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블리미드’ 등 수혈 효과 솔솔 반영 … ‘레블로질’ ‘제포시아’ ‘오누레그’ ‘인레빅’ 등 히트 예감, 당장은 코로나19에 주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5%나 급증한 105억4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은 18억7800만달러로 37.5% 증가했다.
지난 5일 나온 3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BMS는 2020 회계연도에 415억~4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261억4500만달러 매출을 올린 것에 비하면 전년 대비 거의 60%에 가까운 수직상승이 예상된다. 주당 세전 순이익도 지난해 4.69달러에서 올해는 6.25~6.35달러선을 내다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월 740억달러란 천문학적 베팅으로 세엘진을 인수하면서 난치병, 희귀질환으로 회사의 성장동력을 전환하고 지속적으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면서 지속가능하고 탄탄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닦아온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3분기 실적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BMS는 미국시장에서 65억달러의 매출로 88%에 달하는 급성장을 실현했다. 미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는 40억달러로 58%나 도약했다.
제품별로는 역시 세엘진 인수를 통해 얻은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 Lenalidomide)와 ‘임노비드’(Imnovid 성분명 포말리도마이드 Pomalidomide, 또는 유럽명으로 포말리스트)가 각각 30억2700만달러 및 7억77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해 대마(大馬)임을 과시했다.
BMS는 지난 9월에 제네릭 전문 제약사인 닥터레디스래버러토리(Dr. Reddy 's Laboratories)와 특허 합의를 맺고 2022년 3월까지 제네릭이 나오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그 후에도 몇 년 동안 제네릭과의 경쟁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세엘진에서 BMS로 넘어온 품목 중 베타지중해성빈혈(beta thalassemia) 치료제 ‘레블로질’(Reblozyl 성분명 루스파터셉트-aamt, luspatercept-aamt)도 3분기에 9600만달러, 올들어 누적으로 1억5900만달러의 실적을 견인했다. 이 약은 작년 11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첫 승인받았고, 지난 4월 3일에는 FDA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적혈구성숙제(erythroid maturation agen, EMA)로 허가를 취득했다.
시판되자마자 초기 환자들로부터 무더기로 처방이 쏟아지는 것에 고무됐다는 게 이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데이비드 엘킨스(David Elkins)의 말이다.
지난 3월에 다발성경화증 약으로 승인된 ‘제포시아’(Zeposia, 성분명 ozanimod)도 강력한 성공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임상현장에서 이 약을 반기는 의사들이 많다고 BMS은 치켜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출시가 지연되면서 지금까지 300만달러 어치 실적에 그쳤다.
지난 9월에는 세엘진에서 들여온 백혈병 치료제 ‘비다자주’(아자시티딘, azacitidine)의 경구용 버전인 ‘오누레그정’(Onureg tablets)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지속유지요법으로 적응증을 받았다. 그동안 이와 관련해 승인된 제품이 없는 미개척 영역이어서 출시가 앞당겨졌다. 이 약도 3분기에 300만달러 매출에 그쳤다. 코로나19로 환자들이 꼼짝 없이 집에서 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파이프라인과 죽이 잘 맞는다고 엘킨스는 너스레를 떨었다.
세엘진에서 들여와 작년 8월 16일 골수섬유증(myelofibrosis) 적응증을 허가받은 JAK 억제 골수섬유증 치료제 ‘인레빅’(Inrebic, 성분명 페드라티닙 fedratinib)도 비장의 무기다. 이 질환에 1차 치료제 또는 추적치료제로서 3분기에 1300만달러, 올들어 3분기까지 4000만달러 어치가 나갔다. 비록 코로나19 유행에 망가졌지만 이 질환 치료제로는 10년 만에 처음 나왔고 경구제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합병된 제약사도 융합 과정에서 차질을 겪었다. 지난 5월 FDA는 다발성골수종에 적응증을 가진 B세포성숙화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 유도 CAR-T세포 면역치료제인 ‘이데셀’(ide-cel, 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클류셀, idecabtagene vicleucel, 코드명 bb2121)이 신약심사 접수를 거부당했다. 제조 공정상에 문제가 있어서 7월말에 허가서류를 다시 제출했으며 FDA는 2021년 3월말로 승인 결정 기한을 정해놨다.
이들 제품을 제외한 기존 제품은 꾸준했다. 비다자는 3분기에 1억6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유방암 치료제 ‘아브락산주’ (Abraxane, 나노 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 nanoparticle albumin bound paclitaxel, Nab-paclitaxel)가 3억42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려 가까운 장래에 주력품목 자리를 예약했다.
일반 파클리탁셀과 비교하면 세포막을 잘 통과하고 혈액 속에 골고루 분포해 치료중단에 이르는 기간(time-to-treatment discontinuation)이 더 길고 빈혈, 신경병증, 통증, 설사 같은 부작용은 더 적다. 유방암, 폐암, 췌장암에 주로 쓰인다. ,
기존 제품들 중에서는 항응고제 ‘엘리퀴스정’(Eliquis, 성분명 아픽사판, apixaban)이 20억9500만달러로 9% 성장했다. 올해 Medicare의 약가보장 격차가 커서 할인해줘야 했지만 단가가 줄은 만큼 수요(환자 수)가 늘어난 효과를 봤다. 미국 내 총 처방량은 3분기에 18% 성장했지만 가격 하락으로 미국 내 매출은 1 % 감소했다.
오래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오렌시아주’(Orencia 성분명 아바타셉트, abatacept)가 8억2600만달러로 8%의 준수한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미국 머크(MSD)와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BMS의 주요 면역항암제인 PD-1 억제제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는 17억8000만달러로 2% 소폭 감소했다. 커플 면역항암제인 CTLA-4 억제제 ‘여보이주’(Yervoy, 성분명 이필리무맙 ipilimumab)는 4억4600만달러로 26% 늘어난 실적을 보였다. BMS 경영진은 옵디보가 전년 동기보다는 줄었어도 올 2분기보다 2% 성장하면서 순차적인 안정 성장세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B형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정’(엔테카비르)은 1억달러에 그쳐 31% 급감하는 부진을 보였다.
이밖에 AIDS 치료제 ‘서스티바’(에파비렌즈) 및 ‘레야타즈’(아타자나비르), C형간염 치료제 ‘다클린자’(다클라타스비르) 등을 포함한 기타 제품들은 주요시장에서 독점적 지위가 만료되는 등의 여파로 매출이 총 2억8700만달러로, 약 18% 감소했다.
BMS는 지난달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브리즈번(Brisbane) 소재 심장질환 전문 바이오업체 마이오카디아(MyoKardia)를 131억달러에 인수했다.
앞서 8월24일에는 면역억제와 섬유증의 요인인 TGF-beta 1 & 3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AVID2009’을 보유한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소재 포비우스(Forbius)를 인수했다.
또 8월 17일에는 매사추세츠주 월섬(Waltham) 소재 드래곤플라이테라퓨틱스(Dragonfly Therapeutics)로부터 IL-12 의약품 (monovalent IL-12 immunoglobulin Fc fusion protein)인 ‘DF6002’ 항암제를 4억7500만달러에 도입했다. 앞으로도 BMS는 지속적으로 사업개발(인수 또는 제휴)에 나설 것이라고 엘킨스는 말했다.
BMS의 지오반니 카포리오(Giovanni Caforio) 회장은 “지난해와 달라진 새로운 기업(now company)으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을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성장을 창출할 강력한 토대를 구축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재무제표상의 강력함과 탄력성이 탄탄한 내부사업과 결합되면서 다양한 신제품 발매와 심도 깊은 파이프라인의 확대로 귀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BMS는 새로 영입한 파이프라인의 디지털 홍보에 힘쓰는 한편 실험실과 공장, 임상현장에서 안전관리에 신경쓰고 경기 침체로 실직한 환자를 위한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