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불라(Albert Bourla) 화이자 CEO는 “비아트리스 출범 절차를 마무리지으면서 주주들에게 투자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화이자의 파이프라인은 이보다 더 강력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화이자는 혁신적(breakthrough) 치료제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생명을 구할 의약품들을 세계 각국의 환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변함없는 열정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비아트리스 출범엔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수‧합병 방식의 하나인 100% 주식 역 모리스 트러스트(Reverse Morris Trust: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세금을 면제받는 대신 신규 합작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는 M&A)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업죤은 주식 비례 배분(pro rata distribution) 방식으로 분사된 직후 마일란과 통합되면서 ‘비아트리스’라는 새로운 기업명으로 개칭됐다.
비아트리스 출범으로 화이자 측 주주들은 11월 13일 기준으로 화이자 보통주 1주 당 비아트리스 보통주 약 0.124079주를 지급받았다. 그에 앞서 지난해 7월 계약 성사 직전에 당시 화이자 측 주주들은 보유했던 화이자 보통주와 동일한 양의 주식을 지급받았다.
이에 따라 화이자 측 주주들은 비아트리스 보통주 약 57%를, 마일란 측 주주들은 약 43%의 비아트리스 보통주를 보유하게 됐다. 비아트리스 주식은 17일부터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개시됐다.
그러나 비아트리스 출범과 10억달러 절감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아트리스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펜실베니아주, 중국 상하이,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3개의 글로벌센터, 웨스트버지니아주 모건타운에 대규모 제조 공장과 연구개발센터를 유지할 예정인데 전세계 4만5000명의 직원이 과다하다고 판단해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에 나설 수 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다른 글로벌 법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원이 많은 화이자도 인력 감축에 나설 공산이 크다.
새롭게 출범한 비아트리스 한국법인은 화이자업존 대표를 맡고 있는 이혜영 대표이사가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제품군으로 고지혈증 치료제 ‘리피토정’(성분명 아토르바스타틴),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정’(성분명 암로디핀),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 ‘쎄레브렉스캡슐’(성분명 세레콕시브) 등을 갖추게 된다.
국내서는 한국화이자제약에서 신설 비아트리스로 옮길 직원들에게 일괄 1200만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지난 9월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MSD에서 내년 2월 출범할 한국오가논으로 전직하는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형태의 위로금이 지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나 미국 머크(MSD)가 가치가 다한 특허만료 의약품을 처리하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비아트리스와 오가논을 활용하려는 분위기에 인권과 노동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수십억~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파이프라인 인수에는 통크게 베팅하면서 수십억달러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다국적제약사의 경영 패턴은 수년 전부터 계속돼왔다.
실제로 한국오가논은 연구개발 인력은 그대로 한국MSD에 남지만 영업마케팅 인력은 오가논으로 옮기게 되고 공유오피스인 ‘위워크’에 사옥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져 ‘파리 목숨’처럼 처우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핵심 자산과 잉여인력을 가차없이 매각하고 잘라, 부드럽게 페이드아웃하려는 비정한 모습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