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타이비트’ 성공 기미에 2015년 중국내 이어 올 8월 중국외 판권도 인수 … R/R cHL 적응증 확보, 비소세포폐암 추가 진행 중
중국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에 2011년 설립된 항암제 및 대사질환·자가면역성 질환 전문 제약기업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信達生物制葯)는 마이클 유(Michael Yu) 이노벤트 최고경영자(CEO)가 릴리와 공동 개발한 PD-1 억제제인 ‘타이비트’(Tyvyt, sintilimab)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이 약은 2018년 12월 중국에서 적어도 두 번의 치료제를 거쳐도 듣지 않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R/R) 만성 호지킨림프종(cHL)의 3차 치료제로 처음 승인받았다. 미국에선 아직 승인받은 적응증이 없다.
유는 최초로 상용화된 바이러스 기반 항암제인 유전자 변형 암용해(oncolytic) 아데노바이러스 제제인 온코린(Oncorine)을 발명했다.
릴리의 벤처캐피털 스핀오프인 릴리아시아벤처스(Lilly Asia Ventures)는 유 회장이 이 회사를 설립한지 1년 만인 2012년, 이노벤트에 처음 투자했다. 그 후 2015년 3월 릴리 본사는 이노센트의 ‘전임상 중인 면역항암제 분자’와 항CD20 항체에 대한 중국 권리를 얻기 위해 5600만달러를 선불로 지급했고 4억달러 이상을 마일스톤을 약속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면역항암제가 타이비트다. 항CD20 항체는 ‘맙테라주’(MabThera/Rituxan 성분명 리툭시맙 rituximab)의 바이오시밀러로 중국에서 2019년 6월에 승인됐다.
면역항암제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서 수십 개의 PD-1/L1 억제제가 개발되고 있다. 모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나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로리주맙 Pembrolizumab)의 임상적 성공을 재현하거나 심지어는 넘어서기를 바라는 약들이다.
시장조사 회사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중국 PD-1 시장은 웃어넘길 만한 정도가 아니다. 2030년까지 세계 PD-1억제제 시장 789억달러 중 131억달러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노벤트는 분명 타이비트가 동급 최강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타이비트가 키트루다, 옵디보 등에 비해 타깃에 대한 친화력이 높다는 점을 들어 낙관하고 있다. 적어도 옵디보보다 PD-1 결합 부위를 더 많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이비트의 첫 등록 임상시험 결과는 이같은 믿음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2상 Orient-1 임상시험에서 타이비트는 10.5개월의 추적관찰 결과, 92명의 재발성/불응성 만성호지킨림종 중국인 환자 중 80.4%가 치료반응을 보였다. 약 34%의 환자들은 암 징후 없이 완쾌됐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란셋 혈액학’(Lancet Haematology) 2019년 1월호 표지에 실렸다.
교차시험 비교에서 나온 데이터는 문제가 있었지만, 개별 시험에서 나온 데이터는 옵디보나 키트루다의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Keynote-087 시험에서 키트루다의 전체반응률은 69%로 완전응답률은 22.4%에 달했다. 옵디보의 2상 CheckMate-205와 2상 CheckMate-039 연구의 복합적 분석 결과 전체반응률은 65%로 나타났다.
2018년 말 타이비트는 옵디보, 키트루다, 준시바이오사이언스(Junshi Biosciences)의 ‘투오이’(Tuoyi, 성분명 토리팔리맙 Toripalimab)에 이어 중국에서 승인된 네 번째 PD-1억제제가 됐고, cHL로는 첫 번째가 되었다.
이노벤트는 ‘서민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고품질 바이오의약품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고, 이 모토에 이끌려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노벤트와 릴리는 올해 타이비트의 가격을 64%을 인하해 중국 국가상환약제목록(National Reimbursement Drug List, 건강보험등재의약품)에서 다뤄지는 최초이자 유일한 PD-1 억제제가 됐다. 이노벤트는 2020년 상반기에 타이비트로 9억2090만위안(약 1억374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비록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약값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가격을 낮추려는 자세는 FDA에게 좋게 들릴 수 있다. 지난 해 미국암연구협회(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AACR) 연례회의에서 리처드 파즈더(Richard Pazdur) FDA 종양학센터장은 중국이 제조한 PD-1/L1 억제제를 서구 제약사들이 현재 책정하고 있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미국 승인을 신청하는 것을 환영했다. 그는 또 중국 임상자료의 품질이 좋다면 이것만으로 신약승인신청 제출을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PD-1/L1 항체의 주요한 상업적 이점은 중국에서 가장 흔한 암의 일부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암을 표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릴리와 이노벤트는 이미 비소세포폐암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으며 이 암종은 미국에서나 중국에서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전에 치료되지 않은 비편평(nonsquamous)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릴리의 ‘알림타주’(Alimta, 성분명 페메트렉시드 Pemetrexed) 및 백금착제 화학치료에 타이비트를 첨가하면 암 진행이나 사망위험이 52% 감소한다. Orient-11 임상연구에 따르면 타이비트 병용요법을 쓴 환자들은 질병이 악화되지 않고 평균 8.9개월을 살았다. 반면 화학요법(알림타+백금)을 쓴 사람은 5개월에 그쳤다.
이 수치는 화학요법에 키트루다를 추가하면 질병 진행 위험이 51% 감소한다는 Keynote-189 연구결과와 매우 유사하다. 무진행 생존기간이 키트루다 병용군의 경우 8.8개월로, 화학요법 치료군의 4.9개보다 우월했다.
1차 치료제로서 편평상피 비소세포폐암에서도 타이비트, 릴리의 ‘젬자주’(Gemzar, 성분명 젬시타빈 Gemcitabine), 백금제 화학요법 조합은 Orient-12 임상에서 암 진행이나 사망위험을 화학요법제 단일요법에 비해 46% 줄였다.
Orient-11과 Orient-12 수명 연장 관련 데이터는 성숙된 것이 아니지만, 임상참여 연구자들은 두 시험에서 타이비트 병용의 장점을 관찰했다. 결국 Keynote-189에서 키트루다의 50% 사망위험 감소가 타이비트의 목표가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지표에 대한 승인 신청은 이미 중국 당국에 접수됐다.
릴리는 분명히 이런 결과에 고무됐다. 지난 8월 이노벤트와의 중국 외 시장으로 라이선스 범위를 확장해 10억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계약을 맺었다.
이노벤트, 릴리 당뇨병 신약후보 OXM3 도입 … 로슈와 21억달러 세포치료제 개발 거래도
두 회사는 인연이 깊다. 타이비트 이외에도 2015년 10월 체결한 계약을 통해 PD-1 억제제를 기반으로 최대 3가지 이중항체를 공동개발키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 8월에는 이노벤트가 중국에서 올 9월에 1b/2상을 시작한 GLP-1및 GCGR 이중 작용제이자 옥신토모둘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인 릴리 당뇨병 신약후보인 OXM3의 라이선스를 비공개 금액으로 도입했다.
이노벤트는 암, 대사질환, 안과질환, 자가면역질환에 이르는 20개 이상의 임상 단계 신약후보물질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등 한 가지만 잘하는 회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을 피력했다. 지난 6월 이노벤트는 로슈의 T세포 이중항체와 CAR-T 기술 등을 도입해 세포치료제를 설계하고, 이것이 상용화될 경우 로슈에 권리를 되파는 조건으로 최대 21억달러 가치의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