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 부족, 항암제 치중은 한계 … 베이진, 차이메드, 시스톤 등 10개 기업 차례로 조망 예정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생명공학 붐을 목격했다. 많은 생명공학 기업들은 중국의 성장하는 경제에 걸맞은 치료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더 혁신적인 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오랫동안 의심스러운 수준의 제네릭에 의존해 온 중국의 의약품 산업을 개조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외국 연구기관에서 최고 수준의 트레이닝을 받고 대형 다국적 바이오파마 기업에서의 경험으로 무장하고 중국으로 귀국한 이른 바 ‘바다거북(sea turtles)’들은 중국에서 차세대 블록버스터 약품을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중국에서는 어떤 업계에서든 성공하고 싶다면 거의 언제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2015년부터 중국 규제당국은 수많은 개혁안을 통해 바이오파마 산업이 번창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규제당국은 제약 혁신회사들이 고비용이 드는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거나, 대기업에 지적 재산을 매각할 필요 없이 계약 제조업체를 이용해 위탁생산할 수 있는 ‘마케팅 인증 보유 제도’(Marketing Authorization Holder system)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제네릭은 작고 질이 낮은 많은 회사들을 걸러내기 위한 정책 아래서 참조 브랜드 제품(오리지널)과의 생물학적동등성을 입증하도록 강화했다. 중국 FDA는 혁신적인 의약품이 더 빨리 출시될 수 있도록 해외 임상 데이터를 허용하고 검토 과정을 간소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 당국이 승인한 신약이 급증했다. ‘GBI헬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시장에서 승인된 새로운 소분자 물질 신약은 42개로, 2016년 7개 대비 6배로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60개와 57개였다.
최근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증시 상장 규칙이 바뀌면서 창사한지 얼마 되지 않고 수익이 아직 없는 바이오테크들도 공공거래 플랫폼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2016년 중국에서 승인된 새 소분자물질 7개 중 3개는 중국 기업이 개발했다. GBI헬스에 따르면 2018년과 2019년 중국 바이오제약기업들은 각각 14개와 13개의 신약허가를 받았다. 2015년 중국 국내 기업의 신약 최초 임상시험 신청 건수는 소분자물질(화학약품) 79건, 바이오치료제(생물의약품) 20건이었다. 올 들어서는 11월 1일 기준 각각 139건, 77건으로 집계됐다고 GBI헬스 자료는 밝히고 있다.
이에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언젠가는 한국인들도 그 이름을 알게 될 유망 중국 바이오기업 10곳을 조명한다. 베이진(BeiGene) 같은 회사는 이미 지난해 11월 1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을 통해 재발성·불응성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치료제 ‘브루킨사캡슐’ (Brukinsa성분명 자누브루티닙 zanubrutinib)을 허가받았다. 상용화 단계 문턱을 이제 막 넘어가고 있다.
중국의 주목할 10개 바이오기업의 차별성은 한 곳은 제외하고 모두 외국계 대형 제약회사들로부터 연구개발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이다. 예컨대 베이진(BeiGene)은 암젠(2019년 10월말), 차이메드(Chi-Med)는 릴리 및 아스트라제네카와 지속적인 협력을 맺고 있다.
시스톤파마슈티컬스(CStone Pharmaceuticals)는 지난 9월 말 화이자에 자사의 PD-L1 억제제인 CS1001의 중국 내 권리를 2억달러에 라이선싱 아웃했다.
다른 곳에서 개발돼 중국내 시판허가를 받은 소분자물질은 실패할 위험성이 낮아 중국 바이오테크는 현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이같은 전략을 쓰는 게 인기다.
중국 바이오테크들이 끌어낸 일부 초대형 모금 라운드는 꼭 돈이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아니라는 것도 보여줬다. 2019년 중국 바이오파마 업체들은 총 81건의 금융 라운드를 등록했다. GBI에 따르면 올해 11월 1일 현재 133건의 자금 유치 이벤트(2차 공모 포함)가 치러졌으며 총 공시가격은 약 800억위안(약 120억달러)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돈은 충분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아직도 요원한 게 사실이다. 오늘날까지도 중국에서부터 나오는 대부분의 소분자 물질들은 다른 곳에서 이미 검증된 메커니즘과 비슷하거나 약간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같이 더 혁신 집약적인 시장에서 통할, 서구 기업과 함께 경쟁할 약물은 거의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중국의 바이오텍 붐은 여전히 세계적 사건이라기보다는 내부적인 자축(自祝)의 성격이 크다. 물론 중국의 생명공학 산업은 아직 젊고 성숙할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의 평판과 사업 지속가능성을 좋게 유지하려면 사내 R&D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에는 아주 다양한 치료법에 연구환경이 열려 있는 것과 달리 중국에선 아직 종양학 분야가 연구자들 사이에서 지배적인 분야다. 선정된 10곳 중 화메디신(Hua Medicine, 華領醫藥)만 유일하게 종양학(항암제)을 지향해 설립된 곳이 아니다. 이같은 항암제 치중은 의도된 것은 아니지만 심혈관질환과 대사질환이 중국에서 급증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국 바이오벤처들은 이에 대해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 기사부터 차근차근 10대 기업을 훑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