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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新 행정부 … FDA는 보수화, 약가인하는 공화당에 막혀 ‘제자리’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11-10 23:29:28
  • 수정 2021-07-07 03:3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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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케어’ 진화 위해 민간보험 가입자도 ‘공적보험’ 선택적 가입 가능한 ‘퍼블릭 옵션’ 추진에 주력할 듯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Joe Biden) 민주당 후보가 9일(현지시각) 오전 릭 브라이트(Rick Bright)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바이오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을 코로나19 자문단에 포함시켰다.
 
브라이트는 지난 4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클로로퀸 사용 반대, 정부 지원금 사용 방안 이견 제시 등으로 반목하다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한직으로 밀려났고 지난 10월 7일 이 자리마저 사직해야 했던 인물이다.
 
바이든은 브라이트와 함께 FDA 총괄국장을 지내고 현재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소아과학·감염학·생물통계학 교수로 재직 중인 데이비드 케슬러(David Kessler), 바이벡 머시(Vivek Murthy) 전 미국 외과학회 사무총장, 마르셀라 누네즈-스미스(Marcella Nunez-Smith) 예일대 내과학 ·공중보건·보건경제학 교수 등도 자문위 공동 대표에 위촉했다.
 
브라이트는 트럼프와 반목했던 사람이고, 케슬러는 담배 규제를 추진했다가 미국 대법원의 반대에 막혀 포기했고 인공 유방보형물 허가 억제, 신선식품이라고 표기된 농축주스의 거대 물량 유통 금지를 결행했던 보수적인 성향의 관료라 이들의 분위기가 차기 FDA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친 트럼프 성향이 농후한 스티븐 한(Stephen Hahn) 총괄국장은 100% 경질이 예상된다.
 
바이든은 9일 아침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것은 자신의 행정부가 마주할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일 것이라며 자신은 ‘과학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성명서에서 “코로나 자문위는 보고된 감염자 숫자의 급증을 대처하고,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허가되고, 효율적으로 공평하게 무료로 유통되도록 보장하며 위험환경에 있는 집단들을 보호하는 접근 방식을 구체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2020 미국 대선] 트럼프 vs 바이든 vs 샌더스 약가 정책 어떻게 다른가?

바이든은 대선 공약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무료 시행하고 치료 시 본인부담금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보유한 기업들의 수익 증가가 예상된다.
 
바이든은 또 정부 보조금과 기업 보조금을 통해 보험 미가입자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정책인 오바마케어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버니 샌더스의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전국민 단일 의료보험)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경선 과정 중 그는 중산층에 대한 세액공제를 골자로 한 ‘퍼블릭 옵션(Public Option)’ 공약을 내세웠다. 이는 현 체계를 유지하되 공적 보험을 제한적으로 도입(민간보험과 공공보험과 병행)해 희망자의 선택권을 추가한 ‘오바마 케어’(Affordable Care Act)의 확장판이다. 2009년 미국 하원의원에서 발표된 세 개의 정책안으로부터 시작되어 10년 이상 의논되어온 정책이다.
 
공공보험이 확대될 경우 의약품 가격이 낮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정부가 제약사와 협의해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게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 때문에 미국에서는 캐나다와 멕시코로 ‘의료관광’을 가는 게 특정 약을 미국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싼 기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이를 해소하는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처방약을 ‘수입’해오는 행정명령을 지난 7월 24일 내리고 9월 24일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약 가격을 줄이고 메디케어에 한정해서 약 가격을 제약사들과 협의할 수 있도록 모색 중이다. 한 해 수십억달러를 정치권 로비와 선거운동에 쏟아 붓아 업권을 유지하려 애쓰는 미국 제약업계로서는 배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박리다매라도 수익이 증가할 수 있을까 기대하는 소수의 견해도 존재한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레이스에서는 이겼지만 미 상원은 아직도 공화당 과반수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이 아무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예를 들면 지난해 상원 내의 재무위원회에서 통과된 바이오시밀러 가격을 65세 이상 대상 국가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대상자들에게 제한시켜 적용하려는 법안에 대해, 상원 전체회의에서는 무대응으로 일관한 전적이 있다. 이 법안은 바이오시밀러 채택 시 인센티브를 주고 메디케어 대상 의약품에 가격 인상을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았었다.
 
바이든은 메디케어의 가입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는 한편 퍼블릭 옵션이라는 공공보험을 추가해 민간보험사와 경쟁함으로써 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공공보험이 확대되면 의약품 사용량은 증가하는 반면, 정부는 비용을 제한하기 위해 약가를 낮추려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는 결국 오리지널 대비 저렴한 제네릭 또는 바이오시밀러의 확대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국내 바이오시밀러 생산 기업으로서는 호기다. 이들 국내 기업은 유럽에서는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으나 미국에서는 몸도 풀지 못한 상태다. 제도와 ‘인(人)의 장벽’(의사들의 보수적 처방)을 극복하는 게 과제다.
 
만약 내년 1월 5일에 결정되는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을 민주당이 차지하지 못한다면, 상원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미치 맥코넬(Mitch McConnell, 켄터키주 공화당)의 견제를 받아 바이든의 이른 레임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는 바이든 정권의 개혁적인 의료, 세금, 환경 관련 법안들을 기대하는 사람들겐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바이오파마 업계는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지난 2~5년간 지지부진하던 약가 인하 논쟁은 어떤 식으로든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취임 후 몇 달 동안은 코로나19의 예방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화이자, 모더나, 리제네론, 릴리, 미국 머크(MSD), 존슨앤드존슨(J&J) 등과 협력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입법 과정은 보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2년 후 코로나19 긴급상황이 어느 정도 완화돼 다시 약가 인하 개혁안이 등장하고 미국 제약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SVB 리링크(SVB Leerink)의 애널리스트인 저프리 포지스(Geoffrey Porges) 등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됐더라면 일부 메디케어 대상 의약품 가격을 ‘국제가격지수(international pricing index)’에 연동해 낮추는 행정명령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궁극적으로 민주당 중심의 하원과 공화당 중심의 상원이 머리를 맞대고 정부와 제약사 간 약가 협상이 가능한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려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무산됐다. 
 
하지만 비록 바이든이 당선됐지만 상원을 공화당에서 장악하고 있는 한 약가 인하 법안이 제지될 확률은 아주 높다. 설령 민주당이 상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했더라도 상원을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약가 인하와 같은 중대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수 3분의 2(supermajority)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쟁적인 조항들을 합의하지 못하면 난관이 놓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민주당의 대선 승리로 미국 바이오제약 업종의 수익률대비주가(price-to-earnings ratio, PER)는 최근 30년 동안 최저권으로 떨어졌다. 약가 인하 공포가 업계에 잠재돼 있다는 증표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 바이오시밀러나 제네릭, 개량신약 등은 바이든 행정부 등장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겠지만 일반론에 불과한 수준의 얘기”라며 “바이든 취임 이후 몇 달 동안의 제스처를 봐야 구체적인 영향력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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