(PulseSelect), 애보트의 ‘볼트’(VOLT) 등이 미국에서 허가돼 있다. 국내에서는 파라펄스가 주도권을 잡았고, 베리펄스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가 펄스장절제술로 심방세동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PFA는 기존 시술보다 대기 기간이 짧고, 환자 부담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진은선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펄스장절제술은 심장 조직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어 시술 후 회복도 빠르고, 합병증 위험도 낮다”며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뇌졸중과 심부전으로의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주 금연은 기본, 심방세동 예방법
알코올은 심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과음은 직접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른 어떤 치료보다 술을 줄이거나 끊는 게 중요하다. 담배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에 백해무익한 것이니 금연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무엇보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발생한 경우 걱정만 하지 말고 무조건 검사를 받아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