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 수순 관측 … 기전상 훌륭하지만 개발 일정 길어 … C4 권리 회수, 향후 연구 지속 불투명
로슈가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Watertown)에 소재한 C4테라퓨틱스(C4 Therapeutics)와 공동 개발키로 한 EGFR 표적으로 단백질 분해제(protein degrader)의 신약개발을 철회한다고 13일(현지시각) 공개된 C4의 3분기 회계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양사는 2016년부터 협업해왔고 C4테라퓨틱스는 그 도움으로 한달 전인 10월 2일 1억8240만달러 규모로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는데 로슈는 이 신약개발 프로그램을 반환키로 했다.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C4는 이에 대해 이미 6월에 통보받은 적이 있고 로슈가 권리를 반환함에 따라 온전히 전권을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슈는 2016년 1500만달러를 선불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C4가 단백질 분해제를 최대 10개의 표적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C4는 로슈가 가져가기로 한 프로그램 당 마일스톤으로 최대 2억77000만달러까지를 받을 권한과 첫 제품이 어느 수준의 판매고를 올렸을 때 최대 1억5000만달러를 일시금으로 지급받는 옵션을 챙겼다.
또 2019년 1월 4일에는 로열티, 임상성공, 승인, 시판 후 판매수익에 따른 성과금까지 합쳐 한 품목 당 총 9억달러 이상을 챙길 수 있도록 양사는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C4는 목표 달성을 위해 2019년 3월 노바티스 바이오의약품연구소에서 근무한 아담 크리스탈(Adam Crystal) 시니어 연구자를 최고의학책임자(CMO)로 영입하기도 했다.
로슈와 C4는 2018년 12월에 합의를 재고해 표적치료제 숫자를 6개로 줄였다. C4는 로슈로부터 또다른 4000만달러 선불금을 확보했다. 개정된 합의 사항은 미래의 더 큰 판매수익을 대가로 개발비용을 나눠서 지불하기로 했다. 대신 로슈는 6개 잠재적 표적 중 세 개를 취득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 로슈는 EGFR 단백질 분해제를 C4에게 반품했다. 제휴 계약상 양사는 기전별로 혹은 프로그램별로 거래를 중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개발될 예정인 EGFR 억제제들은 현재 완전한 로슈의 재산이지만, EGFR 분해제들은 이제 C4의 재산이 됐다.
두 개의 전임상 후보와 두 개의 발굴 단계 약물을 포함한 C4의 현재 파이프라인은 EGFR 단백질 분해제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C4가 보유한 TORPEDO (Target ORiented ProtEin Degrader Optimizer) 플랫폼은 체내에 내재된 자연스런 생체경로를 통해 세포 내의 문제시되는 단백질을 해체,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단백질 분해제 연구가 얼마나 계속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양사 간 협업에서 나온 C4의 파이프라인 중 하나는 유전적으로 확인된 저항성 고형종양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이 신약후보는 한쪽은 세포 내 E3 리가제(E3 ligase, 단백분해 신호전달 매개체)와, 다른 한쪽은 질병을 일으키는 세포 외 표적단백질에 결합함으로써 작동한다. 이렇게 되면 세포 내의 유비퀴틴(Ubiquitin)이 튀어나와 표적단백질의 암모니아기(NH₃)로 이동하고 연쇄적으로 유비퀴틴이 쌓이는 폴리유비퀴틴화(Poly ubiquitination)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생체내 분해를 담당하는 프로테아좀(Proteasome, 단백질분해효소 집합체)이 활성화돼 표적단백질을 잘게 썰어 파편화한다.
신약개발의 핵심은 세포내 정화작용 시스템인 ‘유비퀴틴-프로테아좀’을 활용하는 것으로 E3리가제에 결합하는 리간드와 신규 표적에 적합한 표적저해제를 창출해 기능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활용한 대표적인 기술이 미국 아비나스의 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aera, 프로택)이다. PROTAC 기술은 저분자화합물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로서 E3ligase 결합 모듈-연결체(링커)-표적 단백질 결합 모듈로 구성된다. 암이나 퇴행성중추신경성질환 신약 개발에 주로 활용된다.
아비나스는 2019년 1월 4일 프로택 기술을 적용한 ARV-110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대상 1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에 1/2상에 착수, 이르면 2022년 10월말이나 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단백질 분해제 분야는 C4가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New Haven) 소재 아비나스(Arvinas)나 미국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Watertown) 소재 키메라테라퓨틱스(Kymera Therapeutics)와 같은 회사들과 경쟁하는 등 종양학에서 지난 몇 년 간 뜨거운 감자였다.
로슈는 아비나스와도 2015년 계약을 맺었고, 지난 5월엔 1억3500만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소재 비비디온(Vividion)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반면 C4는 지난해 1월 초 바이오젠(Biogen)과 단백분해제 플랫폼을 이용해 선불금 및 마일스톤 포함 최대 4억15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또 2017년에는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의 칼리코랩스(CalicoLabs, 일명 칼리코)와도 계약을 맺어 암 등 노인성질환에 대해 공동 연구개발하고 있다.
C4의 수익은 거의 대부분 로슈, 바이오젠, 칼리코에서 나오는데 올 3분기 수익은 84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540만달러보다 늘었다.
C4테라퓨틱스는 올해 초 시리즈B에서 기존 투자자인 코브로벤처스(Cobro Ventures)와 신규 영입한 퍼셉티브어드바이저(Perceptive Advisors)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유치했다. 별도로 퍼셉티브로부터 2000만달러를 대출받았다. 지난 9월에는 CEO로 전 바인드테라퓨틱스(Bind Therapeutics)의 CEO인 앤드류 허시(Andrew Hirsch)를 영입하고 1억8240만달러 규모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